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신’에 ‘비합신’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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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신’에 ‘비합신’이 있는가?

송영찬 국장

요즘 어쩌다 들리는 말들에 의하면 우리 교단 안에 대립되는 세력이 있다는 
우려에 대한 것이다. 즉 합신 출신과 비합신 출신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
는 것이다. 이것은 교단의 정체성 확립에 비추어 볼 때 그냥 넘겨버릴 성질
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주의를 요하고 있다.

우리 교단은 탄생 과정에서부터 개혁주의에 입각한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
른 생활이란 기치를 걸고 지금까지 오직 한 길을 걸어 왔다. 이 점은 지난 20
여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자타가 공인하는 것으로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
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신, 비합신’ 출신을 구분한다는 것은 이러
한 개혁 이념을 모호하게 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 교단은 총신 출신이 주축이 된 예장 합동으로부터 
개혁 이념을 정립하고 이 땅에서 성취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1979년 교권주의
자들로 인해 합동 측이 주류와 비주류
로 분리되면서 4분5열 될 때 우리 교단
은 주류나 비주류에 가담하지 않고 과감하게 개혁 교단으로 홀로서기를 단행
했다.

당시 개혁 교단을 설립하기 위해 총신 출신이라는 명분과 함께 합동 교단에
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나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고 예장 합동 교단에서 떠
나왔었다. 그 가운데는 부자지간, 형제지간이라는 혈육의 관계, 또는 좋은 여
건의 목회지와 장래에 대한 보장까지도 과감하게 정리한 이들이 지금도 우리 
곁에 건재하고 있다.

우리 선배들은 이처럼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개혁이라는 일념으로 우리 교단
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특히 1981년 총신에서 나오신 고 박윤선 박사를 중심
으로 합동신학교를 설립함으로써 오늘날 개혁주의 신학의 발판을 마련한 것
은 위대한 업적이라 치부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5년 비주류 계열인 청담측과 교단간의 합동 논의가 있었지만 우리 선배들
은 정치적인 명분보다는 개혁 이념을 파수하기 위해 아쉽지만 교단 분열이라
는 아픔을 감수하기도 했다. 그리고 ‘합신’으로 교단 명칭을 바꾸면서 새롭
게 전열을 가다듬고 개혁 이념을 추구해 왔던 것이다.

그 결
실로서 한국 교계에 자랑스럽게 내 놓을 수 있었던 것이 1100여명에 이
르는 합신 출신의 후배 목회자들이다. 이들은 지금 교계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우리 교단과 합신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선배들의 피땀어린 노력
과 기도와 후원에 힘입어 합신 출신들의 후배들이 오늘날 이처럼 한국 교회에
서 선망의 대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교단 선배들이 후배 목회자들을 바라볼 때 우려할 점이 많
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그 대부분의 내용은 다름 아닌 목회 현장에서 선
배들과 후배들과 사이에서 벌어지는 목회관의 차이에 대한 것이다. 비록 목회
관의 차이점이 선배들의 노파심에서부터 나왔다 할지라도 후배들에 대한 불안
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것은 장래가 촉
망되는 대부분 후배들이 한창 성장할 시기인 30-50대라는 점에서 더 우려가 
된다. 

되돌아보면 지금 우리 교단의 주역인 선배들 역시 20여 년 전에는 30-50대의 
장래가 촉망되는 건실한 사상을 가진 분들이었다. 그들 역시 합동측을 떠나 
올 때 선배들로부터 적지 않은 지탄을 받은 기억이 생생할 것
이다. 선배의 말
을 거역한다거나 선배를 선배답지 않게 여긴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을 것이
다.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용할 수 없는 지탄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 건장했던 그들이 지금은 50-70대가 되어 우리 교단의 중역으로 자리잡았
다. 그리고 힘써 길러 온 후배들이 조금씩 교단의 빈자리를 채워 나가고 있
다. 합신 출신의 후배가 어엿한 교단장으로 존경받고 있다는 것을 보면 새삼 
옛 일도 기억나고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바로 오늘을 위해 묵묵히 주님만을 
바라보고 오지 않았던가?

선배들은 20여 년전 개혁의 주된 세력이었다. 이제 그 바톤을 후배들이 이어
받은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어쩌면 선배들의 눈에 비치는 후배들은 아직 설
익은 듯한 떫은맛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총기가 번쩍거리는 후배들
을 보면 믿음직한 구석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이쯤해서 후배들은 먼저 선배들의 숨은 공로에 대해 무언가 감사의 표를 해
야 한다. 선배들의 헌신적인 공헌이 아니었다면 합신도 존재하지 않았고 오늘
날 우리들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배들 역시 후배들이 건실하게 성장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를 보여
주면 좋을 것이다. 혹 우려가 되는 모습이 보인다 할지라도 그것은 아직 경력
이 모자라 세련되지 못한 것에서 나온 것이라고 여겨준다면 더 없이 좋을 것
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 교단 안에서 ‘합신, 비합신’이란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
다. 우리 교단은 총신 출신이든 합신 출신이든 혹은 타 교단 출신이든 오로
지 개혁 이념을 위해 합신 교단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모인 ‘합신인’이기 때문
이다. 합신 교단 소속이라면 그 출신 성분을 따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
는가? 

비 건설적이거나 비 생산적인 일에 정력을 낭비하기보다는 우리 교단의 개혁
이념을 더욱 드러내기 위해 그리고 우리 교단이 한국 교계를 바로 인도하는 
견인차가 되는 일에 합심하여 총력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랑
스런 ‘합신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