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교회의 정체성 회복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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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회의 정체성 회복이 시급하다

김재성 교수/ 합신

최근 우리 한국사회의 각종 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 중에 하나는 
정체성 부재로 인한 혼돈이다. 날이 새고 나면 여당과 야당 사이에 국가의 정
체성 논란으로 짜증스러운 논쟁거리가 들려오고 있다. 우리 한국 사회는 과
연 우리가 문화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를 의심하게 하는 사건들이 터져 나
오고 있다. 과연 지금 한국인, 한국 사회를 일컬어서 소위 선진국들과 다름없
이 현대화된 사회 체제와 교육환경을 구비하고 있으며,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좋은 가치관을 배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스물 두 건 이상의 연쇄살인을 저지른 한 흉악범의 행각을 되
짚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면수심의 살인마인 당사자는 교회에 나간 적
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빈번한 자살과 이혼, 거듭되는 부패의 악취를 접하면
서 현대 한국인들의 정체성이란 무엇이며 과연 인간성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인간 본연
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우리 한국 사회에
서 과연 교회는 어떠한가? 교회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분명하고 있으며 교
회론이 정확하게 정립되어 있는가?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나이며, 거룩하고, 우주적으로 보편적
인 공동체요, 사도적 터 위에서 건설된 하나님 나라의 대행 기관이다. 초대교
회로부터 시작해서 지난 수 천년 동안 이 땅위에서 지속해오고 있는 교회는 
네 가지 속성 (one, holy, universal, apostolic)을 본질적으로 공감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이 21세기를 접어들면서 개신교회 전체가 자체의 정
체성에 대한 의식이 희박해지고 있다. 

20세기에는 교회 일치를 주장하는 에큐메니즘 운동이 교회사에 새
롭게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교회론이 치명타를 입었다. 포괄주의자들과의 신
학 논쟁이 가열되었고, 그로 인하여 세계적인 연합운동을 놓고서 세계교회가 
예민한 분쟁에 휩싸였다. 그래서 교단이 만들어지고 각 교파간의 갈등이 첨예
하게 맞서고 있었는데, 21세기에는 그러한 신학적 민감성마저도 엷어지고 있
다. 교회론에 관련된 교리적인 차이는 거대한 교단들과의 교제를 함에 있어
서 걸
림돌이 될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본연의 권위를 상실하고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은 연합운
동이나 세계적인 기독교 통합 단체가 없어서가 아니다. 철학과 인간적인 휴머
니즘 사조들이 계시(성경)를 대체하는 순간부터 잘못되기 시작한 것이다. 많
은 사람들이 교회에 출석하고, 빠지지 않고 예배를 드리지만, 습관적으로 변
질되어 버리면 안 된다. 

20세기 위대한 개혁주의 설교자 마틴 로이드 죤스는 청교도 신앙
의 쇠퇴를 걱정하면서 복음적인 교회 건설에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성
경이야말로 하나님 자신의 계시로서 교회가 받들어서 따라가야 할 진리인데, 
인간들의 사고를 덧칠 해 가지고 각종 의도된 발언들을 하고 있으니 교회가 
그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현대주의 사상과 신학들의 강조점은 ‘칭의’와 ‘성화’의 은혜로우
신 하나님 중심의 구원론이 아니다. 인간의 진화론과 각종 헛된 시도들이 신
학의 이름 하에 자행되어서 결국 성경에 담겨진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새
생명에서 나오는 영생의 양식이 쇠퇴하고 말았다. 

성도들의 
입맛을 즐겁게 해주려는 노력으로 변질되어 가는 현대교
회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진리의 선포에 목숨을 거는 것이 아니라, 사람
들의 기호에 맞추어서 감정주의와 가벼운 종교적 도취로 끌고 가는 것이라면 
그것이 과연 교회가 취할 예배의 정신인가? 

성경에 나오는 복음 전도자들은 예수 그리스도 이외에 다른 것을 
전하지 않았다. 그들은 결과보다는 복음 자체를 전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
었다.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접하여 회개하게 하는데 열심을 다했다. 
아테네에 도착한 바울 사도는 신전과 철학자들로 가득 찬 도시에서 예수 그리
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전파하는데 열성적이었다. “내가 너희 가운데서 그리
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
다.”

현대인들은 구원에의 열망과 노력을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인간의 
지식을 학교에서 교육하고, 그 인간의 가능성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면 얼마
든지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인간의 죄악과 전적 타락, 
인간의 부패와 무능력에 대한 고백과 회개를 거부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어지는 대속적 은총과 그의 부활에 연계된 새로운 생명
의 탄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복음의 선포에도 불구하고, 구세대의 낡은 종
교적 전통이라고 외면하고 있다. 복음만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말한다면 고루
한 교회라고 무시할 것이다.

오늘의 교회는 도대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정보다는 세상적인 칭찬과 평가인가의 구별
의식도 없이 인본주의로 치닫고 있는 현대교회들의 정체성 상실 현상이다. 정
의심도 결여되어 있고, 헌신적인 충성도 떨어지며, 점점 더 감각적인 예배 형
태로 기울고 있는 현대 기독교인들을 양산하는 책임이 교회에 있다고 할진
대, 바른 교회관을 가지고 있는 교회는 수치스러워할 것도 없고, 변명할 필요
도 없이, 묵묵히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는 일을 지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