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초심을 잃지 말자_ 안두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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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초심을 잃지 말자

 

안두익 목사 (동성교회, 본보 논설위원)

 

신앙이란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진리의 중심을 찾는 것

 

지금 우리는 너무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에 사로잡혀 살기도 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로 인해서 불안해하며 살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에서는 지금의 이 시국을 비상사태를 넘어 전시상태와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큰 위기의 시대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문제뿐만 아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오는 여파가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크기가 머리카락 1/2000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작은 바이러스 때문에 현대문명이 멈춰 섰다. 우리의 일상이 무너져버렸다. 이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 세계적으로 218개국에서 확진자가 4000만 명이나 되고 사망자도 110만이 넘어서고 있다. 얼마 전에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했다는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인력으로 코로나19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데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침체 등 지구촌 구석구석이 위기상황에 이르렀음을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다. 참담한 현실이다. 세계 최고의 과학과 의학을 자랑했던 우리는 이 조그마한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이나 치료제를 아직도 개발하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요즘 우리 모두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기독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나도 부정적으로 굳혀지고 있다. 그것은 비단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조차도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 나타날 현상에 대해서 걱정가운데 첫째는 코로나가 잠잠해진다 하더라도 이전처럼 교인들이 모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교인들조차도 교회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기에 교회를 떠나거나 신앙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걱정은 코로나 이후 전도의 문이 막힐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코로나가 끝난다면 그렇지 않아도 전도가 쉽지 않은 시대에 더욱 전도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심스럽지만, 우리가 마냥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주님은 교회가 세속화가 될 때마다 경고하는 말씀이 첫사랑을 회복하라는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흔히들 도자기는 영국이 최고인지 알지만, 일본 도자기가 섬세함과 아름다움으로 세계 사람들에게 격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일본 도자기계를 이끄는 사람들이 바로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의 후예들이다. 그 중에 일본 도자기 계의 대명사인 사쓰마야키의 14대 심수관 씨가 있는데 이 분이 한 이야기는 포로로 끌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한국인의 긍지를 그대로 400년이 넘도록 이어왔는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가 초등학교 입학식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그의 아버지는 수관 소년을 작업실로 부르더니 구슬만한 흙덩어리를 뭉쳐 도자기를 빚는 물레 위에 올려놓고 바늘 하나를 조심스레 그 중심에 꽂았다. 그리고 물레를 돌리면서 무엇을 느끼는 지를 물었다. 수관 어린이가 물레는 도는데 바늘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대답을 하자 아버지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움직이는 물레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중심을 찾는 것이 앞으로 너의 인생이다.”

그때 수관 어린이는 아버지의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성장한 뒤에는 끊임없이 기술을 연마하라는 뜻으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야 그것은, 타국에 끌려온 조선도공의 피와 얼을 이어 받은 조선인의 후손으로써 확립하지 않으면 안될 자기 정체성에 대한 가르침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임진왜란의 패자로 눈물을 흘리며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이 무려 400년 동안이나 타국에서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움직이는 물레 속의 움직이지 않는 중심을 찾으라’는, 이 한마디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했다.

참된 신앙은 무엇일까? 신앙이란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진리의 중심을 찾아야 하는 것이요, 그것은 자기 정체성의 인식과 확립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각오와 자세를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헌신도 우리의 열정도 이 혼탁한 세상 탁류에 묻혀 사라질 것이다. 지금의 이 어려움과 힘듬이 우리의 믿음마저 흔들어 놓을지라도 결코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시 16:8에 다윗은 “내가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라고 노래한다. 흔들릴 수밖에 없는 위기 가운데서도 당당히 하나님의 약속을 부여잡고 나아간다.

우리 동역자들이여! 상황을 바라보지 말자. 상황을 바라보면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께 소망을 두면 우리의 입술에서 찬송이 흘러나올 것이다.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다리며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당신의 능력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실 것이다. 하나님만 바라보자. 하나님께만 소망을 두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