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둘러앉은 밤_박부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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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러앉은 밤

 

 거두절미 없이 인절미 치대듯

 눈보라 섞인 찰진 이야기

 어둑하니 멍든 곳 상한 곳

 다 깎아 버리지 않고

 손칼국수처럼 주절주절 

 칼칼하게 늘어놓고픈 절절한 밤

 벗들이랑 발 종종 쏘다니던

 그 골목 호롱불 웃음을

 군불로 다시 지펴 낸다

 좁은 방, 누구라 마다 않고

 잡아끌어 한 자리 끼워 주며

 때 절은 이불 밑에

 시린 발가락들 비벼 모으던

 황토빛 따순 초가집

 실토리 풀 듯 눈발, 눈발

 새벽까지 떡고물로 쌓아 두는 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