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과 구별된 교회 정체성 회복되어야
최근 보도를 돌이켜 보면 한국 교회가 처한 위기 상황이 어떤 것인
가에 직면할 수 있다. 영생교의 우종진씨 일행의 집단 자살 사건은 이
런 점에서 하나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우씨는 정규 신학교를 졸업했다.
한 때 그는 100여명의 신도를 가진 교회에서 목회에 종사하던 사람이
었었다. 그러던 그가 교회의 이름을 빙자하여 사람들을 미혹해 영생교
를 설립했던 것이다. 더욱이 우씨가 남긴 메모지 등에서 발견되는 여러
내용들을 볼 때 그들이 성적으로 문란한 사이비 집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참으로 경악할 일이다. 이 사건의 전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오늘날의 교회가 타락하고 있다는 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
가?
대다수 목회자나 교회가 아무리 건전한 신학과 신앙을 표방하고 있
다 할지라도 영생교와 같은 사건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교
회가 당면한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겉
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우씨와 같은 목회자들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점
이다. 그런 인물들이 건전하지 못한 신학 사상을 가지고 교회의 권위를
앞세워 얼마나 많은 성도들을 미혹하며 병들게 할는지 알 수 없다.
나아가 목사의 가르침에 대하여 신학적으로 분별하고 바른 사상을
추구할 수 있는 평신도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한국 교회의 질적 수준
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미 익히 알
려진 다미 선교회나 오대양 사건 등과 그 맥낙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
이다. 극단적인 종말론적 사상을 강조한 결과 지나치게 현실 도피적인
생각에 치우친 한국 교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미혹된 신도들이 그처럼 저급한 수준에 머물고 있었던 것
은 복음의 가르침을 분별할 수 있는 실력이 그들에게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신도들의 수준이 하향화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한
국 교계의 지나친 분파주의가 그 원인이 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초기 한국 교회는 사회를 개도하거나 지도할 만큼의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교단이 확장되고 교권 다툼이 발생하면서부터
한국 교회는 사
분오열되기 시작했고 급조된 신학교에서 무자격 목회자
들이 다량 배출되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외형상 양적으로 팽창의
길을 달려왔을지라도 그 내면에는 신학 부재, 목회관 부재, 윤리 부재
의 목회자들이 이 사회 여러곳에서 적지않은 부작용을 일으켜 왔던 것
이 사실이다.
한국 교회는 이번 영생교 신도 집단 자살 사건을 단지 일개 사이비
집단의 광적인 자살 사건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개신교 사이비 집단이
나 이단이 이 땅에서 활개칠 수 있는 것도 개신교회가 그들에게 발판
을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먼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신학
교육에 대한 무관심이나 철저한 검증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목회자를
세우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제
2의 영생교, 다미 선교회, 오대양 사건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차제에 개신교 안에서 자정 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첫째, 무자격 신학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일부 교단
들이 자기 교단의 교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조건 신학교를 운영하여야
한다는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타 교단
과 연합이나 화합에 관심을 가진
다면 이 문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둘째, 무자격 목회자에 대한 문제를 더 이상 감추어 두어선 안될 것
이다. 교단은 그 교단이 규정하고 있는 바 최소한의 목회자 자격 기준
을 가지고 있다. 교세를 축소한다 할지라도 자기 교단 소속의 목회자들
에 대한 신학적 검증을 실시한다면 한국 교회의 미래는 어둡지 않을
것이다. 또한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 재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
다. 평생 교육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요즈음이다. 일정 기간 동안
공인된 신학교에서 목회자들이 학문에 정진한다면 개인적으로도 매우
유익할 것이다.
셋째, 평신도 실력 향상을 위해 교회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회의
외형적 성장에 치우치거나 건물 확장에 투자하기 보다는 성도들의 질
적 향상을 위해 일정한 비율의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평신도의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교회는 더 힘을 얻고 발전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
한 교회 성장이 아니겠는가.
넷째, 목회자 신임 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 교단 헌법에는 목회자
신임 투표제를 실시하도록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교
회들은 이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바른 교회를 세워감에 있어 어느 정도의 희생이
따른다 할지라도 우리 교단 만이라도 먼저 목회자 신임 투표제를 실시
해야 할 것이다. 목회자 신임 투표는 목회자를 성장하게 하는 좋은 제
도이다. 이 제도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교단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