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에 쓴 편지(51)
해변의 봄 청소
Mrs. Daisy Sung_미국 포들랜드 한인 문화방송실
“서해안 자원 봉사 통해 국민의 저력 보여줘”
3월말 지구의 북반구 쪽에서는 여기저기서 봄이 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유
난히 세계 전역에서 기록적인 눈이 내렸거나 홍수가 났다는 소식을 더 자주
듣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갈수록 기상 이변 더욱 잦아져
겨우내 비오는 날도 많더니 개나리꽃도 한물 수그러질 때가 되었는데도 흰
눈이 펑펑 내린다. 깜짝 놀랐을 연분홍 꽃잎들은 활짝 벌린 그대로 눈 무게
에 눌려 애처롭게 보인다. 땅에 닿으면 곧 녹아버리면서도 눈송이는 크다.
이렇게 날씨가 불안정할 때면 차 사고도 잦다. 특히 길이 아닌 다리 부분은
땅위보다 쉽게 얼어붙는다. 오르막길에 갑자기 까만 아스팔트 위에 보이지
않는 살얼음(black ice)이 깔리게 되면 사고는 쉽게 난다. 미리 속도를 매
우 줄여야 되는 일은 운전하는 이가 꼭 알아야 될 상식이다.
오늘같이
궂은 날에도 오레곤 주 바닷가에는 연중행사로 해변 봄 청소의 날
이라고 TV뉴스 기자도 바쁘다. 개인 자원봉사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가족끼
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꽤 많이 모여든다.
필자도 바닷가를 즐겨 찾지만 지저분하게 쓰레기가 막 버려졌다고 생각한 적
은 없다. 항상 그랬듯이 공공장소나 야외는 미국답게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
곤 한다. 주로 바람에 날려 온 플라스틱 봉지들과 굴러다니는 쓰레기는 누구
의 눈에 띄어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바닷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대개는 주립공원
들이 많다. 일일 소풍장소 공원(3$)과 전기와 수도가 있는 캠핑하며 밤을 지
낼 수 있는(18$) 유료공원도 많지만 무료 공개된 공원도 많다.
바다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와는 완연 다르다. 한국에서 온지 얼
마 안 되어 처음 바닷가에 갔을 때 나는 이상한 모습을 보는 듯 의아해 하였
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확 트인 바닷가에 나오면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고
흥분하여 나대는 그런 모습은 어디에도 없어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나 궁금했
었다. 그들이 이상한지 나의 기대가 이상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어
도 바닷가
에서 사람들 노는 모습은 언제나 한산하고 조용하다.
이곳은 알래스카 쪽의 한류가 흘러 여름한철에도 물이 차가워 젊은이들이 아
니면 수영을 못한다. 그러기에 주로 물가를 거닐거나 운동 삼아 걷고 뛰고
한다. 햇빛을 쪼이며 앉아 살을 그을리며 싸온 마실 것과 먹을 것을 먹는
다. 그리고 먹고 난 쓰레기는 각자 자기 집으로 싸들고 간다. 주차장마다 쓰
레기통이 있어도 대개는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가끔 말을 타고 나와 물가를 거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참
보기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삶에서 최상의 것을 즐기고 있지 않나 부러운 마
음이 들 때가 있다. 여름철이 되면 어쩌다 고속도로에서 큰 통 같은 것에 말
을 싣고 가는 대형차들을 볼 수 있다. 차 뒤로 노출되어 보이는 반들거리고
누렇고 둥근 말 궁둥이는 쳐다보는 재미가 있다.
말을 키우는 것은 잘사는 사람들만이 하는 줄로 알았다. 허나 수입은 별로
좋지 않으면서도 어릴 때부터 말과 살아왔기 때문에 말없이는 못산다는 얘기
를 들을 때도 있다. 우리 같으면 그 돈으로 더 좋은 차를 사거나 다른 곳에
돈을 쓸텐데 말이다. 그렇
게 말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 다녀도 바닷가에 말
분뇨는 어디에서도 찾아보지 못한다. 아마도 뒤처리를 해야 되는 규정이 있
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는 잠잠해진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은 찐득거리는 기름 덩이를 한 주먹
씩 닦아내는 그 열의는 대단하게 보였다. 이처럼 군중심리와 혈기 있는 우
리 국민성은 큰일을 해내곤 한다.
위대한 서해안 살리기 운동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자연과 서로를 아끼고 잘 보존하려는 계몽이 되
면 매년 여름 골칫거리인 바닷가의 쓰레기 몸살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
각해본다. 이곳 바닷가의 자원봉사 청소의 날은 1984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