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가을 누리기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바람이 소슬하고 나뭇잎들이 누릇누릇해져 가을이 깊어간다. 사계절 중 언제가 가장 아름다운가를 묻는다면 우문이다. 모든 계절이 다 좋지 않은가? 그러나 언제가 시와 음악을 감상하기 좋은가 논한다면 아무래도 가을이다. 그만큼 겸허해진 들판과 숲과 짙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정서를 고양할 수 있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향기로운 차 한 잔과 함께 듣는 음악 그리고 조용히 낭송하는 시집은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케 하고 아름다운 빛으로 채색할 것이다. 이런 애써 빚어 내는 여유가 우리를 사람답게 하는 첩경이다. 좋은 시와 음악을 가까이 하는 것은 그것을 만든 음악가나 시인과 함께 의미 깊은 삶과 생각을 공유하며 우리를 순화시키고 삶의 열기를 북돋우는 멋진 습관이다.
특히, 거의 디지털화되는 이 시대에 시와 음악을 통해 아날로그 정서를 누리는 것은 두루 지친 현대인에게 의외로 큰 안식을 줄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의 음악이든 또 누구의 시집이든 가장 가까이 놓인 그것을 주저 없이 듣거나 읽어 보기를 바란다.
가능하면 평소에 멀리 있던 옛 것들부터 찾아 접하는 것도 감동을 배가하는 방법이다. 숨어 있는 레코드나 CD 그리고 음악 테이프들, 색 바랜 허름한 시집들을 다시 꺼내 접한다면 보물을 되찾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이 가을을 가장 충만히 누리는 법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마음 깊이 읽는 것. 풀잎 소리, 새 소리, 산과 구름, 나무들에 귀와 눈을 주며 땅과 하늘을 자주 접하고 바라보며 사는 것이다.
그러면 말갛게 씻겨 겸허해진 우리의 일상에서 넘치는 감사의 제목들을 만나게 되리라. 가을이 가기 전에 영혼의 풍요를 위해 음악도 듣고 시도 읽자. 그리고 더더욱 땅과 하늘을 자주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