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은퇴 준비 어떻게 해야 하는가? _ 김용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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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은퇴 준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용진목사 _ 도산제일교회>

 

구체적 은퇴 준비도 중요하나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고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기를 힘써야

 

신학교의 문을 두드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은퇴를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주변에서 은퇴하시는 목사님들을 볼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목회를 시작할 때보다 마무리할 때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주님을 사랑하는 첫 사랑이 식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은퇴 후에 주님께서 행하실 일을 기대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염려와 걱정이 앞서서일까? 아무튼 은퇴를 앞두고 믿음에 대한 준비와 현실적인 준비를 지혜롭게 잘해야 될 것 같다.

은퇴 준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지켜주신 하나님께 대하여 앞으로도 지켜주실 것을 분명히 믿는 것보다 더 큰 준비가 어디 있을까? 온 세상을 만드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자녀 삼으신 하나님 아버지의 놀라우신 사랑과 일하심을 기대하며 소망한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그러나 눈앞에 나타나는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은퇴 후에 살 집과 생활 자금을 마련하는 일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목회를 시작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쫓기기 때문에 은퇴 준비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성경은 개미에게 가서 지혜를 얻으라고 말한다. 개미는 스스로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년 차량보험료를 마련하거나 노인정이나 학교, 관공서 등 성탄절 선물 준비를 위해 그리고 차량 구입비를 마련하기 위해 정기적금을 불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목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매월 나눠서 준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은퇴 준비를 위해서 국민연금이나 총회에서 권장하는 연금보험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은퇴한 후에는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집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후임 목회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멀리 떠나야 하는가? 교회 재정이 넉넉해서 은퇴 목회자에게 퇴직금이나 사택 또는 생활비를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멀리 떠나는 것만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낯선 곳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어촌 목회자의 경우에는 그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교회를 섬기며 지역 주민들을 전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별로 은퇴한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사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힘을 모아서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는 것이다.

은퇴 후에는 어떻게 지내면 좋을까? 누구나 저마다 꿈을 가지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면서 지내기를 바라지 않을까 싶다. 가끔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만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로 눈을 돌려 보기도 하고, 이웃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때로는 해외 선교 현장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텃밭에는 야채와 옥수수를 심고, 닭도 몇 마리 키우고, 건강을 위해서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도 하면서 여생을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꿈을 가진 인생은 꿈이 없는 인생보다 생명력이 있지 않은가? “네 입을 크게 열라 내가 채우리라” 하신 말씀을 붙들고 주님께서 하실 일을 기대해 본다.

그러면 은퇴 준비만 잘하면 되는가? 은퇴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을까? 사실 은퇴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님과 함께 영원히 살아갈 천국을 위하여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은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염려할 필요는 없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시기를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하셨다. 나그네와 같은 이 세상의 삶에서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심령이 가난한 자가 된다면 살아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고 하셨다. 진정한 은퇴 준비를 위해서 주님께서 맡겨 주신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고, 두 렙돈 즉 생활비 전부를 드린 가난한 과부의 심정으로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기를 힘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