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석의 북카페
삶의 출발선으로서 하나님의 용서
신앙은 체험과 고백의 양면 모두 가져
<토마토와 빨간 사과>. 얼른 감히 잘 안 잡히는 제목이다. 이런 채소, 저런
과일이 웰빙에 좋다고 떠들어대는 책들 가운데 하나로 보이기도 한다. 어쨌
든 책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신앙 서적 같지가 않다.
삶의 변화에 관심 가지는 책
그런데 한 친구는 이 책을 가리켜 필력이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상찬까지
했다. 노동판에 나가 지금은 막일을 하며 고단하게 살고 있는 그가 아내의
신앙을 걱정하며 읽게 하려고 빌려왔는데 자기가 먼저 보았다는 이력도 붙
은 책이다.
삶의 변화는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가. 자신의 인간성을 정직하게 대면하지
않는 한 삶의 변화란 기대하기 어렵다. 본서는 정확히 이러한 문제를 다루
고 있다. 지은이는 자신의 대학 1학년, 문학철학 수업을 통해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해서 더 발전
시켜 본서가 나왔다고 술회한다.
그녀는 인간 존재와 삶을 들여다 볼 때 성경만 사용하지 않고 문학과 심리학
과 자신의 경험담도 그 곁에 놓고 사용한다. 이렇게 하자 신앙의 문제가 단
지 교리적 언어로만 표현되는 한계를 벗어나 일상의 언어로 표현되어 일반
대중에게 친근히 다가서게 된다.
지은이는 까뮈의 <전락>을 예리하게 분석함으로써 현대인의 절망적인 모습
을 그려낸다. 그들은 하나님을 꺼리는 나머지 스스로 신이라 자처한다. 이
도 성에 차지 아니하면 로맨스에서 찾거나 아니면 섹스라는 극단적 처방을
통해서 해결하려 하나 삶의 행복이나 소망은 저 멀리 있을 뿐이다. 그렇다
고 눈을 단번에 하늘로 돌리는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신을 만들
어 그곳으로 피신하려 한다.
현대인이 처한 이런 딜레마를 피터 쉐퍼는 <에쿠스>라는 연극을 통해 상징적
으로 보여준다. 말들을 신이라 믿는 소년과 이 소년을 치료해야 하는 정신
과 의사의 고뇌 속에 그런 모습이 투영된다. 그 소년의 병을 고치자면 의사
는 그에게서 열정, 곧 예배를 빼앗아야 한다는 역설을 응시하면서 자기 인생
에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정직히 대면하
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현대 문화와 단호하게 이별해야 할 시간이다.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십자가에 기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수의
죽음이라는 하나님의 해결책에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불
신자는 고사하고 우리에게도 쉽게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 십자가의 도가 아
닌가. “누군가를 죽인다고 아픈 사람이 낫거나 죄인이 용서받을 수 있는
가? 그저 썰렁한 개그로 들린다”(146쪽).
그러나 지은이는 십자가의 복음을 아주 편안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정
의와 자비의 충돌을 극적으로 그리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세 인물 분석
을 통해 하나님의 용서는 이런 것이라고 손에 잡힐 정도로 생생하게 설명해
낸다.
“용서는 하나님께 받아들여지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이 전혀 없음을 보여 준
다. 용서는 우리 본성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이 전혀 없음을 보여 줌
과 동시에 우리 빚을 우리가 갚을 수 없음도 보여준다.” 장발장은 주교로부
터 이런 용서를 받았고 마침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처럼 하나님의 용서
는 삶의 토대요 그 출발선인 셈이다.
하나님을 만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같지는 않다. 우리는 주로 경험을 통해
서 하나님을 만나지만 서양의 그리스도인은 대개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를 많
이 생각함으로써 그를 단단히 붙드는 편이다. 즉 우리의 신앙은 체험적인 반
면에 저들은 고백적이고 사색적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대비되는 믿음의 방식
을 보면서 한 가지 짚이는 게 있다. 이제 우리도 신앙의 문제를 생각하는 쪽
에 더 무게를 두었으면 한다.
이런 바람은 역자 후기에도 선명히 드러난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신앙한
다는 것, 그리고 이 신앙을 반영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관해 거의
혁명적인 인식 전환을 했습니다.” 지은이는 자신의 독자를 비신자와 기존
신자로 설정하고 있다.
신앙에 대한 혁명적 인식 가져
인간 본성의 문제를 정직하게 대면하고 그것을 현실적이고 궁극적으로 해결
하고 싶은 구도자나, 하나님의 은혜를 더 깊이 체험하고 싶지만 그것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기존 신자라면 이 책은 분명히 유효할
것이다.
조주석 목사_합신출판부편집실장 chochuseo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