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호모우니우스 리브리_안만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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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우니우스 리브리

 

< 안만길 목사, 염광교회, 부총회장 >

 

목회자들에게 사가독서제도가 주어진다면 매우 유익할 것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가을을 일컬어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선선한 날씨가 책을 읽기에 매우 적합하다.

 

‘호모 우니우스 리브리’(Homo unius libri)라는 말이 있다. 즉 ‘한 책의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책 중의 책은 바로 성경이 아니겠는가? 우리 신앙의 바탕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교회에서 참으로 성경을 사랑하셨던 분들을 소개하고 싶다. 한 분은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다. 이분은 강씨 성을 가진 권사님으로 자녀들 가운데 한분은 간호사로 인도 선교에 크게 헌신하고 있다.

 

이 권사님은 성경을 필사하셨다. 심방을 가서 뵐 때면 언제나 작은 앉은뱅이 책상위에 성경과 필기구와 대학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볼펜도 언제나 꼭 같은 세필류였다. 그분은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정성을 다하여 필사하셨다. 그것은 마치 인쇄체와 방불할 정도였다. 성경을 쓰시면서 많은 은혜를 받으신다고 고백하였다. 하늘을 나는 학과 같이 깨끗하고 정신이 맑고 투명하신 분이셨다.

 

점점 더 나이가 들어가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목사님 저는 이렇게 기도해요! 하나님 이제는 깨지 않는 잠을 주세요”라고 기도하신다고 하셨다. 정말 그분은 하나님의 때에 깨지 않는 잠을 주무시게 되셨다. 성경을 매우 사랑하셨던 분이다.

 

또 한분이 계신다. 이분도 앞에 언급하였던 권사님과 성도 같으신 분이다. 이 권사님은 목욕탕을 운영하고 계신다. 옛날 형태의 목욕탕이다. 입구에 작은 수납처가 있다.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그 앞을 지나로라면 어김없이 그 곳에서 성경을 읽고 계신다. 변함이 없으시다.

 

한번은 권사님께서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심방을 가서 예배 후에 담소를 나누면서 권사님의 성경을 볼 수 있도록 요청하였다. 매우 오래되어 손때 묻은 낡은 성경이었다. 뒷장에는 통독한 날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렇게 많은 회수를 통독하고 계셨던 것이다. 참으로 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성경을 사랑하시는 권사님이신가를 새삼 발견하였다.

 

하나님의 말씀이 흐려질 때 우리의 신앙도 희미해지고 오류가운데 빠지게 된다. 오늘날 창궐하는 이단 사이비들을 볼 때 성경의 바른 이해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한국 교회에 이런 현상이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는데 모든 성도들이 말씀위에 굳게 서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경건서적을 집필하여 크게 히트를 친 어느 저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책들이 잘 팔리려면 중학생 정도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된다고 하였다. 아마 이것은 보편적인 독자들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면에 우리 신자들은 신앙의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과 더불어 경건서적들을 함께 읽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기본적인 개혁신학에 관한 책들에게 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갈 때 바른 신앙과 바른 교회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목회자들도 많은 시간을 말씀연구와 독서에 더욱 전념해야 할 것이다. 세상의 수준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 목회자들이 뒤쳐진다면 그 강단의 힘이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회에서는 목회자들이 더 깊이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함이 옳을 줄 안다.

 

일찍이 세종대왕은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하들에게 다음과 같이 어명을 내렸다고 한다. “내가 호명하는 사람들은 내일부터 이곳 집현전에 나오지 말고 고향집이나 어느 고요한 곳에 가서 독서에만 전념하도록 하여라.”

 

이렇게 세종대왕은 임금이 된지 8년째 되던 해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학자들이 일정 기간 동안 업무의 부담을 갖지 않고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휴가를 주는 것이었다. 어쩌면 교회에서 목회자들에게도 사가독서제도가 주어진다면 매우 유익할 것이다. 말씀을 더욱 깊이 연구하고 폭넓은 지식을 얻으므로 강단이 풍요하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이 아름다운 계절에 호모우니우스 리브리, 즉 ‘한 책의 사람’으로서 말씀에 더욱 전념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