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묵상] 물매를 맞으며_이정우 목사

물매를 맞으며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무에 그리 뜨거웠길래 너는 무에 그리 견딜 수 없어서 너는 부끄러운 소갈머리 다 게워 내고 여기 쓰러져 물매를 맞고 있느냐 저 미답의 화구(火口)로부터 하늘을 우러러 빛으로 치솟다가 그여는 바다에 떨어지더니 쇠처럼 식어 자기를 후려치는구나 깎이지 않으면 깨어지는 법이라고 자신을...

[풍경이 있는 묵상] 엿기름 추억_이정우 목사

엿기름 추억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겉보리를 쭉정이 없이 잘 골라 씻어 하루 동안 물에 담가 불리셨다가 소쿠리에 건져 시루에 안치고 물 먹인 광목 보자기를 덮어 두셨다 사나흘이 지나며 보리는 펄펄 앓았고 어머니의 기도같이 기적처럼 싹을 냈다 한 주일쯤 지나 제 자식처럼 싹이 자라면 어머니는 잘 헤쳐 바람 좋은 그늘에 말리셨다 당신...

[풍경이 있는 묵상] 계곡의 소명_이정우 목사

계곡의 소명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풀치는 의문의 힘으로 무명한 세월의 깊이로 지축을 흔드는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냉정한 단애의 벼랑이 되어 내 백성의 절벽을 시험하고 높이만큼 좁아진 하늘과 깊이만큼 자라난 그늘은 기도로 찢고 눈물로 채워 강모래 수풀로 다독여 정수하는 내 나라의 물길이 되고

[풍경이 있는 묵상] 자기부인_이정우 목사

자기부인self-denial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돌뎅이 꾹꾹 눌러놓았다 일어서려 벋대는 것들의 밑둥을 자르고 다시는 잎을 내지 못하도록 잔뜩 물을 먹여둬야 한다 나를 위해 우러르던 하늘 세상과 뿌리내리려 했던 사랑 한데 묶어 부인하며 다만 나를 살해한다, 죽으라고 죽으라고 제발 죽어버리라고 일어날 수 없는 의문의...

[풍경이 있는 묵상] 유모차 유감_이정우 목사

유모차 유감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손자 손녀 죄다 키워내고도 한나절 쉬는 게 무슨 죄라고 새끼들 대신 폐지 가득 태워 남은 세월 저리 밀고 가시는지 손주 태워 밀다니다 거반 굽은 허리 손자뻘 어린 눈에도 저리 밟히는데 서녘을 넘어가는 무정한 땡볕 버거운 잔등 위 모질기 짝이 없다 당아새가 창궐하는 세상 속 냉과리 같은 우리 교...

[풍경이 있는 묵상] ​밤골의 밤_이정우 목사

​밤골의 밤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신도시 소식에 들썩이던 철없는 지붕 폐타이어로 꽁꽁 묶어 바람을 빼고 흔들림 없이 살아온 석축길마다 노모의 허리처럼 거반 허물어지고 있었다 땅거미 진 하루 소박한 세숫물로 씻고 어스름 하늘에 달 하나 말갛게 그려 넣으면 찢어진 문풍지를 빠져나온 아이들의 눈동자가 밤하늘에 더욱 깜빡이던...

[풍경이 있는 묵상] 햇살 그리움_이정우 목사

햇살 그리움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누구인들 내가 되어 텅 빈 이 바다에 가슴을 풀고 물비늘에 이리 저미다 보면 당신 그리는 맘 모르겠습니까 등대의 마음으로 불을 켜고 당신을 그리며 사는 마음인데 갈매기 끼룩대는 소리인들 밤인들 철렁이지 않겠습니까 아, 어느 바람에 오시렵니까 오늘은 몇 번째 파도로 빗겨진 이 ...

[풍경이 있는 묵상] 샛강*에 서서_이정우 목사

샛강*에 서서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장마 때가 되면 노상 부대끼는 샛강에 서서 초하(初夏)의 아침마다 일어난 분분한 의문들 강모래 수풀 새로 다독여 흘려보내며 하늘만 보던 아버지처럼, 나도 고개를 든다 의문은 산과 강과 사람의 아침을 가리고 내가 가야 할 하루 분량의 길도 가리고 깊이만큼 흐르는 계곡의 기도와 높이만큼 열리는...

[풍경이 있는 묵상] 연잎의 그림_이정우 목사

연잎의 그림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칠흑의 밤 아예 붙박인 별과 들녘으로 가 한껏 느꺼워진 바람과 오란비에도 닫지 못하는 애먼 창문, 연잎은 알고 있었나 봅니다 지병처럼 다스려야 하는 나의 사랑을 당신을 아는 만큼 비워지는 세상, 그 가녀린 여백 안에 스며드는 지치지도 시들지도 않을 초록의 언어, 연잎은 벌써 그...

[풍경이 있는 묵상] 구름의 길_이정우 목사

구름의 길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물기어린 세상 풀치고서 일어나 깎이고 메마른 골짜기 쓸어안고 어머니의 눈으로 그렁그렁 감싸는, 나도 구름처럼 길 가야지 바람에 밀려가는 숙명일랑 어느 골 깊은 신새벽에 이르러 천둥을 빌어 가뭇없이 비워내고, 나도 구름처럼 길 가야지 온갖 어둠을 사르는 당신의 아침, 잠시 햇무리로 당신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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