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벚꽃처럼_이정우 목사
벚꽃처럼
봄머리 햇살 한 줌에
담장 너머로 피었다가
잔미운 소소리바람 한 점에
내 여생의 꽃자리 다 내어주고
가벼이 떨어지리라
벚꽃처럼
당신의 숨 바람이면
못다 핀 눈물인들 까닭이 될까
흩날리지 않는 고백으로
당신의 영원한 봄 뜨락 안에
꽃비의 몸짓으로 노래하리라
벚꽃처럼
...
[포토에세이] 아버지와 아들_이정우 목사 은혜의숲교회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가 붙들고 있는 만큼 나는
노도로부터 여린 심장을 지킬 수 있었다
아버지의 등에 업혀있는 동안 나는
심해보다 고요한 숨결을 배웠다
내 그림자가 아버지보다 자랐을 때
세파 가득한 해안가에 밀려선 나는
무량한 물매에 깨어진 갯바위와
마상에 부딪히는 나의 포말을 보았다
문득 그리워 올려다본 아버지의 하늘
아버지가 보이신 그 ...
[포토에세이] 부활 풍경_이정우 목사
부활 풍경
검은 망토로 산허리를 두르고
의문의 안개로 뭇별의 입을 막았던 지난밤,
산맥마다 서린 메아리의 사연을 아는지
떠나지 못한 철새 하나가 숨죽여 울었습니다
조용히 숨을 고르던 당신의 하늘
봄의 손끝으로 세상의 숨결을 돌려줍니다
빛을 들이킨 대지의 아들들이
잎과 꽃들로 노래를 지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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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묵상] 새벽 등산_이정우 목사
새벽 등산
아직 덜 깬 여린 솔폭에 기대어
아침 마루에 차오르는 햇살에 감사하며
목젖까지 따라붙은 산등선을 다독인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이제 거의 왔다
그늘만큼 내려앉은 계곡을 찾아
철야를 마친 안개 한 자락이
동토에도 푸르른 적송의 환송을 받으며
햇무리를 타고 가뿐히 하늘로 오른다
어디서나 여...
[풍경이 있는 묵상] 어머니의 강_이정우 목사
어머니의 강
바람을 다스릴 돛도 없고
물길을 아는 사공도 없다
모든 열망에 대하여 천근 닻이 내려지고
마침내 배 한 척이 비워진다
의문의 경계를 가리는 새벽안개
홀연히 강물에 몸을 가루는 하늘
오래도록 배회하던 물기 가득한 기도가
어창 한가득 실려 봉헌된다
나도 어머니를 배우나 보다
일마다 남몰래 우는 법을 배워
벋대는 의문마다 씻어 세...
[풍경이 있는 묵상] 가시의 사랑_이정우 목사
가시의 사랑
난 가시였습니다
살아있는 무엇이든
사랑하는 누구이든
기어코 상처를 주고야 마는
이런 나를 품으셨으니
당신이 얼마나 아프셨을까요
오늘 나를 찌르는 가시
나도 당신처럼 안아 봅니다
당신의 사랑이 내 몸에서
뚝 뚝 떨어집니다
이정우 목사_은혜의숲교회
[풍경이 있는 묵상] 꽃 소망_ 이정우 목사
꽃 소망
내밀한 씨방 속 다 내어주고
어느 가난한 시인의 구공탄이듯 사위더니
새벽 한기로 곱게 화장을 하고
마침내 여기 꽃이 되었습니다
하늘로서 내린 본새 오롯이
내 심연에 꽂힌 붉은 책갈피 하나,
주검 곁에 다소곳이 누웠습니다
당신의 세상 어디든 좋습니다
이렇듯 까맣게 내어주고 쏟아...
[풍경이 있는 묵상] 어떤 나무_ 이정우 목사
어떤 나무
냉기 가득한 동풍
한바탕 쓸고 간 자리에
자라나는 나무가 있다
더 춥고
더 시려야
가지를 내는 나무가 있다
언 손 비비며
하늘로 뿌리내린 내 어머니처럼,
기도가 된 나무가 있다
이정우 목사 (은혜의숲교회)
[시] 세밑 경배_이정우 목사
세밑 경배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기도의 무릎에 설움이 내리면
굶주린 가마우지도 머물지 않는
메마른 섬 하나 남몰래 빌어
당신의 나를 원망하기도 하였습니다
부끄러움 잔뜩 껴입고 다다른 세밑,
구름 속 더욱 동뜬 영광으로
반야(半夜)의 미망(迷妄)을 풀치고 계신,
여전히 섬 곁에 계신 당신을 보았습니다
삼백 육십여 번의 해맞이...
[풍경이 있는 묵상] 바다놀이_이정우 목사
바다놀이
이정우 목사(은혜의숲교회)
중년의 바다로 소환된 사내는
휴일에도 허리를 펴지 못하고
거품을 머금은 게처럼
찬거리를 찾느라 바다를 잃었다
갯물에 젖는 줄도 모르는 아이들은
수태 비껴내도 번득이는 물비늘과
덴바람도 빗겨날 줄 아는 갈매기를 불러
어른이 버린 바다놀이를 한다
지독스레 이승의 하늘을 우러르던
어느덧 생의 허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