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과 교회의 역할

0
26

탄핵 정국과 교회의 역할

송영찬 국장 daniel@rpress.or.kr

2004년 3월 12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56년 헌정사상 최초로 가결됐
다. 현직 대통령은 그 권한이 중지되고 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
게 된 것이다. 더구나 제17대 총선을 불과 한달 여 앞두고 16대 국회의원들
의 회기 말기에 가결되었다는 점에서 이 사태가 정치적 성격을 강하게 지니
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정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낳
고 있다.

아직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우리나라 국정은 비상 체재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탄핵안 가결의 
주 세력인 야당들이 향후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국정에 최선의 협조를 다하
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이번 탄핵안 가결이 총선 정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
친다는 점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헌법은 탄핵 사유로 ‘대통령의 직무 집행에 있어서’위헌 혹은 위법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의 표
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권
력의 남용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정치적 혹은 감정적인 
이유로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킬 수 있는 탄핵을 발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
다.

보통 국회의 안건 처리는 국회법에 규정된 대로 제안 설명에 이어 토론을 거
친 다음 표결로 이어진다. 때로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날치기로 통과시키
는 편법과 탈법을 국회가 행한 일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무책임한 행위
를 하나의 관행처럼 알고 있다면 이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대
통령 탄핵 소추안은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국회로서도 극도로 진지하게 행사해야 할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실제로 탄핵안 표결 과정이 그렇게 진지하게 이루어졌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투, 개표의 비공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개표 참관인도 
배치되지 않았고 일부 의원들의 투표가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말았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 상정에서 표결까지 불과 50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는 것도 지
적되고 있다. 

비록 그 절차가 합법적이라 할지라도 탄핵에 대한 충분한 사유도 제시되지 않
고 
규정된 표결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방법으로 대통령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행정 권력에 대한 의회 권력의 침해일 수 있다. 이것은 헌법상의 삼권분
립 원칙에 반하여 역설적인 헌정 문란을 초래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초유의 사태는 탄핵안이 가결되었느냐 부결되었냐 하는 문제를 떠나 우
리나라의 모순된 정치 형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우리나라 헌정사가 이번 사태
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기독인들의 책임을 결코 회피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 통치하신다
는 엄연한 현실에 대한 긴장감이 그동안 너무 무디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
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지난날의 정치 형태에 대
해 때론 적극적으로 때론 무관심으로 대처해 왔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정
치 상황이 전개되기까지 너무도 안이하게 대처해 오지 않았나 하는 부끄러움
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반핵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서 한반도는 북한과 
미국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의 정세가 그만
큼 불안하다
는 것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은 위기감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
다. 아울러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도덕적, 윤리적 해이 감으로 말미암
아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교회는 지금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시대의 도덕성 회복이라고 하는 중요
한 이슈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정작 한국교회가 침묵한다
면 하나님의 통치 기관으로서 교회의 사명 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과 같다. 
무론 우리나라가 과거 이스라엘처럼 신정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모든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은 것이 없다(롬 13:1)는 사도 바울의 지적을 감안한
다면 결코 잠잠해선 안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주요 시기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해 왔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소리 없이 나라와 민
족을 위해 기도하는 수많은 성도들이 있기에 이 정도라도 평화를 누리고 있
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교회가 힘을 합쳐 전력을 다해 하나님께 
기도해야 한다. 

국가의 위기 상황 앞에서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
다. 그렇지
만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한국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찾는 것이 더 급
하다. 바로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시대에 만연해 있는 도덕적 불감증에 대해 
우리가 먼저 눈을 떠야 한다. 

이번 사태는 보수냐 개혁이냐 하는 싸움이 아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얼
마나 바른 신앙을 세우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 시대가 얼마나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살고 있느냐에 대한 싸움이다. 이 싸움의 성격을 분명히 규명하지 않
을 경우 한반도의 평화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
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