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열며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변세권 목사
·강원노회장
·온유한교회
“사랑과 친교의 교제로 함께 채워가야”
대학 캠퍼스를 걷노라니 노란 은행잎이 함박눈 내리듯이 떨어지고 있었다.
무심코 밟고 지나가기엔 낙엽이 지닌 의미가 퇴색될 것만 같았다. 그리 곱
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며 그들은 여
기까지 왔을까?
가을 수놓은 낙엽 밟기 미안해
사람들도 생의 고비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픔만
큼 이 가을이 향수로 젖게 될 것이다. 아픔만큼 고운 인격을 드러내게 될 것
이다.
심리학자 롤러메이(Rollo May)는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에서 현대인을
‘공허한 인간 군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의 목적
도, 목표도 없이 계속 앞만 향해 달려가는 방향 감각의 상실 시대를 살아가
고 있기 때문이다. 온 힘을 다해 자신이 세운 어떤 목표를 성취하지만 그
성
취감조차도 공허함으로 남게 되는 상실감에 빠져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고독감이 공
허감의 원인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자기 존재에 대한 불안감, 존재의 위협
을 매일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우울증과 까닭 모를 허무감에 빠져 있다.
그리스도인의 영적 생활에 나타나는 커다란 위험도 ‘고독감’이다. 하나님
을 예배하는 중에도 자신 안에 감춰진 고독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함께 식
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은 그림자처럼 언제나 우
리 곁에 남아있다.
고독감은 사람이 견뎌내야 하는 가장 큰 위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 내
부의 깊은 곳에 숨겨진 고독감을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사회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느 글에 보니 공감이 가는 이런 내용들이 있었다.
직장인의 유행 신조어 순위 1위는 다운시프트족(Downshift)이다. 적은 소득
으로 여유 있는 직장생활을 즐기며 삶의 만족을 찾으려는 사람들이다. 2위
는 네스팅족(Nesting)이다. 사회적 성공보다는 단란한 가정의 행복을 중요하
게 생각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다. 3위는 셀러던트족
(Saladent)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개척하
는 사람들이다. 4위는 369증후군이다. 3개월, 6개월, 9개월 단위로 우울증
과 무기력증 등을 반복해서 겪는 직장인들을 지칭한다.
5위는 갤러리맨(Gallery man)이다. 일에 몰두하지 못하고 주인 의식도 희박
하여 벽에 걸린 그림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6위는 암반수들로 직장
에서 누구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있는 사람들이며, 7위는 소주파의 사람들
로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처세술을 펼치는 사람들이다. 8위는 나토족
(Nato, No Action, Talking Only!)들로 말만 많이 하고 행동은 전혀 하지 않
는 사람들이다. 9위는 메뚜기족으로 직장이나 자리를 이리저리 쉽게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며, 10위는 잡노마드족(Jobnomad)으로 유목민처럼 직업과 직
장을 따라 유랑하는 직장인 유형을 말한다.
이 직장인의 유형이 교회 생활의 유형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는 인간 영혼의 해결되지 않는 고독감을 탈출하기 위해 부수적이고 2차적인
것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서로 얼굴을 보며 미소짓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
복해질 수
있다. 예수님도 영혼의 필요 못지 않게 육신의 필요도 채워주셨
다. 바르게 하고 깨끗하게 목회한다는 것이 본질과 원칙만 강조하고 이런 인
간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교제마저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신성종 목사의 먹회론은 아닐지라도 교회 중직자들과 자주 문화행사도 갖고
식사도 하면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안부를 묻고 미소짓는 것만으로도 우리
는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목회자들끼리 시찰회 별로라도 기회를 만들어 테
니스라도 함께 치면서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신학교를 나오면 목회
를 잘하는데 어느 신학교를 나온 사람은 목회를 잘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서
는 안 된다.
우리가 가는 방향과 목표는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정직성과 융통성 부족
으로 그 좋은 뜻이 가려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진지함과 소원
과 열심은 있으나 그것을 이룰만한 지혜와 능력과 실력이 아직 우리에게는
부족하기만 하다.
좋은 뜻 가려지는 일 없기를
하나님이 우리 교단을 향하여 가지고 계시는 거룩한 집념을 기뻐하면서 혹
한 두 가지 부족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사랑과 친교의 교제로 채워가는 우리
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