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당신, 빛나는 그대
< 남춘길 권사, 남포교회 >
“입양은 버려진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마지막 희망”
얼마 전 신문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 나는 그분과 일면식도 없지만 그분이 살아오신 발자취와 정갈한 모습에 담긴 인자함은 훈훈한 온기와 감격으로 마음을 가득히 채워 주었다.
그분은 버려진 아이들이 입양되기 전까지 50년 이상을 젊음을 바쳐 고아들을 진료해온 홀트 복지타운 조병국 부원장이다. 6.25 전쟁고아들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버려진 수많은 고아들의 슬픈 운명 앞에 안정된 자신의 미래를 던져버린 것이다.
78세이신 지금도 이렇게 단아하고 아름다운데 20대의 그분은 얼마나 예뻤을까 생각해 본다. 의대를 졸업한 뒤 곧 홀트아동복지회 고아원 근무를 시작으로 고아들을 돌보았고 아동병원 과장자리를 박차고 아예 홀트회로 자리를 옮겨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버려진 아이들에게 주어진 운명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거나 살아남아 입양을 가거나 둘 중의 하나다. 사랑하는 엄마 품에서 애지중지 키워도 아프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기들인데 하물며 버림받은 아기들이야 말해 무엇 하랴!
친부모가 포기한 장애아나, 희귀질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어 훌륭히 성장해 찾아왔을 때, 또 자기들처럼 버려진 아이들을 입양하겠다고 했을 때, 고마운 마음과 보람됨과 뭉클함을 표현할 없노라고 말한다.
“입양은 버려진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씀하였다<‘가슴으로 낳은 아이’ 중에서>.
나도 한때 아기를 데려다 키워 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있었다.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큰 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물론 남편에게 의논조차 하지 않은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따뜻한 마음으로 키울 수는 있겠는데 잘 교육시켜 아이의 장래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와락 겁이 나며 자신이 없어졌다. 역시 나는 그럴만한 그릇이 못 되는구나 자책하며 생각을 접었었다.
대한민국은 고아 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갖고 있지만 프랑스의 최연소 여성 장관이 된 폴뢰르 펠르랭을 보면 그 생각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싶다.
펠르랭은 태어난 지 6개월 쯤 되었을 때 프랑스 가정으로 입양 된 한국인이다. 그가 모국인 한국에서 성장 했다면 지금 같은 위치에 올라 꿈을 펼칠 수 있었을까?
1973년생인 펠르랭은 입양된 후 한 번도 한국에 와본 적도 없고 한국어는 전혀 모른다. 그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외모는 동양인이지만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은 프랑스인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한국의 기업혁신 비결을 배우고 싶고, 프랑스의 초고속 통신망 구축에 한국의 경험을 활용하고 싶다고, 삼성/LG가 세계기업 된 비결도 공부하고 싶다며 내년쯤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데 한국 문화를 알고 싶을 뿐 생물학적 가족을 찾기 위함은 아닐 것이라고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펠르랭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든 간에 그의 몸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6개월 된 아기가 강보에 싸여 푸른 눈의 새로운 부모 품에 안겼을 때 얼마나 낯설고 서먹했을까!! 그 또래의 아기들이라면 날마다 얼굴을 대하는 제식구가 아니면 사랑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낯을 가려 울음을 터트리고, 오랫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곤 하는데…
포근한 엄마 품에 안겨 토실토실 살이 오른 보드랍고 작은 손으로 곤지곤지, 젬젬, 도리 도리, 짝짜꿍, 재롱을 떨어야할 시기에 그 아기는 비행기에 태워져 낯선 땅 프랑스로 갔을 것이다. 아마도 사랑에 굶주리고 영양 부족인 아기는 생명이 위독할 만큼 잔병치레가 잦았을 것이다.
조병국 의사 할머니의 손길이 없었다면 이 아기도 희생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펠르랭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에 대하여, 자신이 버려진 아이였다는 사실이 한때 힘들고 괴로웠지만 좋은 부모님 에게 입양된 행운을 감사함으로 받아 드렸고 훌륭한 부모님의 세심한 배려로 지적 호기심을 키워 나갈 수 있었노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감사를 놓치지 않은 긍정적 사고와 그의 노력 사랑으로 키워준 부모님 그리고 타고난 머리의 명석함, 이 모든 것이 합하여 오늘의 그가 존재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말씀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꿈도 소망도 사랑도 놓쳐 버린 채 버림받은 생명들, 병마에 시달리던 어린 고아들을 일생 돌보아온 조병국 홀트 복지타운 부원장님 같은 분이 있어서 입양아의 슬픔을 딛고 39세의 젊음으로 프랑스의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 경제 담당 장관으로 발탁된 빛나는 폴뢰르 펠르랭이 우리 모두를 살맛나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