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간증을 경계한다
바울은 고린도후서 12장에서 자신이 신비한 세계를 경험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리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바울이 무엇을 보았을 것인지를 동경하고 갈망하는 자들의 목마름은 4세기 경에「바울의 묵시록」이라는 위경(僞經, Pseudepigrapha)을 낳았다.
「바울의 묵시록」은 바울의 의도와 반대로 온갖 신비한 현상들에 대한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교회는 이 책의 진정성을 부정하여 왔으나, 아직도 영적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저버리지 못하는 자들에게는 ‘효자손’과 같은 자료이다.
이런 현상은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천국과 지옥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이를 자랑삼아 떠들고 다니고 있고, 다른 편으로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이 경험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대리 만족을 삼으려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이야기를 말하는 자와 듣는 자 모두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개혁주의 신학이 가르치는 ‘성경의 충족성’(充足性, Sufficiency of the Bible)을 역행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경이 우리의 신앙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개인이 주관적으로 경험한 사실을 성경의 권위와 버금가는 것으로 인정하려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교회 성도들을 현혹시킨 자들은 대부분 은사주의계통에 속한 자들이었다. 그러나 요즘 한때 보수적 장로교단의 신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쳤으며 대형교회의 목회자였던 자의 황당한 이야기를 담은 책과 간증으로 인해 보수적 신앙을 가진 성도들조차 혼동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그가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그 인물이 바로 ‘그 목사’라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다.
우리는 영적으로 많이 어두워진 시기에 살고 있다. 교회 역사를 살펴보면 각 시대마다 영적 분별력이 흐려지게 되면 성도들이 상대적으로 ‘신비한 세계’를 동경하게되고,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이단이 출현하였다. ‘성경의 충족성’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주의 백성을 다루시는 방법을 이해한 교회의 고백이다.
차제에 우리는 천국을 사모하는 마음과 지옥의 존재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만큼만 알기로 작정하고, 내세에 대한 소망과 믿음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