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병인가? 모르는 것이 약인가?
박성호 목사_푸른초장교회
제70회 총회(1985년) 때부터 총대로 선정되어 20년 이상을 총회에 참석하다
보니 총회 결의안과 법에 대해 많이 듣고 또 실제로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
게 법을 많이 알게 되어 소위 법통(?)이라는 달갑지 않은 칭호를 여러 번 들
었다. 들을 때마다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 나는 법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보다는 법을 잘 지키는 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법 잘 지키는 사람’ 듣고 싶어
법은 화평과 질서를 위해 꼭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오히려 법을 지키
려다 화평과 질서가 파괴될 때도 있다. 법이 온전치 못하기 때문이다. 불완
전한 인간이 만든 법은 결코 완전할 수 없다. 그러나 불완전한 법이더라도
제정되었다면 지켜야 하며, 모순이 있더라도 개정되기까지는 지켜야 하며,
또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법은 지켜져야 한다.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것이 약’이란 말처럼 차라리 법을 모르면 편
할 텐데
하고 느낄 때가 많다. 또 법을 몰랐다면 대하기 편하고, 온유하며,
둥글둥글한 사람으로 인식될 텐데 법을 알고 지키려다보니 까다롭고 융통성
도 없는 경직된 사람으로, 심지어 사랑이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된다.
가끔 후배 목사님들이 주일에 임직식을 하려는데 와서 순서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요즘 같이 바쁜 세상에 평일에 성도들이 모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임직자들조차도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해가 간다. 내 개인
적인 견해도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교회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
런데 그런 부탁 받을 때마다 86회 총회(2001년. 강변교회)에서 주일행사 금
지의 건에 관한 결의사항이 생각난다.
제86회 총회시에 경북노회장이 헌의한 ‘제69회 총회(1984년. 송월교회) 결
의 재확인 건’(강단 십자가 설치금지. 가운 착용금지 및 주일행사 금지)이
다시 의결되었었다. 그 당시 필자는 이제 세상도 많이 변했고 성도들의 신앙
도 크게 성숙해졌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당회에서 잘 살펴 처리하도록 했으
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인천의 모목사님께서 개인적인 행사가 아닌 공
적인 임직식 등은 허용해 주었
으면 한다고 요청도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통과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총회 법에 어긋나는 일이기에 주일에는 하지 말라고 권면했
다. 그래도 형편상 해야 한다는 분들에게 필자는 그 임직식에 참예할 수 없
다고 거절하고 말았다. 거절하는 사람의 마음도 무척 아팠었고 부탁하는 목
사님들도 무척 섭섭해했었다. 내가 너무 ‘법, 법’ 하는 것 아닌가? 사랑
이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 하고 반성도 하고 자책도 했었다
그러나 어떤 목사님은 그런 법을 잘 몰랐다고 하면서 권면을 받아들여 날짜
를 평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럴 때는 법도 지킬 수 있고 도움을 드릴 수 있
어서 무척 기뻤다. 그러다 보니 우리 노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주일에는 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신문에 주일에 하는 행사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나더니
급기야는 총회의 권위도 있고 책임도 있는 분이 시무하는 교회의 광고까지
실리고 또 기사까지 보도되고 있다. 참 당황스럽다. 이제 주일에 행사를 요
청할 때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실제로 어떤 분은 신문을 보고는 이런 교회도 하는데 괜히 박목사 말만 듣
고 그 당시
날짜를 바꿨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때 순서 부탁을 거절당한 목
사님들이 아직 무슨 소리는 안 했지만 더 섭섭할 것이며 까다로운 목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처신하고 또 이런 질문에 어
떻게 답변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 교단 안에 십자가를 설치한 교회도 있다. 보기에는 참 좋아 보였
다. 우리 도 십자가를 달자고 요청하는 교인도 있다. 또 가운을 입고 설교하
는 목사님들도 있다. 주일에 행사하는 교회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법을 지켜야 하기에 교인들의 편의나 요청을 무조건 무시하고 법을 준수하
는 교회, 법 때문에 하고는 싶지만 하지 못하며 망설이는 교회, ‘법이란 교
회를 위해 있는 것이다”라며 법을 뛰어 넘어 완전히 자유하는 교회, 법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해 눈치 보며 하는 교
회, 모르는 게 약이기에 그런 법이 있는 줄도 모르고 용감하게 시행하는 교
회들이 있다.
법은 하나인데 시행은 제각각
악법도 법이며, 법 앞에는 다 평등하다. 법을 지키는 데는 다양성이 필요치
않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교단 교회는 하나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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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순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면 과감히 개정하든지 아니면 이 정도의 문제
는 각 교회가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당회에 맡기든지 어떤 조치가 필요한 시
점이다. 모두가 잘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어 아무런 갈등 없이 기쁨으로 법
을 지키며 또 모든 교회에 유익과 기쁨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