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_전상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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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자아(the small self)에서, 더 위대한 자아(the larger self)로’

전상일 목사(석광교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멈추어 서게 한 이 때, 이 책이 눈에 얼른 들어온 이유는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성경의 지혜를 명석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오던 구약신학자 브루그만이, 미국 또한 통제할 수 없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 속에서 예배조차 멈추어진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이에 맞서는 성경의 심오한 지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언약관계에 충실한 성경해석으로 우리에게 예언자적 상상력을 넓혀주었던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바이러스가 가져온 파괴적인 결과들을, 오히려 하나님과의 언약관계를 새롭게 하는, 더 생산적이고 포괄적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우리에게 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사실 심각한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 안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질문은 ‘왜 이런 재앙이 일어났으며,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그래서 그 순간부터 그리스도인들조차 원인분석과 대안 찾기에만 바쁘고, 앞날에 대한 불안으로 시달린다. 그러나 브루그만은 특별히 신앙공동체의 지도자들이, 현재 겪고 있는 코로나위기와 관련하여 비판적·신학적·성경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을 제시하라고 도전하며, 이럴 때일수록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담대함과 기쁜 마음으로, 선교적정체성을 계속 지켜나가길 소망하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전염병이나 재난상황에 처하게 될 때, 우리의 관심은 무책임한 각론들이나 사회구성원간의 책임소재를 묻기 위해서 바쁘지만, 저자는 우리의 주된 관심을 우리자신이 아닌, 하나님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자 한다. 이것을 브루그만은, ‘보잘 것 없는 자아(the small self)’로부터, 하나님 안에서 발견되는 더 위대한 자아(the larger self)로의 전환‘이라고 선언한다. 그와 동시에, 재난 한가운데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자비(헤세드)뿐이기에,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그분이 누구인지, 어떤 분이신지, 우리에게 어떤 일을 행하셨는지’를 돌아보고 기억하는, 즉 언약관계 안으로 우리가 들어 가야함을 권면한다. 이것이 곧, 구약의 재난위기 때마다, 하나님이 자기의 언약백성들에게 요구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인지 이 책의 각장 끝에는 성경본문의 묵상에서 이어지는 기도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직접 작성한 기도문은 성경 속 하나님백성의 자리와 오늘 우리의 자리를 연결할 뿐 아니라, 기도할 말조차 잃어버린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불안과 상실한 마음 그대로를 하나님 앞에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즉 하나님의 거룩하신 현존 앞에서 우리가 변화되어지고, 새로운 미래를 낳을 수 있는 탄식에 기꺼이 동참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책 제목에 인용된, 제3장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이다. 지금시대의 팬데믹 상황에서처럼, 졸업식이 취소되고 결혼식이 연기되고 예배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일상모임이 금지되는, 즉 사회적 시스템이 전부 무너져 내리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예레미야도 마찬가지로 목도했으며, 그 가운데서 그는 탄식하고 있다(렘7:33,34).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선지자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언약의 말씀 안에서 하나님의 헤세드(한결같은 사랑)를 발견했기에, 다시 춤추기 시작했고, 미래를 바라보며 탄식한다(렘33:10,11).

이뿐 아니라, 저자는 우리에게 출애굽기, 욥기, 이사야, 시편 등을 예시하면서, 구약시대 또한 지금처럼, 백성들이 전염병과 재앙을 경험했었지만, 그럼에도 백성들이 현실보단 하나님의 선하심을 바라보는 탄식 중에, 소망과 기쁨을 찾아 노래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목회자인 필자가 마음 깊이 새긴 저자의 고언(苦言) 하나가 있다. “목회사역의 역할은 이 바이러스가 최종 권세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며, 하나님의 선하심이 이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힘마저 꺾을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다. 예레미야가 황무지와 재앙 속에서도 다시 축제가 시작되는 노래와 백성들이 하나님의 제단에 다시 나와 감사제물을 드리는 찬양소리를 듣고 소망을 전했던 것처럼, 지금이야말로 교회지도자들은 이 땅에 다시 예배와 코이노니아가 시작되는 소리를 들어야 하며, 더 나아가 하나님의 선하심을 선포해야 할 것이다.

이제 며칠 뒤 우리는, 코로나상황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고난일과 부활절을 맞게 되는데, 저자가 이 책의 마지막7장 <탄식의 행렬>에서 언급했듯이, 십자가 죽음 앞에서 예수님의 탄식은 절망이 아닌 죽음을 추방하고 부활의 새로운 길을 여는 탄식인 것처럼, 우리 또한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를 소망하는 탄식’이 시작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서의 추천 글을 쓴, 나훔 워드-레브의 말이 우리로 하여금 탄식의 기도로 안내한다. “우리가 바이러스 한가운데서 기도할 때, 우리의 요청이 승낙되기를 바라기보다, 하나님과 우리의 언약관계가 잘 작동되기를 기도해야한다” 우리가 다시 춤추기 시작되기를 소망하면서…….

월터 브루그만의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를 읽고 (신지철 역, IVP,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