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교회, 섬기는 교회, 전하는 교회”  <숭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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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교회, 섬기는 교회, 전하는 교회” 
 <숭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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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현역 사거리. 형형색색의 간판을 내세운 고층 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지나는 사람과 차들 모두 바쁘다며 아우성인 곳. 그 안에 느긋이 서 있는 예배당이 하나 있다. 오래된 철문을 열고 앞마당으로 들어서면 흙 밟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마당 한 편에 자리 잡은 화장실 건물은 시골집을 연상시킨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라는 물리적 법칙마저 이곳을 함부로 재촉할 수 없어  “제가 졌습니다” 하고 물러설 것만 같다.

 “9년 전에 건축 얘기가 나왔었어요. 그런데 40년 밖에 안 된 건물을 헐고 다시 지을 게 아니라 안전 검사를 해보자 했죠.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고쳐 쓰면 되잖아요? 결국 안전검사 결과 문제가 없어서 내부 수리만 조금 했습니다.”

 차분한 음성 속에 단단한 소신이 엿보인다. 낡은 듯 보여도 튼튼한 예배당 건물과 외유내강한 목사가 어딘가 서로 닮았다. 숭신교회와 임형택 목사의 이야기다.

 숭신교회는 5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숭신교회를 설립한 고 전칠홍 목사는 예배당 건축이 한창이던 1972년 봄, 예배당 건축으로 과로한 나머지 뇌출혈로 소천하였다. 1973년 노윤석 목사가 부임하여 1995년에 원로목사로 추대되기까지 22년간 숭신교회를 섬겼다. 임형택 목사는 2001년에 부목사로, 2002년에 담임목사로 부임하였으니 숭신교회와 함께 한지 이제 10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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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윤석 목사(좌)와 임형택 목사(우)

 -목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군 복무 시절, 고신 대학을 다니다가 온 선임병장이 주일학교를 만들어 놓고 제대했다. 그래서 주일학교 총무를 얼떨결에 맡게 됐다. 어린이 설교를 그 때 처음 했는데 그 경험이 나중에 화성교회(김기영 목사, 당시 고 장경재 목사 시무) 초등부, 중등부 교육전도사까지 이어졌다.”

 -당시 화성교회 주일학교는 인원이 꽤 많았다고 들었다. 많은 아이들을 상대로 설교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 때 초등부가 250명, 많을 때는 270명까지 예배를 드려서 바글바글 했다. 하지만 한 번도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 라고 얘기한 적 없다. 애들이 떠든다면 그것은 설교준비가 덜 된 내 잘못이다. 중등부를 지도할 당시 합동신학대학원에 다녀서 수원에 살았었는데 토요일마다 교회에 가서 결석자들에게 150통씩 전화를 돌렸다. 일주일에 하루 교회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으로 아이를 돌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했지만 사실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얘야, 내가 네 얼굴을 모르는데 내일은 중등부 예배실 앞에서 만나자. 그리고 다가와서 네 이름을 좀 얘기해다오’ 라고 부탁했다. 나중에 전임교역자가 돼서 심방을 갔는데 교적부의 이름만 봐도 누구인지 다 알겠더라. 모두 전화통화를 했던 아이들이었다. 초등부 때나 중등부 때 교사들의 협력이 컸는데 중등부는 크게 부흥을 경험했다.”

 -숭신교회에 부임한 이후 얘기를 해보자. 숭신교회의 비전과 목회철학을 소개해 달라.
 “나는 목회철학이란 말을 할 때는 약간의 콤플렉스가 있었다. 나에게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목회철학이 필요하다면 성경이 목회철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오로지 성경이 목회철학이다. 매년 성경구절을 정해 말씀 자체를 비젼으로 삼는다. 올해는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호 6:3)다. 성경 말씀을 배우고 그 말씀대로 살아보는 것,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말씀대로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성경공부를 강조한다.” 

 

 -성경공부 과정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새신자반을 거치고 나면 산상보훈을 배운다. 산상보훈은 현대교회가 꼭 회복해야 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다. 사도시대에는 그리스도인이 서기관과 바리새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했다.(마 5:20). 현대교회는 교회가 세상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어야 한다. 현대교회가  지키기 어렵다   교인들이 싫어한다 는 이유로 산상보훈을 포기하는 것은 교회가 교회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산상보훈을 배우고 나면 성경 각권과 <기독교 강요>와 <요리문답>을 공부한다. 그리고 경건서적을 함께 읽고 독서 나눔을 한다. 매주 한 장(chapter)을 읽고 요약해서 나눈다.
 교인들이 궁금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하나님의 뜻 이다. 주로 의식주와 관계된 미래사를 알고 싶어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 경향이 많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 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제럴드 L. 싯처의 <하나님이 기도에 침묵하실 때>와 <하나님의 뜻>을 함께 읽고 나누었는데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매년 부활절 오후예배 때는 성경암송대회도 한다. 그 날에는 동일한 본문을 정해 부서별로 나와서 암송을 하고, 그 다음 주일 오후예배부터는 개인전으로 이어진다. 개인전은 매주 한 사람씩 암송하는데, 4월에 시작하면 이듬해 1, 2월에나 마치는 장기전이다. 매년 40여명의 성도들이 암송을 한다. 70대 어른들도 암송하는데, 성도들이 성경말씀을 암송하는 것을 듣노라면 얼마나 은혜로운지 설교를 듣는 것보다 더 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에는 로마서 8장을 암송했고, 금년에는 로마서 12장을 암송한다.
 지금은 시무 장로 두 분과 은퇴 장로 세 분이 계신다. 교회가 풍파를 겪었을 때 그분들과 60, 70대 교인들은 끝까지 남아서 기둥처럼 교회를 받쳐주셨다. 당회원들과 어른들이 안정돼 있어야 어린 성도들이 흔들리지 않는다. 대개 청년들이 교회의 기둥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분들이야말로 교회의 기둥이라고 생각한다. 기둥이 건물을 마지막까지 받쳐주는 것과 같다. 그분들도 산상보훈을 함께 공부했다.”

 -요즘 한국교회가 참 말이 많다. 흔들리는 교회와 교인들. 어떻게 해야 하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생은 풀리는 것보다 꼬이는 것이 많다고 한다. 목사와 교인들 관계가 꼬이고, 교인들끼리 꼬이고, 자기 스스로의 인생도 꼬이는 것이 많다.. 그런데 풀지를 않는다. 서운해하고, 괘씸하게 여기고, 급기야는 원한이 맺혀 원수같이 여긴다. 교회에서 떠나주기를 바라는 심정을 갖기도 한다. 그런 관계가 생겨나면 지체하지 말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축복하며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롬 12:20)고 하셨다. 용서가 되지 않는데 그렇게 기도하는 것은 가식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위선이 아니다. 내 감정대로 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살아 계신 하나님이 역사하신다. 본인의 영혼과 마음이 평안해지고, 원한관계도 풀린다.”  
 
 교회 마당으로 교인들이 한 명, 한 명 들어오기 시작한다. 성경을 가슴에 꼭 안은 채.
 “좀 이따 성경공부가 있어서요.”  임 목사와 교인들이 정겹게 눈인사를 나누는 모습과 예배당을 내리쬐는 양광(陽光)이 어우러져 인스턴트는 결코 흉내 낼 수 없을  오랜 역사로 다져진 평화로움이 호흡하는 것을 느꼈다. 성경을 영양분 삼아 하나님의 귀한 일꾼으로 성장하는 하나님의 역사하심, 임형택 목사가 강조한 바로 그 ‘ 귀한 체험’이 풍성하게 열매 맺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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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보경 기자  maengo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