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 위에서_유화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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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강의 다리 위에서

유화자 교수/ 합신 기독교교육학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1942년, 일본군은 총 연장 4백 15km
가 넘는 태국에서 버마(현 미얀마)로 넘어가는 전략상 필요한 철도공사를 하
고 있었다. 이 거대한 대공사에 연합군 포로 5만명, 현지 주민 10만명, 일본
군 1만 3천명 등 도합 16만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인력이 동원되어 이 대역사
를 1년여만에 마치게 되었다. 

이 공사를 1년이라는 기간에 마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무리였으나 일
본군은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이 공사를 제한된 기간 안에 마쳐야 한다는 
계획으로 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혹독하게 몰아세웠다. 처음부
터 무리한 공정과 불가능에 가까운 기간을 미리 세워놓고 강행된 공사인데
다, 콜레라와 말라리아까지 만연되면서 연합군 포로 1만명과 현지인 3만명
이 희생되는 참극이 발생되었다. 

이 대공사 구간 중에서도 콰이강의 다리는 그야 말로 난공사였다. 생존한 포
로들과 현지인들
은 잔학하고 혹독한 일본 군인들의 학대와 강요 속에서 거
의 불가능에 가까운 공사에 투입되었는데, 콰이강의 다리 공사는 문자 그대
로 죽음의 철도 공사로 불리었다. 

그후 56년이 지나, 이 다리 공사에서 연합군 포로들에게 가장 잔학하고 혹독
하게 굴었던 일본 헌병 나가세와 그에게서 포악한 학대와 인간 이하의 잔인
하고 처참한 대접을 받았던 영국 포로 로맥스라는 장교가 1998년 8월에 80세
의 나이로 콰이강의 다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한도 많고 고통도 많았
던 이 콰이강의 다리 위에서 서로 용서를 빌고 용서하는 일로 세계의 주목
과 화제를 모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었지만 고문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다”라는 노병의 말에, 당시 포로들 사이에 악마의 화신으로 불리었던 일
본 헌병 나가세는 “내 자신 지은 죄가 너무 무거워서 지옥에서도 받아주지 
않을까 걱정하였는데 이제는 편안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응답하면
서 그 잔인한 공사에서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는 꽃다발을 강물 위로 띄워 
보냈다고 한다. 

당시 최악의 조건속에서도 죽음을 불사하고 콰이강 다리의 
난공사에 투입되
어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포로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당시 일본군 철도대장
이 영국군 포로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적국의 철도 공사에 이렇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데 대한 분노나 적대감, 모순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
가?” 이 질문에 대하여 영국군 포로들은, “아니다. 이 다리 공사에 우리
의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언젠가는 이 다리가 영국의 
소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잔인하게 많은 사람들을 학대하고 혹사시켰던 일본의 만행은 
오래 전 일본의 패배로 이미 끝났고 긴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은 많이 변하였
다. 국제 사회의 판도도 많이 달라졌다. “국제간에는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원수도 없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어제의 원수가 오늘의 우방국
이 되기도 하고, 어제의 친구가 국가간의 이해 관계에 따라 오늘은 원수로 
변하기도 하는 것이 지구촌의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향하여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도 회개할 줄도 모르는 
민족이라고 말한다. 특히 종전 후 독일과 일본이 취하고 있는 국제 사회에서
의 태도와 
자세에서 많은 대비되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독일과 일본이 전
쟁 중에 주변국들에 범한 죄의 대가를 치르는 과정에서 서로 대조되는 모습
을 두 나라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콰이강의 다리 위에서’ 노병인 영국 장교는 정말 용서하기 힘든 사람, 아
니, 용서할 수 없는 나라 일본을 용서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한 사람의 영
국 장교에게서 용서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로부터도 국제적인 용
서를 받았다. 그 용서 위에서 오늘의 일본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런 준엄한 역사적 사실을 깨달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의 주제 
파악을 못한 채 피해국들과 국제 사회를 향한 망언과 망발을 계속하고 있
다. 이런 일본에 대하여 국제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명
하고 있다. 

우리의 삶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고, 
때로는 그들에게 죽음과 같은 고통을 안겨 줄 때도 있다. 하나님을 경외하
며 경건하게 살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대로 순종하며 살려
고 노력하는 그리스도인일지라도 죄악된 본성을 가진 인간인지라 범죄할 때
가 많다
. 이런 삶의 여정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용서속에서, 또한 다른 사람들의 용서와 배려에 기초한 삶을 살아가
고 있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다른 사람들의 용서와 배려
가 없었다면 오늘 자신이 이 현실속에 존재할 수 없음을 우리 모두는 깨달아
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모두 빚진 자들이다. 콰이강의 다리 위
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 짧지 않은 우리의 삶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