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복음,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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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복음, 어떻게 볼 것인가?

박형택 목사_화평교회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학회가 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유다복음’을 
전면 공개했다. 

부활절을 한 주간 앞둔 시점에서 공개된 유다복음에 대하여 윤철원 서울신대 
교수는 “왜 하필 부활절을 앞두고 기독교 신앙에 반대하는 문서가 나타났는
지 주목해야 한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유다복음의 복원 과정에서 메세나 
재단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것을 만회하려는 고도
의 계산된 상술이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신학자들은 유다복음이 공개됐다고 해서 기독교 역사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
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고 그저 이단 종파의 해석서일 뿐 예수 그리스도
의 실제 생애와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사실 유다복음은 성경의 위경(僞經)중 
하나에 불과하다. 

성경은 전체 신·구약 66권을 정경(正經)으로 채택하고 있다. 정경에는 채택
되지 않았지만 연구나 교훈의 가치가 있는 문서들은 외경(外經)으로 분류돼 
카톨릭
의 공동번역 성서에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 밖의 책은 꾸며낸 이야
기들로 ‘위경’으로 분류된다. 유다복음은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수많은 위
경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공개된 유다복음은 가룟유다가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것은 예수님의 요청
에 의한 것으로 유다가 예수님의 구원 사역을 완성하는데 있어 도구가 되었으
니 유다는 공헌자라는 내용이다. 유다복음에는 예수님이 유다를 다른 제자들
보다 특별한 위치에 두고 유다를 향하여 “네가 모두를 능가할 것이다. 왜냐
하면 너는 인간의 형상을 이 땅에 온 나를 희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번 번역 프로젝트를 이끈 루돌프 카세르 제네바 대학 교수는 이처럼 예수
가 유다에게 자신을 배반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기술된 데 대해 “예수는 자신
을 육신에서 해방시켜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며 “적보다는 친구에 의한 해
방을 선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이는 일반 대중에게는 모반이지만 예
수와 유다사이에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실 유다복음은 영지주의의 산물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그 이유는 유다복음
과 영지주의가 
말하는 구원의 원리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ticism)는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아주 어렵지만 대체
적으로 이성(理性)을 중시하는 일반 기독교의 주지주의(主知主義)적 전통에 
맞서 신비적 신앙 지식(靈知, gnosis)에 의해 인간이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
고 주장한다. 신의 세계가 타락하여 물질이 생겼고 열등한 신인 데미우르고스
가 세상을 창조했으나 순수한 영적인 본질, 신성의 흔적이 일부 영혼들에게 
심어져 있기 때문에 구속자가 그 신성을 추구하여 물질적 세상으로부터 도피
할 수 있는 길을 계시하러 왔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구원은 죄로부터 구원이 
아니라 무지로부터의 구원이며 지식(gnosis)이란 자기의 진정한 자아와 신적 
세계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지식을 말한다.

유다복음의 내용은 바로 이러한 영지주의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예수
는 구속자로서 하늘의 참된 지식을 전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으며 그 목적을 
이루면 거룩하고 위대한 세상으로 가기 위해 육체적 모습을 벗어야 한다는 것
이 기본구조다. 따라서 가룟 유다의 예수 배반은 예수가 자신의 목적을 이룬 
뒤 거룩하고 위
대한 세대로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그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다복음에서 읽을 수 있는 것 중에 ① 가룟 유다의 특별한 위상 ② 열두 제
자와 성만찬의 강한 부정 ③ 유다의 자살 부인인데 전혀 성경과는 상치된다. 
짧은 내용의 글이지만 추정할 수 있는 것은 1세기 후반 내지는 2세기 초 영지
주의 분파인 가인파(Cainites/가인을 숭배하는 사람들)가 가룟 유다를 예찬하
면서 만들어 낸 픽션으로 여겨진다. AD 180년경 기독교 변증가인 이레네우스
에 의해 처음으로 언급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성경의 흐름에 일탈한 것을 보
면 이단 집단이 꾸며낸 허구적 얘기가 분명하다. 이미 유다복음은 성경학자들
에 의해 위경으로 판명이 났다. 

이미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어 나왔는데 프레시안 신문사가 주관한 것으로 알
고 있다. 프레시안은 이 유다복음이 과거 2000년 동안 유지되어 온 기독교 전
통은 물론이고 현재의 지식 세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는 판단 아래 국내 최초의 한국어 완역 본을 소개했다. 프레시안 번역·해설
= 한문덕(기독교전문 한들출판사 연구원·향린교회 전도사).

그런
데 프레시안에서는 유다복음을 경직화되고 계급화되어 가는 초기 기독교
회의 한 모습을 비판하는 것으로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
다. 

“이단으로 규정되어 사라졌다가 2000년 만에 다시 발견된 이 유다복음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부드러운 생명과 끝없는 정신의 자유를 억압하고 말살하는 
경직화되고 획일화된 종교의 모습에 대한 비판정신일지도 모르겠다. 기독교
의 부활절(4월16일)을 앞두고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기독교와 모든 종
교의 본모습을 그려보는 데에 이 유다복음이 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
다.” 

그러나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유다복음은 역사적 진실을 알려주는 책이 아
니라 성경의 역사와 배치되며 신화적이며 신비적인 허황한 내용으로 가득 찬 
이단들의 꾸며낸 것을 기록한 책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