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 하세요
이재헌 목사_대구 동흥교회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를 살피며 보호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는 것은 생존
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라는 면에서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성장
과 발전을 위해 다행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 지나치게 강조될 때에는 부정적인 면이 너무 크게 드러나는 것도 사실
이다.
이기적인 사람들 많아
우리는 그런 사람을 향하여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런 사람
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그 집단이나 사회는 곧 심각한 문제에까지 이르게 되
는 것을 보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바로 이런 심각함이 제한
수위를 넘어 선 듯한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보게 된다. 얼마 전 한 일간지가
보도한 사회면의 한 기사를 보고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어느 듯 우리 사회의 장례 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이
제 그 비율도 50%를 넘어가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수요를 다 감당할
만한 화
장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화장장을 구하지 못
해 어쩔 수 없이 4일장을 치르는 일도 다반사이다.
예약을 못한 사람들은 3일장 일정을 맞추기 위해 ‘원정 화장’에 나서기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일부의 사람들이 묘지 근처
숲 속 등지에서 가스버너와 드럼통, 절구 등을 이용해 시신을 태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적인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이 사회를 여기까지 오게 했는가? 그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잘못된
‘자기중심주의’ 혹은 ‘이기주의’라는 뿌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화
장장, 쓰레기 매립장, 장애자 보호 시설, 심지어 노인 요양소까지도 모두 혐
오 시설이라는 명찰을 붙여 놓고서는 이런 시설들이 필요한 건 알지만 내가
사는 동네만큼은 안 된다는 ‘자기중심적 집단 이기주의’가 더 이상의 시설
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고, 결국 이처럼 회귀한 현상까지 만들어 내고 있
다.
사실 우리 교회도 요즘 비슷한 문제로 이웃간에 약간의 문제를 안고서 고심
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는 교회 주차장을 평일에 인근 주민들에게 무료 개
방을 해서 활용하도록 해 왔는데 최근에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수개월
전부터 주차장을 인접하고 있는 주민들이 소음과 복잡함을 이유로 평일 주차
장 폐쇄를 강력하게 요구해 온 것이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의 집 앞에 약간
의 개별 주차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당한 기간 동안의 버팀(?) 끝에 결국 그들의 요구대로 폐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주차장에서 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으면서
지금까지 자유롭게 주차 공간을 활용하던 이웃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며 주차
공간을 열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모두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기중심’이라는 뿌
리칠 수 없는 이기적인 사고다. 모든 상황을 자기중심으로 이해하고 만들어
가려는 본능적인 욕망이 강하게 자기를 덮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와 이웃
의 모습에서 교회는 자유로운가?
이미 유명 브랜드(?)를 지닌 대형 교회가 한 지역에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
서 인근의 군소 교회들을 평정(?)하는 부끄러운 모습들이 이제는 낯설지 않
은 현실이 되어 있다. 우리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자긍심에서 지나쳐 다른
교회, 다른 교파가 섬기는 하나님과 우리 교회에서 내가 섬기는 하나님은 전
혀 다른 하나님으로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세대간에는 물론이요 동료 간에도 진정어린 충고나 사랑을 나누기조차 조심
스러운 모습이 성도간에 그리고 목회자들 사이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음을
본다.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었던 영화의 한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내뱉는
한 마디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메아리치듯 들려오는 듯
하다.
‘우리’라는 의식 커지기를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
고’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신 우리 주님은 분명히 ‘나와 너’가 아닌 ‘우
리’라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기를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
는 성도, 사면을 살피며 함께 나가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 함께 잘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