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찬란한 기쁨의 계절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온 마을이 연초록 융단으로 덮였다. 햇빛은 넘실대고 산은 더욱 힘찬 얼굴로 우뚝 선다. 이 푸른빛을 배경으로 모란꽃이 우아하게 피어났다. 김영랑 시인은 모란이 만개하는 이 오월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 했다. 화려하게 피었다 지는 인생의 슬픔을 빗댄 것이겠지만 아마도 일제 강점기에 속으로 삼켰던 눈물을 의미한 것이기도 하리라.
이윽고 빼앗긴 들에도 찬란한 봄은 왔지만 슬픔이 가시지 않았던 것은 그 후의 분단과 동족상잔의 아픔과 역경의 세월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3월에도 4월에도 5월에도 격동의 역사를 써내려 왔다. 독립을 위해,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봄날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봄은 슬프면서도 찬란했었다.
제 철에 피어서 사람들을 위로하는 꽃들이 참 아름다운 이유는 하나님이 심어 놓으신 순리를 저버리지 않고 하나님의 위대하신 영광을 송이송이 발현하며 제 자리에서 겸손히 자기 몫을 잘 감당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꽃보다 더 귀하게 여기시는 우리, 사람은 어떠한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않다. 하나님을 외면하고 하나님 앞에서 겸허하지 못하다.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전적으로 순종하지 않고 제 자리를 이탈하기 일쑤이다.
이 꽃 피는 봄날에 새로운 미래를 위해 새로운 정권이 세워졌다. 어렵사리 뽑힌 일꾼은 역사의 주관자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제 자리를 지켜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겸허히 나라를 위해서만 일해야 한다. 덧붙여 우리 모두도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제 몫을 잘 감당하는 책임 있는 국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우리나라가 오월의 꽃과 빛을 닮아가기를 바란다. 천지에 슬픔은 자취도 없어지고 모란꽃보다 더 찬란한 평화와 기쁨을 누리는 나라가 되기를 소원한다. 우리의 후손들이 햇빛 쏟아지는 역사의 대로를 힘차게 달려가는 미래가 되기를 기도한다. 꽃향기 속에 생명력의 절정으로 향하는 이 계절은 구름 낀 날에도 푸른빛을 감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