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형용 박사 | 대담_ 박부민 편집국장
“시간, 나무가 되다”
“How Delightful is Life in Jesus Christ!”
– 회고담 출간한 박형용 박사를 만나다
*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전 총장 박형용 박사(신약학, 합신 명예 교수)가 최근 자신의 인생과 신학의 길에서 겪은 중요한 에피소드들을 엮어 책을 발간하였다. ‘시간, 나무가 되다’(합신대학원출판부, 2019.8)가 그것인데 신학자로서의 자신의 삶을 평화롭게 돌아보고 있다.
이 책은 유년의 시간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사계절로 분류하였다. 1부 ‘봄철의 소망’에서는 시골에서 태어나 군입대 때까지. 2부 ‘여름철의 푸르름’에서는 총회신학교 시절부터 미국 유학 생활까지의 개혁신학자로서의 연마하는 과정. 3부 ‘가을철의 열매’에서는 목사 안수를 받은 후부터 교수 사역,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와 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사역. 4부 ‘겨울철의 성숙’에서는 교단 분열과 합신 및 합신 교단의 초창기 역사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저자는 결국 자신과 자신이 섬겨 온 합신에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세세하고 풍성했는지를 말하고 싶어 한다.
책을 출간한 저자의 심경과 또 이에 연관된 이야기, 근황 등을 더 듣고자 지난 9월 16일 그의 자택 근처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 대담 내용을 요약적으로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편/박부민 편집국장, 박/박형용 박사>
▣ 편 : 오랜만에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두루 건안하신지요?
⊙ 박 : 네, 반갑습니다. 먼저 졸저를 읽으시고 기독교개혁신보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편 : 우선 근황을 좀 소개해 주십시오
⊙ 박 : 학기 중에는 합신에서 한 과목 강의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 외에 동남아 지역 국가의 신학교에서 강의 부탁을 하면 가서 강의하는 일을 합니다. 이미 광신대학교에서의 강의를 마쳤고 지난 2월에는 호주의 Alphacrucis College에서 1주일 강의 했고, 3월에는 중국과 필리핀에서 강의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9월에는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강의합니다. 매일 강의 준비와 또 다른 주해서들을 포함한 책을 쓰고 있는데 작년(2018년)에는 성경을 관통하는 ‘말씀산책’과 2002년부터 여섯 권이 간행된 “하나님이 가라사대”시리즈 완결편 ‘내가 항상 너와 함께하마’를 출판했습니다. 이번에 하나님의 은혜로 ‘시간, 나무가 되다’를 내게 됐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탁구도 열심히 치고 있습니다.
▣ 편 : 여전히 열정적이고 성실하신 생활에 존경을 표합니다. 이번 신간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특별히 시간 즉, 삶의 과정을 나무에 빗대어 회고한 이유가 있습니까?
⊙ 박 : 책 제목 선정에는 합신대학원출판부와 정창균 총장님의 조언이 있었는데 한 나무가 흙속에 심기어 성장하면서 풍파를 거치며 현재의 성숙한 모습이 되는 것에 착안해 본 것입니다. 제 지난날을 돌아보면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평생 좋은 부모와 가족과 배필 그리고 좋은 스승과 친구들, 동역자들을 만나 큰 복을 누렸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부족하나마 오늘의 제가 있는 것임을 담담히 고백한 것이지요. 나무가 제 힘으로 자랄 수는 없으니까요.
▣ 편 : 해방 전인 1942년에 출생하셨고 한국 현대사의 희비를 함께 겪어 오셨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한국 사회를 대비해 여전한 것과 달라진 것 한 가지씩만 말씀해 주십시오
⊙ 박 : 여전한 것은 과거나 현재나 사람이 사는 것은 관계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늘 느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런 관계 속에서 우리를 인도하고 계시다는 교훈입니다. 달라진 것은 먼저 경제적으로 한국이 많이 부흥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경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사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예수님이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니라” 하신 것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하신 교훈을 모두가 특별히 되새겨 보기를 바랍니다.
▣ 편 :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한국교회사 속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생각도 덧붙여 주신다면?
⊙ 박 : 과거 한국교회는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가 교회를 좋은 단체로 생각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숫자적으로는 많이 부흥했지만 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지탄을 받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차제에 교회는 사회의 지탄을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결국 말씀 중심의 삶으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 편 : 책에서는 시골에서 상경하여 힘든 여정 속에서 학업을 마친 내력을 솔직하고 밝은 표정으로 기술하셨습니다. 실패와 성공의 시간 속에서 결국 하나님의 주권적이고 은혜로운 인도하심을 강조하신 것이지요?
⊙ 박 : 그렇지요. 저의 삶의 고비마다 저는 깊이 내다보지 못했지만 하나님은 다음 계획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은 잠시 우리를 고난의 과정을 통과하게 하시지만 또한 소망의 문을 항상 열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 편 : 신학적 스승들은 물론 오랜 친구들과의 관계가 참 즐겁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신학과 목회의 친구 적어도 5명이 있으면 유익한 인생이라는 지론은 지금도 동일하십니까?
⊙ 박 : 네, 그렇습니다. 저는 친구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이 성경적이라고 봅니다. 지금도 제자들이나 아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5명만 사귀면 목회가 즐거울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60대, 70대가 되어도 00목사님, 00박사님으로 부르지 않고 “00야”라고 서로 부를 수 있는 친구를 사귀라고 권면합니다.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친교의 깊이와 진실성을 말함입니다.
▣ 편 : 총신 시절, 조직신학의 박형룡 박사님은 물론 특별히 간하배(1933-1999, Harvie Conn)박사님과의 만남에 감사를 표하셨습니다. 신학적으로는 구속사적 관점의 성경 이해 그리고 성품으로는 겸손과 소탈함과 편안함에 영향을 받으셨다고 하셨지요?
⊙ 박 : 네, 책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총신 시절 간하배 박사님으로부터 3년을 배웠습니다. 간하배 박사님은 신학적으로 개혁주의 신학을 철저히 신봉하면서도 삶은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으로부터 복음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삶을 배웠지요. 간하배 박사님이 우리에게 주신 도움은 큽니다.
첫째는 60-70년대 초반 신학교가 빈곤하던 당시에 미국에서 신학교재를 수입하여 학생들에게 싼 가격에 공급해 주신 일입니다. 그 덕에 폭넓은 공부와 비전을 키울 수 있었지요. 둘째는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의 대립 속에서도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신학적 공헌은 선별적으로 이용하면서 오류는 신랄하게 비판함으로 우리의 신학적 전망을 넓혀 주신 점입니다.
▣ 편 : 개혁주의적이며 복음주의적인 장로교단 중에 가장 크다 할 수 있는 미국장로교회(PCA)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 박 : 2019년 현재 PCA는 대략 2,000교회로 형성된 교단입니다. 교단내의 노회의 숫자는 86개 노회인데 그 중에 한국인 노회가 9개나 됩니다. 한국인 노회는 한국인 교회가 지역마다 노회를 형성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지선교부(Mission to the World)가 파송하고 있는 선교사는 현재 대략 750명 쯤 됩니다. 현재 MTW의 총무가 한국인인 로이드 킴(Lloyd Kim)입니다. 카버넌트신학대학(Covenant Seminary)과 카버넌트대학교(Covenant College)를 교단신학교와 교단대학교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1982년 개혁장로교회와 연합한 결과입니다.
▣ 편 : 미국 장로교회에서 우리가 꼭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 박 : 미국장로교회는 총회가 끝나면 총회장은 본연의 자리고 돌아갑니다. 그리고 총회의 운영은 상비부(permanent committee)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합신이 처음 시도했던 방식입니다. 또 미국장로교회는 국내전도, 국외선교를 열심히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특별히 배워야 할 것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시점부터 노후대책까지 꼼꼼히 챙겨 주는 것입니다.
▣ 편 : 합동신학교의 태동과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에서 당연히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3대 이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말씀하신 요지는 무엇인지요?
⊙ 박 : 요즈음 여러 사람이 저에게 합신 출신들이 “바른신학,” “바른교회,” “바른생활”이라는 3대 이념을 강조한 나머지 우리가 너무 “바른” 때문에 하나님의 사랑의 넓이와 하나님의 구속의 깊이를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합신 초기의 3대 이념의 기본적인 뜻을 다시 나누고자 설명한 것입니다. 책에서 어느 정도 언급했지만 기회 있으면 이 부분은 기고문을 통해 재론해 보려합니다.
▣ 편 : 합신 교단과 합동신학대학원의 전망은 어떻겠습니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 박 : 우선, 합신은 현재 잘 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다른 학교들이 미진했기 때문에 합신이 반사 이익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자체적으로 다른 신학교보다 교수진이나 강의 내용, 학생 돌봄, 학교 운영 등의 영역에서 탁월하고 특이한 장점들을 잘 만들어 가야 합니다. 나아가 합신 교단은 앞으로 같은 신학과 신앙을 가진 교단들과 연계하거나 합동하는 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합신대학원도 큰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 편 : 미국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총을 들이댄 강도를 만나고도 “돈은 줄 테니 걱정 말고 5분만 시간을 내어 진정한 삶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 좀 하자.”고 끈질기게 설득하니 초조해진 강도가 도망쳤다는 일화는 충격적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강조하신 것이 내재된 하나님의 평강(빌 4:4-7)이었는데 하나님의 자녀로서 누려야 할 평강, 평화를 삶의 지표처럼 유독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 박 : 우리는 죄인으로 하나님과 불목의 관계에 있었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죄성 때문에 예수님의 죽음만 강조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부활하셔서 우리에게 부활체를 입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를 믿음으로 영생을 소유했고, 예수님이 내 평강을 너희에게 주노라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마음에 평강을 누리며 소망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성도들이 이 땅위에서도 평화롭고 즐겁게 살도록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 편 : 책을 마치시면서 “지금까지의 기록은 한 성도가 예수 믿고 한평생 살면서 어려움도 많이 있었지만 하나님의 인도로 즐겁고 당당하게 살아 온 단편적인 이야기들이다.”라면서 오늘의 삶의 성실성을 강조하신 점이 무척 인상 깊습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꼭 당부하실 성경 구절이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박 : 로마서 5장 8절의 말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라는 구절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형편이 ‘죄인이었을 때’에 그의 사랑을 나타냈습니다. 우리들도 삶을 이어가면서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을 쉽게 정죄하며 지적하고 배제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편 :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신간에 많은 반향이 있기를 바랍니다.
⊙ 박 : 네,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주셔서 즐거웠습니다. 졸저가 조금이라도 유익한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책 뒷표지에도 적었습니다만 “How Delightful is Life in Jesus Christ!” 이 말씀을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네요.
* 박형용 박사와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시간 속에서 작은 나무가 자라 하나님의 은혜의 인도하심으로 거목이 되어 이제는 아낌없이 많은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을 품고 후학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음을 느끼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편집자 주
* 박형용 박사 서경대, 총신대원,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에모리대학교(박사). 총신 교수를 거쳐 합신에서 총장을 역임하고 40여 년간 신약학을 가르침. 이후 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와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역임함. 주요 저서 <신약정경론><성경해석의 원리><신약성경 신학><말씀산책>을 포함 <사복음서 주해><에베소서 주해> 등 신약 각권 주해서를 계속 출판 중이다.
<도서 안내>
시간, 나무가 되다
<박형용 지음 | 합신대학원출판부 | 2019.8 | 340쪽 |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