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회 총회에 바란다
교단적 차원에서 신학적 과제 논의해야
박형용/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매년 9월이 오면 대부분의 한국 교회가 총회로 모인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신) 총회도 이번 9월 18-20일 사이에 모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합신 총회
는 다른 교단의 총회와는 달리 총회장, 부총회장 선거에 성숙된 모습을 보여
오고 있다. 많은 교단의 총회들이 임원선거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완전히 계
시된 하나님의 뜻이 없는 상태에서 사용된 방법이며, 오순절에 신약 교회가
설립되기 이전에나 사용했던 “제비뽑기”까지 등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합신 총회는 총회장, 부총회장 선거를 좋은 분위기 가운데 진행하고 있는 것
은 참으로 앞선 총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늦은 감이 있지만 금년 총회는 단순히 회무 처리에만 시간을 보내
지 않고 선교와 전도의 밤, 찬양의 밤 등 총회를 축제 분위기로 진행하기로
한 것은 크게 격려해야 할 일이다. 나아가 우리 교단이
이런 정신을 더 개발
하여 총회 기간에 교단 산하 여전도 회원들을 위한 세미나나 목회자 사모들
을 위한 세미나를 총회가 모이는 장소의 다른 공간에서 모이게 함으로 명실상
부하게 총회를 축제 분위기로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합신 교단이 더욱 개혁적인 총회가 되기 위해서는 신학적인 정체성을 확립
하는데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한다. 일반적으로 총회에서 다루어지는 사안들
은 신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교단은 개혁주의 신
학을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교단적인 차원에서 우리 앞에 있는 신학과 관련
된 주제들을 논의하여 교단 산하 교회들을 인도하는데 더 적극적이 되어야 한
다. 예를 들면 총회는 합당한 사람들을 위원으로 위촉하여 “포스트모던이
즘”의 잘못과 그 광범한 영향에 대해서, 혹은 앞으로 “주 5일 근무제도”가 정
착하면 그 제도가 교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그 대처 방안 등을 연구하게
하여 총회에서 의논하고 개혁주의적인 신학적 합의를 통해 교단 산하 교회를
지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교단이 노력해야 할 부분은 신학 입장이 같은 국내외 타 교단과
의 교제 관계를 증진시키는 일이다. 현재 우리 교단은 미주 한인 총회와 교류
하고 있는 줄 안다. 그 교류의 성격은 양쪽 교단 총회장 일행이 상대 교단 총
회에 참석하여 인사하는 정도이다. 우리 교단은 국내에 있는 신학적 입장이
같은 다른 총회에 대표자를 파송하여 교류를 확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외국
에 있는 같은 신학 입장의 교단에도 대표자를 파송하여 그리스도의 교회의 일
치된 모습을 찾는데 선도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사료된다. 우리는 타 교
단 총회에서 교단을 대표하는 사람이 반드시 총회장이어야만 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다른 총회와의 교제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제 그런
의식에서 벗어나 총회에서 대표권을 받은 사람이 총회 사절로서의 역할을 감
당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총회의 모습에서 또 한가지 보고싶은 장면은 총회 마지막날 회의장에 총대
들이 그득히 앉아 있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총회로 모이는 전반부는 많은
총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총대들의 자리가 비어 가는
것을 본다. 그런데 심각한 현상은 총회 후반부로 갈수록 더 중요한 안건이 다
루어지고 있
다는 사실이다. 개혁신학은 우리의 삶의 성실성에서 꽃을 피우게
된다. 총회에 파송된 총대들은 총회가 마치는 시간까지 성실하고 진지하게 참
여해야 한다. 우리 총회는 이런 부분에서도 모범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
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