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故 최석호 장로를 그리며
<나택권 장로 _ 호산나교회>
2017년 7월 어느 날
산목련을 교회 뜰에 초대해 놓고
꽃봉오리를 준비하기도 전에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그대
깊고 깊은 산골짝 교회 울타리 사과나무 아래
이제는 한 줌의 재로 누워 있는 그대의 몸
영혼은 천국에서 우릴 기다릴 테니
오늘따라 더 생각나고 그립네
건강했던 그대가 6개월 생존이라는
암 선고를 받고 해변으로, 산골짜기를 찾으며
병든 몸을 치유해 보겠다고 떠날 때
엷은 미소로 건강 찾아오겠다던 그 재회의 말은
해풍으로 날아갔고 일몰로 저물어 갔네 그려
매화도 목련도 피고 졌는데
그대 뜻으로 심은 산목련은 아직 꽃망울 보이지 않네
무언가 할 일을 표현키 위해 가슴 속 깊이 두고 있는가?
꽃들이 계절을 타고 피고 진다면
인생도 계절 따라 변화되는데
그대 심은 산목련이 꽃망울도 없이 겨울에서 멈췄다면
아직도 그대 마음은 겨울이었나 보네
그대 품은 깊은 뜻은 언제 꽃망울로 피어날까?
그러나 언젠가 그대 향한 주님의 숨은 뜻은
세월과 함께 영영 묶여 있지는 않을 것이고
꽃망울과 함께 현실로 나타나겠지
세월의 연륜만큼
인생도 알찬 알뿌리로 되어 가는데
매화처럼 목련처럼 다시 피고 지고 할 때
믿음으로 그대 품은 꿈들을 계절을 따라
평안한 마음으로 산목련 꽃으로
활짝 피워 주시렴…
<덧붙이는 글>
* 고 최석호 장로(호산나교회)는 1956년생으로 온화하고 겸손한 성격이나 매사에 분명한 추진력을 가진 촉망되는 기독 실업가였다. 지역 모임의 리더로서, 교회 내외적으로도 맡은 책무와 섬김에 남달리 모범적인 장로였다.
그는 암 선고를 받고 6개월 생존하는 동안 평소 즐기던 골프 회원권을 매각하여 잠시 휴양했던 경남 산청의 골짜기 교회(본인의 몸을 묻은 뜰이 있는)의 큰 부채를 갚는 일과 필리핀의 수해 입은 교회의 복구비 그리고 모교회의 토지 구입비 지원 등에 2억 원을 선뜻 내놓았다. 평소에도 개인적으로 국내외 선교에 수차례 물질로 헌신하였으나 오히려 본인은 근검절약하며 소박한 삶을 사신 분이다.
필자는 30년 전 그와 함께 교회 제자훈련 3기를 수료하였는데 곁에서 지켜 본 그는 모범적 아버지요 남편이며 또 겸허한 장로였다. 2017년 7월, 그는 소천하였고 이제 그 1주기를 맞아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많은 이들이 그리움을 토로하였기에 여기 모두를 대신하여 부족하나마 추모시를 남긴다. 주님 앞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 – 나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