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과 변목사_변세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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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과 변목사 

변세권 (온유한교회, 강원노회장)

멀지 않은데서 우는 뻐꾸기 울음소리에 새벽기도를 다녀오다 마음이 숙연해
졌다. 인생은 진지한 거라고 노래하는 것만 같았다. 마침 헌법재판소가 대통
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그동안 모두에게 분열과 갈
등, 아픔과 상처가 있었지만 헌재의 결정문으로 야당에게는 온유를, 대통령
에게는 겸손을 요구했다고 보여진다. 

사실 목사는 정부와 정치에 대해서 정부가 어떻고 대통령이 어떻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끔 노회회원들을 만나 정치 얘기를 해봐도 무의미하
고 서로의 생각이 달라 늘 허전함이 남고는 했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정직히 살게되면 우리가 살고있는 소돔과 고모라
가 구원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시대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그러나 그 방
법은 우리가 정치적, 사회적 능력과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이 이 시대를 구원하시기를 원하시며, 그 구원의 증인이 되고 일군이 되는 
사람이 있느
냐 없느냐에 따라서 그 사회가 멸망하기도 하고 구원을 얻기도 한
다. 

그럼에도 나는 이념과 노선, 정책을 떠나 노대통령과 내 스타일을 많이 비
교해 보았다. 우리 강원노회는 그동안 노회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전통을 세
우느라 또한 지역특성상 번갈아 가면서 선배목사님 한 두 분이 노회를 잘 이
끌어 주셨다. 그리고는 ‘젊은 후배들이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해서 
부족한 사람이 노회를 섬기게 되었다. 

그런데 노회가 끝나고 그 다음 날 교역자 연합회 친교모임도 예정되어 있
어 숙소에 모였다가 잠시 돌아볼 회원이 있어서 노회원들과 밤을 함께 하지 
못했다. 그 다음 날 아침, 식사시간에 들어갔더니 장난삼아 하신 말씀이겠지
만 노회장 탄핵해야겠다고 해서 그렇지 않아도 얼떨결에 노회장이 된 터이라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마음은 그렇게 편치 못했다. ‘그렇구나! 책임 있는 자
리는 그 마음의 내적 동기를 떠나 행동이 중요하구나 !’ 

지난 날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를 보면서 나의 대화법을 많이 생각해 보았
다. 사실 지난번 대통령의 각종 발언이 문제가 되었을 때 나는 이미 그전에 
속으로 ‘하나님, 정말 
목사 못하겠습니다. 너무 힘이 듭니다’라는 기도를 
드린 적이 있었다. 이내 하나님으로부터 ‘안하면 자식아, 너만 손해지 임
마 !’ 하는 책망을 받았지만, 나의 대화법이 반어법과 역설법을 통해 솔직
하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노대통령의 화법과 비슷하다. 

그렇지 않아도 평상시에 지도자로서의 덕이 약하고 말에 절제를 못하고 있
구나 생각하던 터에 교회로 돌아와 집사님들께 물어보았다. ‘집사님, 내가 
대통령 말하는 것하고 비슷해요 ?” 했더니 “네 목사님, 그러고 보니 말하
는 스타일이 노대통령과 비슷해요.” 그래서 일단 충격을 받고 또 다른 집사
님에게 가서 정말 그런가 한 번 더 물어봐야지 했더니 그 집사님도 “목사님
은 잘 나가다가 남을 배려한다는게 지나쳐서 오히려 상대방에게 오해가 될 때
가 있어요.” 그 얘기를 듣고 있다가 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사람은 다 이렇게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구나, 솔직하고 친근한 게 다는 아
니구나, 작은 구멍 하나로 댐이 무너지는 것이구나, 목회는 그렇게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이 더욱 가까이 찾아 왔다. 

탄핵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변화와 개혁 못지 않게 겸손과 포
용력의 지도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노대통령이 아니라 순전히 
나를 두고 한 말이었다. 내가 이 꼴이니 그동안 이런 나의 결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목사가 소신껏 일하도록 불평 한 마디 안하고 따라준 성도들 보기
가 민망해진다. 

나이가 들어가고 어떤 책임을 받았으면 나이든 멋이 있어야겠다. 넉넉하
고, 분별 있고, 포용력 있고, 잔잔해지고, 말을 새겨서 할 줄 알고, 들을 
줄 알고, 표정관리 할 줄 알고, 감정 절제할 줄 알고, 잘난 척 하지 않고, 
눈에 힘주지 않고, 교회와 성도들에게 온유와 겸손을 더욱 겸비하여 진실한 
주님의 사랑으로 편안하게 다가가야겠다. 

우리 모두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
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헌신한다면 국가와 사회와 가정과 우리가 섬
기는 교회의 문제가 훨씬 가벼워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