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라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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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라앉고 있다

총회 산하에 전국의 모든 노회가 정기 봄노회를 마쳤다. 이번 회기에도 화기
애애한 가운데 여러 안건들을 결의함으로써 우의를 다지고 건덕에 모범을 보
인 노회들이 있다. 그런데 노회 후에 들려오는 뒷이야기들이 꼭 기쁜 승전보
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 가운데는 입맛을 씁쓸하게 만드는 소식들이 있
기 때문이다. 몇 가지만 추려서 보면 다음과 같다. 

어느 노회는 예리한 판단을 발휘하여 아주 과감하게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
에 연루된 목사를 면직했다고 한다. 대단한 용단을 내렸다고 생각된다. 하지
만 이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이 불편한 것은 면직된 목사가 합신 초기 출신이
라는 충격적인 사실 때문이다. 이에 비하여 어느 노회는 너무 관용적이었다
고 한다. 해외에서 우리 교단의 교회를 쪼갠 일로 말미암아 여러 해 동안 노
회의 골머리를 아프게 했던 목사를 간단히 용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노회에는 교리논쟁이 발생해서 총회의 신학위원회로부터 대답을 들었는데 문
제의 당사자인 목사가 여전
히 불복하여 시끄럽다고 한다. 
이 모든 사건들은 서로 사안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것들의 원인을 곰곰이 따
져보면 세 가지 불안한 요소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
다. 첫째는 신학의 불안이며, 둘째는 교회정치의 불안이며, 셋째는 목회자 
윤리의 불안이다. 

첫째, 때때로 교단 내에 많은 목회자들이 우리 신학을 결핍하고 있거나 우
리 신학에 대하여 왜곡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노회에서 교리 논쟁이 터지면 목회자들이 오류를 분별하지도 못하고 진리를 
표명하지도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만다. 목회자들이 성경과 신학을 부지런
히 연구하지 않고 도대체 무엇에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둘째, 교회정치에서는 법을 따르는 것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누구라도 알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교단에서도 많은 경우에 법보다 인심이 앞
서는 정치가 행해지는 것 같으며, 그 결과 진리가 인간관계에 의해 무참하
게 질식되는 악한 일들을 보게 된다. 특히 목사를 살리기 위해서 교회를 죽
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을 때 인맥에 대한 집착이 진리에 대한 집착보다 질

다는 것을 보게 된다. 

셋째, 여기저기에서 도덕성을 잃어버린, 아니 조금 세게 말하면 도덕성을 경
시하는 목회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하지만 목사가 윤리적이지 않다
면 목사에게 더 이상 요구할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임
에도 불구하고 거짓에 능수능란한 목사를 눈감아줌으로써 회개도 권징도 그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게 실종한 경우들이 이미 우리 앞에 너무나 많다. 

위에 열거한 대로 지난 봄노회에서 발생한 몇 노회들의 대표적인 사건들에 
관해서 들을 때, 그리고 그 사건들의 배후에 자리잡고 있는 원인들을 살펴
볼 때 한 가지 생각을 뿌리칠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가라앉고 있다. 우리
가 침몰하고 있다는 현실을 그다지 실감나게 느끼지 못하여 정말 그런가 하
고 반문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문제들이 예전부터 
늘 있어왔으니 지금이라고 해서 무슨 특별한 문제가 되겠느냐고 물을지도 모
른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모든 사건들을 보면서 두려워하는 것은 침몰의 가속도 
때문이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던 손상이 큰 배를 순식간에 가

앉게 만든다. 본래 침몰이란 가속도 때문에 치명적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침몰의 가속도이다. 교회에서도 경우는 다를 
바 없다. 성경에서 이스라엘과 초대교회가 그랬고, 역사에서 소아시아의 교
회들과 유럽의 교회들과 신대륙의 교회들이 그랬다. 

그러므로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전
면적인 가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것, 그리고 다시 바르
고 힘차게 부상하기 위하여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절실하게 요청된
다. 
신학과 정치와 윤리를 회복하기 위하여 기회를 잃기 전에 미스바에서 있었
던 사무엘의 결단이든 성전 앞 광장에서 있었던 에스라의 결단이든 당장 우
리는 무엇인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