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 있는 싯딤나무(조각목)
< 전정식 장로, 남포교회 >
“법궤의 재료인 싯딤나무는 광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단단한 나무”
신록이 싱그러운 5월 초순에 벼르고 벼르던 출애굽 코스의 이스라엘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초행길이었지만 성경에서 익숙하게 듣던 이름들 덕분으로 마치 한 번쯤 와 봤던 곳을 다시 찾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이드를 맡은 모 목사의 성경 본문에 따른 자세한 소개와 묵상은 일정 내내 우리들을 은혜로운 시간으로 인도해 주었습니다.
출애굽 코스답게 첫 이틀 동안 성경에 등장하는 광야들을 답사했습니다. 시원한 냉방차 속에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밑의 붉은 산들과 광야는 보기에 아름답기는 하지만 잠깐 잠깐 내려만 봐도 숨 막히고 뜨겁습니다.
썬크림을 바르고 모자와 썬그라스를 착용하고 또 수시로 그늘 밑에 앉아 쉬며 1달러하는 생수를 끊임없이 마셔대는 저는 이곳에서 살라고 하면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광야를 지나다 보면 연평균 강우량이 50mm도 안 되는 불모지인데도 불구하고 드문드문 나무들이 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5m 정도도 못 미치는 나지막한 높이를 가진 이 나무들은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하여 볼품은 별로이지만 그래도 나무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그늘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거지역 가까이 있는 광야에서는 목동이나 양이나 염소가 그 나무 그늘에서 쉬는 모습도 보입니다. 가이드는 이 나무가 바로 법궤와 성막에 사용된 싯딤나무(조각목)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싯딤나무는 아카시아와 같이 가시나무 중의 하나인데, 광야에 자생하는 몇 안 되는 나무 중 하나입니다. 이스라엘 사해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라고 합니다.
싯딤나무는 백향목같이 훌륭한 목재감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목은 견고하고 벌레가 갉아먹지 못하는 특성이 있어 내구성이 강하다고 하는데, 광야 같은 곳에 자생할 수 있는 장점이 되는 특성으로 작은 나무일지라도 그 뿌리는 70-80m 이상 깊이 내려가며 때로는 100m도 훨씬 넘게 뿌리를 내린다고 합니다.
성경 속에서 읽었던 싯딤나무는 귀한 곳에 쓰이고 또 금으로 입혀지는 영광을 얻기 때문에 훌륭한 목재감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졌던 차에 싯딤나무를 실제로 보고는 사실 조금 실망했습니다.
아마도 하나님이 귀한 법궤와 성막에 싯딤나무을 사용하라고 지정하신 것은 이 나무가 가진 특성이 적절하기도 했겠지만 광야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는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자상하신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자들은 믿음의 삶을 광야에 비유합니다.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특히 종교다원주의가 팽배하며 반기독교 정서가 농후한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런 척박한 현실 속에서 신자가 바른 믿음을 가지고 바르게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적지 않은 이단들이 버젓하게 기독교와 교회라는 이름을 내세워 신자들을 뜨겁게 유혹하고 있으며, 그동안 바른 말씀과 바른 교회의 모습으로 신자들에게 큰 힘이 되어 온 복음진영이 일부 사람들의 경건치 못한 행위로 인하여 사회로부터 큰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처받은 신자들이 교회를 차갑게 떠나고 있어 어쩌면 신자들에게조차도 기독교는 마치 여러 종교들 중 하나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 현실에서 우리 자녀들을 위한 기도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지라도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 자녀들이 바른 생명의 말씀에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광야 같은 척박한 세상일지라도 우리 모두 싯딤나무처럼 이런 사회 속에서도 바른 신자로 굳건히 설 수 있다고 믿으면서 내 마음은 생명의 말씀을 향한 갈급한 심령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