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신부_이영란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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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슬로 쓴 편지

토요일의 신부

“주일을 기다리는 이들이 진정한 주님의 신부”

이영란 사모_좋은소식교회

토요일 아침, 호숫가에 나갔다가 갑자기 봄 신부가 되었다. 누군가 벚꽃자
락 면사포를 씌어주고 온갖 고운 봄 색으로 신부 단장을 해주었다. ‘아. 그
렇습니다. 나는 당신의 신부입니다!’ 민들레와 제비꽃 그 작은 것들이 정성
스럽게 노래를 불러주는 듯 했다.

화사한 벚꽃 면사포 쓴 신부 돼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토요일만 되면 마음이 분주하고 힘들어진다. 주일 
준비하는 일이 여간 많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즐겁고 기쁜 토요일이 되었
다. 예배당에 나가 기쁘게 찬양했다. 
오후에 있을 어린이 전도파티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집사님이 왔다. 가락시
장에 갔다 오는 길이라며 재료들을 잔뜩 들고 왔다. 이제 막 마흔 고개 넘
은 처녀 집사다. 간식을 만들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지난 주 수
요, 금요 모임에 나오지 않았던 집사님, 여러모로 힘들었던 가슴 
속 이야기
를 했다. 음식이 다 만들어질 때쯤 우리는 깔깔대며 웃었다. 오늘도 안 오려
고 했는데 잘 왔다고 하며 기뻐했다. 
잠시 후 주일학교 선생님이 왔다. 피곤에 지친 얼굴이다. 새벽일 마치고 다
시 직장으로 나가는 두 가지 일을 한다. 일찍이 혼자되어 가장처럼 살아온 
아직은 젊은 집사님, 오늘은 왼팔에 마비증세가 와서 송곳으로 찔렀다고 하
며 자국들을 보여준다. 
우리들은 약할 때 강함 주시는 주님을 의지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의 
피 값 위에 세워진 교회, 연약한 우리들의 작은 수고와 눈물을 받으사 ‘좋
은소식 교회’와 이 지역의 어린아이들을 위해 간구했다. 우리 몸과 마음이 
새롭게 소성되는 것을 느꼈다.
오늘은 놀토라서 학교에 전도하러 나가지도 못했고 동네에도 아이들이 없었
다. 한 명이 와서 찬양을 하는데 다섯 명이 되었다. 못 말릴 정도로 까부는 
아이들을 대하노라면 진이 다 빠지지만 그래도 성구암송하고 복음을 듣고 기
쁘게 간식을 먹는 그들을 보면 감사가 넘친다.
전도모임을 마치고 내일 먹을 미역국을 끓였다. 팔이 아픈데도 기쁘게 국을 
끓이는 선생님이 자꾸 맛이 없다고 한다. 주일아침에
는 더 맛있어질 거라고 
하니 크게 웃는다. 강단을 닦다가 다리에 쥐가 난 선생님의 다리를 주물러 
주고 내가 닦았더니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닦는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삶을 나누었다. 우리는 돈보다는 주님이, 
일보다는 사랑이 먼저라는 삶의 지혜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녀의 긴장되고 
경직된 마음이 풀어지는 듯 했다. 교회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우리의 모습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아닐까?
교회당에 남아있던 인호와 다시 공부 이야기를 했다. 중학교에 들어간 인호
의 수학실력 때문에 학습지 선생님과 전화 상담을 했다. 월요일 4시에 테스
트를 하기로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인호에게 전에도 몇 번이고 다짐했지
만 다시 시작해 보자고 했다. 구구단이 되지 않는 아이의 고민은 얼마나 깊
은 것일까. 그 아이와 엄마에게 희망의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
다. 
어둑어둑해질 때쯤 청년 자매가 왔다. 주일예배 준비를 위해서 퇴근 후에 들
른다. 월세가 비싼데도 교회 근처로 이사 온 자매, 그 좋은 직장도 마다하
고 주일을 지키는 직장을 기다렸던 시간들,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무남독

녀 외딸이기에 연로하신 홀어머니를 돌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어머
니 혼자 지방에 사시는데 넘어지셔서 지금 딸집에서 치료 중이시다. 다시 넘
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울던지, 그러나 주님의 은혜로 새 힘을 얻고 
모셔다가 기쁘게 섬기고 있다. 
주일 예배를 위해 마켓에서 이것저것 사다가 준비해 놓고 언제 했는지 달걀
조림까지 해놓았다. 일을 마치고 우리는 유자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조금 있다가 이슬이가 왔다. 1년 전에 주신 주일학교 첫 열매이다. 심부름
도 하고 유아 방 정리도 한다. 같이 팔씨름도 하고 교회가 떠나가도록 웃으
며 놀았다. 
가끔 놀러오는 자매가 왔다. 어린 시절을 고아원에서 보냈고 지금은 교회근
처 고시원에 있다. 가끔 교회 와서 예배드리고 평일에 와서 밥도 먹고 어려
운 일 있으면 찾아와 의논도 한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내일은 꼭 예배드리
러 오겠다고 한다.
귀한 섬김들로 주일 맞을 준비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이 뿌듯함과 기쁜 웃음
소리로 가득 메워진 토요일 예배당은 천국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다 보내
고 예배당에서 혼자 감격하며 주일 예배가운데 주님의 임재를 간절
히 기도한
다.

토요일마다 주님 맞는 신부 돼

우리는 주의 날을 기다리며 토요일을 사는 주의 신부들이다. 성금요일과 부
활의 날 사이의 끼인 토요일은 긴장의 날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신랑을 기다
리는 신부에게 설레임의 날이기도 하다.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네 사랑
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아 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