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의 직무에 대한 바른 이해
우리 교단의 헌법(정치 제9장 제1조)에는 장로의 직무를 여섯 가지로 규정하
고 있다. 더 세분하면 열 가지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다음과 같이 더 요
약할 수도 있다.
첫째, 장로는 신자의 대표자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의(自意)로 일을 하지
않고 목사와 함께, 목사의 목회 사역에 협동하는 것이다.
둘째, 신자의 육신과 물질과 관계된 문제를 취급하는 집사와는 달리 신자들
의 영적 상황과 교리와 도덕적인 문제를 보살피는 것이다.
셋째, 다른 모든 직분자가 그렇듯이 장로의 직무도 신자들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을 돌보고 섬기는 것이며 그 주된 수행 방법은 기도와 심방이
다.
그러나 거의 모든 지교회의 목회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잘못
된 현상과 그것이 교회에 끼치고 있는 부정적인 결과가 심각해 이에 관한 장
로들의 바른 이해와 개혁의지가 요구된다.
첫째, 장로가 신자의 대표라는 말은 교인들을 마주보고 섬기는 목회자와 나
란히 하여 그 목회 사역
에 동역하라고 선출된 일군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신
자의 대표라는 말을 신자들을 등에 업고 목회자에게 마주서서 신자의 의견
을 대변하고 목회자를 견제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목사와 긴장 관계를 갖고
있는 장로들이 적지 않다.
마치 목사는 교회의 경영자요, 장로는 노조위원장인 것처럼 착각하여 서로에
게 껄끄러운 존재가 되어 목사들은 장로 없이 목회를 하려고 하고, 장로들
은 목사 견제를 강화하려는 쪽으로 나가려 하므로 목사와 장로가 본래와는
반대로 좋지 않은 관계로 나아가고 있어서 교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목회자와 장로 모두가 교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항존직이요, 동역자라는 의식
을 갖고 존경하며 동역함으로써 주님과 교인들을 섬기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
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장로의 본연의 직무는 목사와 함께 교회(교인들)의 영적 상황과 교리
와 도덕적인 문제를 취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장로가 본연의 직무보다는 집
사들의 직무인 신자들의 육신과 물질적 문제와 그와 관련된 일을 직접하거
나 그렇지는 않으면 집사들이 하는 일을 감독하고 심지어 지시하는 것을 당
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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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집사의 직무와 사역이 축소될 뿐 아니라 장로와 집사 사이에 수직
적 계급 관계가 있는 것 같이 인식되고, 집사직분을 장로직분에 이르는 과정
으로 오해하는 풍조가 자리 잡게 된 것이 교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장로 여러분이 본연의 직무에만 충실하므로 이러한 문제 해결에 앞장 서 주
기를 바란다.
셋째, 교회의 모든 직분자들이 그렇듯이 장로의 직무 성격도 신자들을 섬기
고 보살피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섬김을 받고 다스리는 특별한 존재가
된 것으로 행동하여 신자들에게서 권위주의자의 상징과 같은 존재가 된 장로
들이 적지 않다. 또한 장로가 교인의 집을 심방하여 그 희로애락을 같이 하
기보다는 특별히 치장된 당회실에서 회의하는 일과 자기의 주장을 관철하는
일에 더 몰두하고, 교인을 위하여 기도하기보다는 감독하고 지시하려 하는
것이 교회에서 문제가 된다.
개혁교회에서 교회의 직분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교회
의 한 회원으로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여당과 야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서 다투고 경쟁하
는 것을 못 마
땅하게 여겨 왔다. 그러면서도 목회자와 장로가 그 비슷한 행
태를 보이므로 교회와 교인 모두에게 손해를 끼쳐왔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
다.
모든 장로가 목회자와 함께 교회와 교인을 섬기는 목회의 동역자가 되어 주
기를 바란다. 특히 모든 장로가 집사의 직무는 집사에게 맡기고 장로 본연
의 직무에만 전념한다면 훨씬 단단하고 아름다운 교회로 성장할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세속 사회에서도 섬기
는 리더십이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 교단의 모든 장로가 신자
를 섬기고, 돌보고, 기도하는 일에 앞장을 섬으로써 주님과 신자들을 아울
러 행복하게 하고, 목회자와 신자들에게서 사랑과 존경을 받는 장로의 본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