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암 박윤선을 이어 가자
올해 정암 신학강좌는 정암 박윤선 30주기를 맞아 기념대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박윤선 목사를 잘 모르는 세대와 일반 성도들을 위해 소통의 폭을 넓히려 애쓴 주최 담당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선물, 정암 박윤선’이라는 주제어도 인식 확대의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이틀간의 일정으로 장소를 두 군데로 하여 참여율 제고를 꾀한 것 역시 최선의 시도였다고 본다.
먼저 은평교회당에서 진행된 첫날의 개회 예배에 이은 토크쇼에서는 여러 명의 게스트를 초청하여 정암의 생애를 되짚어보는 과거, 그가 남긴 유산을 살펴보는 현재, 그의 삶과 사상을 지향하는 미래 등의 세 부분으로 진행하였다. 윤영탁 은퇴교수를 통해 박윤선 목사를 추억하거나 본받을 만한 에피소드들을 새롭게 발굴하는 성과도 있었다. 기장 교단의 전병금 목사와 박병식 원로 목사의 회고와 대담은 박윤선 목사와의 연결고리와 박윤선 주석이 갖는 목회적 가치 등을 돌아보게 한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이어진 황규민 장로, 그리고 정암의 아들 박성은 박사, 이승진 교수, 도지원 목사의 대담에서는 개혁주의적 본질을 실현하려 한 박윤선의 계시의존의 사색, 말씀 중심의 삶과 사상을 교회와 성도들의 삶 속에서 실천함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주었다. 또 신학생 배온유 전도사, 신학 예비생 이호준 청년, 선교사 자녀 전예진 고3 학생 등 미래 세대와 이야기를 나누며 박윤선 정신의 계승을 강조한 시도는 비교적 참신함이 있었다. 특별히 장소와 저녁 식사로 섬긴 은평교회 박지현 목사와 성도들의 배려와 헌신은 참석한 모두에게 합신 교단의 자부심을 높여 주고 사랑과 연대의식의 안정감을 심어 주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진행된 둘째날 행사는 기념 감사 예배를 통해 “박윤선의 뒤를 잇자”는 박영선 목사의 진중한 설교와 ‘박윤선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한 정창균 총장의 열띤 기조 강연이 있었다. 이어 박윤선 신학과 신앙이 현장 목회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접목되고 있는지를 보여 준 황대연 목사의 생생한 간증은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 더욱이 양승헌 목사의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적 사명의 간절한 권고는 박윤선 정신의 본질은 박윤선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박윤선이 사랑하고 열정을 쏟았던 말씀과 말씀 교육에 더 집중하는 것임을 강조한 것이어서 의미가 깊었다.
이번 행사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먼저 생각할 점은 작년에도 그랬지만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었다는 것이다. 모이는 시각을 앞당기더라도 조금 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겠다. 여기엔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있다. 시간은 짧은데 너무 많은 토론자와 강연자들이 나온다는 것이 난점이 되었다. 이것은 주제의 선택과도 연관되어 있다. 첫날 토론의 주제를 과거, 현재, 미래로 한 의도는 좋았으나 사실은 그 각각이 충분한 시간을 요하는 의미 깊은 토론 주제이다. 시간에 쫓기며 짧게 발언하는 것으로는 그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물론 기념대회라는 특성을 생각하여 좀 더 다채롭게 진행하려 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현실성이 약했음을 본다. 차후엔 주제를 분명하게 하나로 통일하고 집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리고 기왕이면 새롭게 초청된 강사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도록 배려하고 청중과의 대담도 가지면서 시간을 늘려 논평과 좌담이 이어졌어야 한다. 내년부터는 다시 기념대회의 성격이 아닌 정암신학강좌로 만날 텐데 시의적절한 주제 하나를 일찍 정하여 발표자를 두 명 정도 선정하고 1년여의 시간 동안 충분히 집중 연구하여 발표하도록 청탁하고 논평자도 의뢰해야 한다.
주제로는 예컨대 4차 산업 혁명 및 미래 사회와 박윤선 정신, 개척 목회에서의 박윤선 신학, 합신의 미래와 박윤선 사상 등의 구체적 주제를 들 수 있다. 성도와의 소통을 배려하는 마음은 좋으나 이런 부분은 정암신학강좌 기간보다는 평소에 지금 유익하게 시도하고 있는 동영상 교육 자료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 지교회 파송 교육자를 선정하여 박윤선의 신학과 신앙을 실질적으로 강의하고 성도들과 소통하는 모임을 주선하여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번 기념대회를 통해 모처럼 홍정길 목사의 개회 설교와 양승헌 목사의 교육적 외침을 들은 것은 또 다른 수확이었다고 본다. 더욱 성숙 발전하는 정암 신학강좌가 되기를 바라면서 홍정길 목사의 개회 설교의 한 부분을 깊이 받았으면 한다. “이제 박윤선 목사님을 아는 세대가 지난 후에도 박윤선, 박윤선 그러지 말고 박목사님이 그처럼 사모했던 은혜와 박목사님이 그처럼 주님을 향해서 전심전력으로 헌신했던 그 충성의 본을 지켜 우리의 것이 되게 합시다. 그럴 때 진정한 종교개혁은 우리 속에서 새로이 시작되리라 믿습니다.”
나아가 양승헌 목사의 강의 마지막 한 대목은 다음 세대의 불안정성에 직면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강력한 울림으로서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그의 이름은 우리 신학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한 공인 인증서가 아니다. 그의 이름은 말씀을 연구하고, 살고, 가르치는 일에 헌신해야 하는 삶으로의 초대이며, 그렇게 살아감으로써 말씀을 연구하고 순종하여 살고 그들의 후대를 세우라는 시대적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