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인가 아니면 개방적인가?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제91회 총회가 끝난 지 두 달이 가깝지만 짚고 넘어
가야 할 문제가 있다. 이것은 두 달 전의 문제라기보다는 앞으로의 문제이
기 때문에 그렇다. 여러 가지 면에서 26년이 지난 지금 과거의 모습과 현재
의 모습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긴급동의안으로 총회에 상정된 합동측과의 교류 건에 대한 논의는 어느새 우
리가 독선적인 사람, 폐쇄적인 교단이 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를 가지게 한
다. 비록 몇몇 분의 발언이겠지만 총회에서 발언하는 것을 보면 단순한 기우
로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 단체나 교단과 연합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너무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생각에 사로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
을 말하고자 함이다.
첫째, 교단의 폐쇄적인 성격이 성경적인가 아니면 우리의 아집과 고집 때문
인가?
예수님은 대제사장의 기도를 올리실 때 “우리가 하나인 것처럼 저희도 하
나 되게 하옵소서”라고 하나 되기를 기도하셨다. 하나 됨의 원리는 성삼위
n일체 하나님에게서 찾아야 한다. 바울은 에베소 성도들에게 성령이 하나 되
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고 가르친다. 유대인과 이방인, 남자와 여자, 주인
과 종이 하나 되는데 있어서 모든 겸손과 온유 그리고 오래 참음으로 서로
용납하는 가운데 하나 되어야 한다.
둘째, 우리 총회의 소집 선언문을 읽어보았는가?
총회 소집 선언문 7항에는 “우리는 분열의 상처와 아픔을 거울삼아 자신의
정화와 개혁(딤전 4:16)을 중심으로 하는 진리운동을 추진할 뿐 아니라 회개
와 용서와 관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화목과 합동 운동(엡 4:1-6)을 펴
나아가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동 선언문 10항은 “우리는
우리 자신부터 개혁하면서 독선주의나 폐쇄주의를 금물로 생각하고(빌
4:5), 개혁주의 신앙과 개혁운동에 동조하는 이들을 기쁘게 영입한다. 다만
지원해 오시는 이들에게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잠 19:2) 위원회로 하여금
접촉케 하고 합리적인 서약 절차를 밟게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세월이 아무리 많이 흘렀어도 우리 총회가 소집될 때의 선언문은 변하지 않
았다. 이런 정신은 교단의 정체성을 확고히 세우거
나 정신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다. 강산이 두 번이 바뀌고 세 번째 바뀐다 할지라도 선언문을 망각하
는 일은 결단코 옳지 않다.
셋째, 우리 교단의 헌법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우호적인 교단과의 합동’이란 조항이 있다. 다른 교단과 합동할 수 있다
는 뜻이다. 헌법의 내용을 몇 가지로 간추려 보면 본 교단이 총회적 결정에
의하여 우호적 관계를 맺고 본 교단과 강단 교류나 수양회나 기타 방법으로
수년간 교통하여 온 교단과의 합동에 대한 내용이다. 우호적인 교단이 합동
을 제안해 오거니 혹은 본 교단의 노회들에 의해 그렇게 되었을 때 총회는
먼저 합동위원회를 조직하여 연구하게 함으로 합동 방안이나 그 가부를 다
음 총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합동위원회의 보고를 받은 총회는 각 노회의 찬성 표결을 얻어야 한다. 노회
수의 3분의 2이상의 가표와 투표자 총수 3분의 2 이상의 가표를 얻어야 한
다. 그리고 투표 결과가 좋을 때 합동하게 되어 있다. 이런 내용들은 우리
가 총회적으로나 노회들이 수의해서 결의해 놓은 헌법이다.
넷째, 총회 규칙에는 합동위원이 있다. 총회가 합동 문제가 대두되면 정치부
n로 보내는 것보다는 합동위원이나 접촉위원을 구성하는 것이 더 옳았을 것이
다.
다섯째, 이미 다른 교단과의 합동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이미 다른 교단과 합동하는 아름다움을 맛본 교단이다. 그것이 좋든
싫든 경험해 보았다. 지금에 와서 특정 교단과의 합동은 재론하지 않기로 했
다고 주장하거나 교단간의 합동에 대하여 말한 사람을 이방인처럼 대우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이 자기 모순에 빠져 있든지 아니면 자가 당착에 걸려든 것
과 다를 바 없다.
합동측이 우호적인 교단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발언도 그렇다. 그
렇다면 어느 교단이 우리의 우호적인 교단이란 말인가? 이미 지난 26년 동
안 우리 교단이 교류하고 영입하는 데 있어서 첫째가 항상 합동측이었다. 6
개 교단을 말하든지, 8개 교단을 언급하든지 합동측이 제일 먼저 거론되었
다. 너무 역사를 왜곡하거나 과거를 지나치게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단과
의 연합에서 합동측을 제외시켜 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
가?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주장이나 아집은 버리는 것이 좋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과 거리가 멀고, 성경이나 헌법 그
리고 규칙이나 우리가 이미 경험한 모
든 것들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좀더 아름답고 신선한 개방적이고 개혁주의적인 발상으로 하나님 나라를 위
하여 힘을 모으고 하나 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