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혁신(革新)과 전통(傳統)의 조화_김광중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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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革新)과 전통(傳統)의 조화

 

<김광중 목사, 사랑더하기교회 >

 

역사적 전통과 문화 파괴할 수 있다는 교훈 간과하지 않아야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많은 후보자들이 ‘혁신도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 혁신(革新)이라는 말이 참으로 만만치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혁신’이라는 영어 단어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이노바티오(innovatio)라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어떤 새로운 것의 창조’ 혹은 ‘완전히 새롭게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처럼 완전히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 혁신의 한자어는 가죽 ‘혁’(革)자와 새로울 ‘신’(新)을 써서 표기한다. 이를 직역하면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한자(漢字)의 바른 뜻을 알리기 위해 <설문해자>라는 자전을 집필한 중국 후한시대의 허신이라는 학자는 “짐승의 가죽에서 털을 뽑아 다듬은 것”을 ‘혁’(革)이라 하였다. 그래서 ‘혁신’이라는 말은 사냥한 짐승 가죽의 털을 뽑아 다른 것 곧 가방이나 신발 혹은 허리띠 등으로 완전히 새롭게 변한 것을 의미한다.

 

이 의미를 좀 더 발전시킨다면 ‘혁신’을 위해서는 가죽이 벗겨지고 털이 뽑히는 짐승의 고통이 필요하고, 여기에 사냥꾼의 용맹과 노력이 더해져 얻어지는 모든 과정을 가리켜 ‘혁신’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혁신이라는 단어가 자본주의적 사상과 조우하게 될 때, 이익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많은 사람의 가죽이 벗겨지고 털이 뽑히는 고통을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와 결탁한 기술혁신, 경영혁신 등이 결국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거나, 수많은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인권을 무시하고 가정생활을 파탄 내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래서 혁신을 다른 말로 ‘창조적 파괴’라고 한다. 창조적 파괴라는 말은 더 큰 가치를 위해 낡고 오래된 것을 버리고 경쟁력 있는 새것으로 바꾼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 과정에서 소중한 전통과 유산이 유실되거나 파괴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자신 안에서 먼저 변화되지 않은 사람이 혁신을 주도하게 된다면 한 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이 새로운 것을 추구함과 동시에 소중한 역사, 자연, 사람, 가치, 존엄성 등이 파괴된다는 사실이다.

 

정직성과 청렴성에 있어서 먼저 자신 안의 변화를 이루지 못한 정치인들의 혁신공약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혁신은 공공의 영역이기 이전에 자신 안에서 먼저 이루어야 할 목표이고 과제여야만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교회개혁’ 혹은 ‘혁신교회’를 주장하는 교회 지도자들이라면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교회를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

 

교회를 개혁하는 것은 기독교 유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 오랫동안 결정되고 유지되어 온 신학적 정체성을 기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성경을 유일한 규범으로 삼고, 니케아에서부터 콘스탄티노플 – 에베소 – 칼케돈에 이르기까지 공교회가 채택한 신앙고백의 요소들을 견지하며, 교회 안에 어떠한 인본주의적 요소도 침투하지 못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 안에서 변혁 혹은 혁신이 일어나지 않은 지도자들이 도시사회의 각 영역에서 혁신을 주도할 때 수많은 사람의 고통이 유발되거나 소중한 전통과 가치가 파괴될 수 있으며, 우리의 근대사는 이 사실을 통해 많은 교훈을 이 시대에게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교회의 지도자들이 혁신을 주장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고백하고 공유하였던 개혁교회의 전통과 가치를 소홀히 여긴다면 그로 인하여 교회의 정체성과 거룩성이 훼손되거나 분열될 것이다. 그로 인하여 세상의 대안이 되어야 할 교회는 오히려 세상과 방불한 교회가 될 것이다.

 

인류는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산업을 발전시키고 자연을 개발해왔다. 그리고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제도적인 변혁을 추구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혁신이라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그러나 혁신만을 추구할 때 우리는 역사적 전통과 문화를 파괴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혁신의 대상이 사회나 자연이 아닌 바로 인간 자신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교회는 사도들로부터 전수받은 성경을 보존하고, 그 성경을 기반으로 고백되어 온 신앙고백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외형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중세시대에 우리의 선배들이 로마 천주교의 적폐들을 타파해서 건설한 개혁된 교회를 계승하고 보존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교회들이 추구해야 할 역사적인 사명이다.

 

개혁된 교회는 언제나 개혁해 나가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부패와 적패에 대한 혁신이어야 한다. 그 가운데 우리는 역사 속에서 교회가 고백해 온 신앙고백의 전통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