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클리어링(Bench-Clearing)
< 안두익 목사, 동성교회 >
“주님이 기뻐하시는 소망이 넘치는 사회 함께 만들어 가기를”
요즘 우리의 시대의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가 자기일이 아니면 나서지 않는 것입니다. 괜히 나섰다가 낭패를 보는 일들이 있기 때문 일 것입니다. 그러나 오해가 있고 아픔이 있어도 진실을 위해 이런 일들을 극복해 나가는 것도 성숙한 사회의 한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다름 아닌 한국 교회 안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 우려할만한 일들 가운데 하나가 정의 앞에 서야 할 한국교회가 진리를 위해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러야 할 각오를 감당하지 못한 채 세상 앞에 무력한 모습을 보여 주는 사례가 한 둘이 아닙니다.
스포츠 용어 가운데 벤치 클리어링(Bench-Clearing)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벤치 클리어링은 ‘덕아웃이나 불펜의 선수, 코치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선수나 심판을 제지하는 싸움에 가담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동시에 뛰어나가는 행위’입니다.
이것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집단 이기주의나 패거리주의라고 지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같은 편 선수가 상대방 선수에게 모욕이나 위협 당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기에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갑니다. 그 상황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결국은 자신에 대한 위협이나 모독이라고 일체감을 느끼는 것이죠.
일 년에 한두 번 야구장에 가보면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상대방의 투수가 위협적인 공을 타자에게 던질 때 어김없이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뛰어나가 몸싸움을 벌입니다. 심하면 난투극으로 번질 때도 있습니다. 물론 벤치 클리어링이 상황에 따라서는 보기흉한 모습으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집단 이기주의 모습으로 비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선수들 간의 끈끈한 사랑과 팀웍(Teamwork)이 녹아 있습니다.
프로야구의 베테랑인 한 선수가 한 말입니다. “같은 팀, 같은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화장실에 앉아 있더라도 뛰어나와서 함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은 가족이고, 그게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팀은 가족이다’라는 말이 여운을 남깁니다. 승리라는 목표점을 향해 항상 구슬땀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 하나하나가 같은 운명을 지닌 가족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가족같은 끈끈한 애정이 있기에 상대 선수로부터 위협을 당하거나 모욕을 당하면 바로 내 가족이 당한 것 같은 공감의 마음으로 화장실에서라도 뛰어 나가야 한다는 프로 선수의 근성이 돋보입니다.
여기서는 우리 한국교회 안에도 이런 벤치 클리어링이 항상 일어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모욕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될 때 대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은 침묵하거나 방관합니다.
물론 우리의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회개함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부당한 모욕이나 비방에 대해서조차 관심이 없고, 구경꾼처럼 바라보고만 있다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이런 면에서 좀 더 적극적인 그리스도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요즘 사회 앞에 비추어진 교회는 정말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될 위기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국회가 추진하는 소수차별금지법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소수인권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합니다. 특별히 약자들의 인권이 보호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성애법의 독소조항만큼은 반드시 빼야합니다. 동성애자들은 고아와 과부 등의 사회적 약자들과는 다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동성애 차별 금지법이 합법화되면 미래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이단에 대한 문제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단의 폐해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건강한 가정을 병들게 만들고 교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심각합니다. 이런 문제 앞에 우리 교단에 속한 교회는 진리를 위해 세상이 모르는 영적 싸움의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켜야 합니다.
지금 한국 교회 안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는 이단성 시비에 관련된 문제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일에 관계가 되면 정말 힘든 일을 겪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갖은 협박과 회유를 함으로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선뜻 이 일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모습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단성 시비가 있을 때, 자신의 관점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냉정하게, 그리고 객관적인 잣대에서 문제 접근을 해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진리가 아니면 돌아 설 줄도 알고, 포기할 줄도 아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또 자신과 연관되었다고 해서 침묵하는 것도 우리는 깊이 재고 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섬기는 교회 안에서도 이런 영적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 때, 또한 상처로 인해 힘겨운 상황에 있을 때 한 가족임을 기억하고 그라운드에 반사적으로 뛰어나가는 선수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함께 아파하고, 함께 도와줄 수 있는 성도관계라면 얼마나 흐뭇할까를 생각합니다.
교회의 본질인 생명을 살리는 일에 이 결실에 계절을 맞이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 담대하게 우리 한국교회가 벤치 클리어링의 자세로 모두 세상에 뛰어나가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면 이 사회가 주님이 기뻐하시는 그런 소망이 넘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