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가 가야 할 방향
< 안두익 목사_동성교회 >
교회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젊은이들이 머물고 싶게 해야
연말이 되면 늘 느끼지만 세월이 참 빠르다. 무엇보다 2017년을 보내며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지난 3월 10일에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인용이 선고되었다. 그 기간 우리나라는 참으로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후 그에 얽힌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새 정부가 나름
애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가 알게 모르게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청년들의 문제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유행어 중에 ‘헬조선’이란 말이 있다. 쉽게 말해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뜻이다. 왜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아야 한다. 귀에 익은 말인데 한 때 우리 시대 젊은이들을 3포, 5포, 7포 세대니 하는 말로 정의를 내렸다.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고, 더 나아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젊은이 세대이다.
물론 젊기에 방황도 할 수 있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런 방황은 언젠가 끝날 것이고,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오늘의 젊은이들은 현재의 절망과 고통의 자리에서 더 나은 미래로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희망과 꿈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한두 번 실패했더라도 패자부활전과 같은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마지막으로 이런 절망의 자리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한 것이 한국을 떠나는 것이다. 삶을 위한 희망의 끈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아니다. 조국에 미련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조국을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고, 떠나고 싶다고 해서 모두 떠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마음에 뿌리박힌 이 상처 속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조국을 ‘지옥 같은 한국, 헬 조선’이라고 표현한다는 것은 우리가 함께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필자는 목회자로서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과연 우리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교회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한국교회가 젊은이들에게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게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교회를 떠나가는 젊은이들에게 다시금 교회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그런 교회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아직도 교회에 남아 있는 젊은이들에게 교회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고 확신하는가? 라는 질문 말이다.
오늘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다시 물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우리 교회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가? 젊은이들이 머물고 싶은 교회인가?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채 살아가야 하는 N포세대의 젊은이들에게 ‘헬조선’처럼 떠나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그래도 교회에는 머물고 싶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와 관련하여 올 한해 많은 행사들, 논문들, 그리고 진단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공감할 내용이고 또 날카로운 지적엔 마음이 쓰리도록 아픔도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교회에서 가장 시급히 개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몇 가지 중에 한국교회를 가장 부패시키는 것은 신자본주의 사상일 것이다. 그것이 오늘 교회 안에 들어온 가장 무서운 세속주의이다. 신자본주의 사고에 세뇌된 현대인들은 개척교회로 가려하지 않는다. 개척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가도 조금 신앙이 성장하면 제도와 여건이 훨씬 나은 큰 교회로 이동을 해버린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로 교회를 성장시킨 목회자는 성공한 목회자라고 여긴다.
교회가 성장한다는 것이 잘못일 수는 없다. 그러나 교회의 숫자적 성장이 교회의 목표가 될 수 없고, 그것이 교회와 목회자를 평가하는 잣대가 돼선 안 된다. 하나님은 크기로 사람이나 교회를 판단치 않으신다. 얼마나 신실한가를 보신다. 허황된 성장과 외적 부흥의 신기루를 쫓기보다는 기초를 다시 세워야 한다. 주일학교 교육과정, 그리고 청소년, 젊은이에 대한 교회의 과감한 투자가 한국 교회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이 해도 저물어 간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 한국 교회가 이대로 좋은가를 생각해야 한다. 합신을 합신이 되게 하는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의 토양 속에서 힘들고 어려워도 이것을 붙잡고 나아가야 한다. 종교 개혁 주의자들이 피를 토하듯 외쳤던 개혁 교회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는 이 진리의 외침을 외침으로만 끝낼 것이 아니다. 교회마다 비 진리를 버리고 진리를 붙잡고 나아갈 때, 떠나가는 다음 세대들이 다시 돌아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