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개혁의 길을 가고 있는가_우종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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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개혁의 길을 가고 있는가

우종휴목사_구미 황상교회

28년 전 총신을 떠날 그 때를 기억합니다. 그 때는 매우 어수선했습니다. 학
교 안에서 일어난 어려움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했습니다. 

개혁의 깃발 들었던 28년 전 

나름대로 잘해보겠다는 한 가지 생각이 우리들로 하여금 보다 안정된 현실
을 기꺼이 버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새로이 시작하
게 되니 없는 것이 많았던 때였습니다. 학교 건물도 없었습니다. 섬기던 교
회에서도 떠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3년 동안 같이 지내던 가까운 벗들과
도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반포에 있는 남서울 교회의 지하실에서 시작된 합동신학원에는 오리라고 생
각된 이들 가운데 보이지 않는 이들도 있었고, 생각 밖에 있던 사람이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개혁을 위해 큰소리 쳤지만 현실 앞에 주저앉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아직 다 마무리짓지도 아니한 남서울 교회 예배당의 지하실이었지만 올바른 
일을 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배가 불렀던 때였습니다. 가르치시는 분이나 배
우는 우리들 모두 한마음이 되었습니다. 개혁의 깃발 아래 함께 있었습니
다. 마음과 뜻이 하나되니 하나됨의 기쁨이 우리들에게 있었습니다. 
아직 교단이 생겨나지도 않았지만, 학교 건물도 없었지만, 섬기는 교회조차 
없었지만 가르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웠던 때였습니다. 한때 유
행했고 지금도 자주 쓰는 말 ‘꿈’이 그때는 있었습니다. 교회를 개혁하여 
하나님께 영광돌리겠다는 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지금을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 없었던 것들을 많이 가
지게 되었습니다. 작지만 최소한으로는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고, 최대한으
로는 부러움을 사고 있는 교단으로 자라났습니다. 
한국 교계에서 부러워할 만한 좋은 신학교도 있습니다. 교단 직영은 아니지
만 교단 신학교라고 해도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할 인준 관계의 합동신학대
학원대학교가 바로 우리의 신학교입니다. 학생들도 많고 교수들도 많이 늘어
났습니다. 교단의 크기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선교사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합신은 한국 교회가 존경하는 정암 박윤선 목사가 마지막으
로 
섬겼던 신학교요, 교단임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올해는 정암이 소천한 
지 2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교회가 함께 기념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사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두 개의 합신이 제대로 자라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과연 처음 가졌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
에게 물어보아야 할 때입니다. 첫사랑의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는지 자문해
야 할 때입니다.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고 출발했던 대로 교회는 계속해서 
개혁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성경대로 살아보리라는 의지 하나로 시
작한 합신이 세상적인 성공에 맛을 들여 성공주의, 세속주의에 빠져들 위험
은 없는지 서로를 잘 지켜보아야 할 때입니다.
교단과 신학교는 서로의 얼굴을 빛나게 하고 교회의 영광을 위하여, 서로를 
일깨우기 위하여 피차 권면을 자청하고 있는지 아니면 인간적인 편리를 위
해 친구의 통책을 불편해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두 합신이 진정으로 처음의 그 정신을 가지고 있으므로 주안에서의 교통 가
운데 하나됨의 기쁨이 계속되고 있는지 되새겨 보아야 할 때입니
다. 개혁의 
목표를 어디까지로 정해놓았는지 알지 못하지만 다른 데와 비교하면서 스스
로 안심하거나 자만에 빠져서 푯대를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할 때입
니다. 
몇 년 전에도 합신을 기념하는 대회가 열렸고, 올해도 기념대회가 열립니
다. 기념대회에서는 우리가 개혁의 깃발을 들고 나온 그 때부터 지금까지의 
자긍심을 일깨워 즐거워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나 대회 때마다 들리는 
소리는 즐거운 소리만은 아닙니다. 근심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훼방하는 자로 여김 받기 싫어서 소리 낮추어 근심하는 말을 듣습니다. 탄식
에 가까운 소리도 들립니다. 우리는 즐거운 소리도 들어야하지만 근심하여 
탄식하는 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즐겁고 기쁜 날에 왜 근심하여 탄
식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벌써 되었습니다. 

근심하는 소리 외면 말아야

지금이 과연 웃어야 할 때인지 울어야 할 때인지 우리 스스로에게, 서로 서
로에게 물어 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