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옛 날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장조카가 찍어 둔 사진들을 보다가 오래 전에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철거된다는 걸 알았다. 지금은 가정을 이뤄 사는 조카의 어린 시절, 어머니는 이 조카를 유독 사랑하셨다. 그가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살던 곳에 부러 찾아가 철거 직전의 안타까운 옛 공간들을 사진으로 담아 온 것이다. 아마도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을 테다.
골목길, 놀이터, 동산, 구멍가게, 키우던 강아지, 친구들, 그리고 다정했던 이웃들…… 옛날엔 별 대수롭지 않던 그런 자잘한 존재와 관계들이 세월이 흐른 후에는 문득 소중한 추억이요 그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사람도 동물도 창조세계의 소소한 사물들도 애써 의미를 부여하며 살면 그것이 또한 우리 인생의 아름다운 퍼즐 조각들이 될 것이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종종 되새기며 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가끔 들여다보는 앨범은 잠시나마 흐뭇한 마음으로 이끈다. 탈색된 사진 한 장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곤 한다. 살아온 세월들이 아련히 되살아오는 시간 여행이다. 슬픈 때도 즐거운 시절도 있었다. 사진 속의 얼굴들을 살펴보면 늘 미소만 있지는 않다. 왠지 서럽고 무표정한 무채색의 날들도 보인다. 그러나 우울한 때조차 현시점에서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새롭게 젖어든다.
옛날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옛날을 기억하라고 하셨다. 하나님이 베푸신 크고 작은 은혜의 흔적들을 잊어버리지 말고 매일의 삶 속에서 교훈을 얻으라는 뜻이다.
과거지향적인 삶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바쁘고 지치기 쉬운 오늘의 우리에게 과거를 반추하며 현실의 자양분으로 삼는 지혜와 여유는 늘 필요하다. 힘들고 답답한 날에 앨범을 뒤적이며 형제자매들과 함께 믿음과 사랑을 나눴던 옛날을 새록새록 되살려 보는 것은 참으로 즐겁고 유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