절기를 알면 철부지는 면할 수 있다_박종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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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를 알면 철부지는 면할 수 있다

 

< 박종일 목사, 충신교회, 수원노회장 >

 

 

“때를 따라 양식 나눠주는 교회 되어야”

 

우리는 지금 여름 중의 여름, 복중 더위를 견디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8월 7일은 절기상 ‘입추’이고, 8월 8일은 ‘말복’입니다. 아무리 더워도 여름은 가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야 할 시간이 옵니다. 바야흐로 계절은 여름을 넘어 가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일년을 24절기로 나누고, 오는 계절을 준비하며 한 해를 살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3개월씩 나누어서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날은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이라 불렀고, 날씨가 어떻든 입춘이 지나면 봄을, 입하가 지나면 여름을, 입추가 지나면 가을을, 입동이 지나면 겨울을 준비했습니다.

 

24절기는 농사와 인간의 기본 삶을 꾸려나가는 기준이 되었으며, 절기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철부지, 즉 철을 알지 못하는 자라고 하여 경멸하였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24장 25절에서 “충성되고 지혜있는 종이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줄 자가 누구냐”고 하셨습니다. 세상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신앙생활에도 영적 철부지들이 있을 것을 염려하신 말씀 아닐까요?

 

합신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우리교단은 지난 30년 동안 철을 따라 양식을 나눠주는 충성되고 지혜있는 종으로서 그 역할을 감당했다고 조심스럽게 자평해 봅니다.

 

지난 30년 동안 하나님은 우리교단을 한국 교회의 모범적인 교단으로 성장시켜 주셨습니다. 어느 교단도 할 수 없었던 지역 노회를 실현시켰고 총회나 노회에서 일꾼을 뽑을 때도 공명선거를 통해 일꾼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신학교와의 관계에서도 비록 인준관계이지만 총회와 신학교가 동반자의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교단 지도자들과 합신에 속한 교회들의 노력의 산물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목회의 현장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독교, 특히 개신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적대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안티기독교인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면서 교회를 향해 핵폭탄급의 공격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신천지와 같은 이단들은 교회를 조직적으로 와해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국 교회 역사상 가장 어려운 때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지난 30년과 오늘의 현실은 다른 환경임이 분명합니다. 철은 이미 지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철지난 모습으로 오늘을 사는 것은 아닌지, 하나님 앞에서 영적 철부지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자성하면서, 지혜로운 청지기가 되어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주는 우리 교단과 교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