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세습방지법안’에 대한 이해
작금 한국의 몇몇 대형 교회들을 비롯한 중소형 교회들의 목회자 후임 선정과 관련해 아들이 아버지의 대를 잇는 소위 세습 형태와 관련해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어 왔다. 과연 이런 형태의 목회자 후임 선정과 관련해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1. 세속적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교회 직분
소위 ‘세습’(世襲)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으로 “재산, 신분, 직업 등을 한 집안에서 자손 대대로 물려받음”으로 이해된다. 이런 관점에서 대형교회의 목사직을 아들이나 손자 혹은 친인척이 계승하는 것에 대해 세습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엄밀하게 살펴볼 때 교회의 목사직은 ‘재산, 신분, 직업’과 같은 세속적 가치에 근거하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의 주의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교회의 직분은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한 사람의 재산이나 신분이나 직업 등과 같은 것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잘 아는 것처럼 목사와 장로와 집사와 같은 교회의 직분은 교회의 교훈과 치리 및 자비 사역을 위한 것(행 14:23; 20:28; 딤전 3:1-13; 5:17)으로 언제나 교회 안에 있어야 할 직분으로 이를 항존직이라고 한다.
이 항존직은 반드시 어느 특정인들이 그 직분에 계속 유임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헌법 정치 제4장 2조 2항). 때문에 이 삼직을 받은 자들 중 어떤 인물에 대해 당회원 과반수의 청원이나 또는 재직회원 과반수의 청원이 있을 때 공동의회에서 신임투표를 통하여 시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헌법 정치 제4장 2조 3항).
이러한 사실은 교회의 직분이 세습이나 혹은 후임자 지명과 같은 방법으로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교회의 회의에 의해 선임되거나 해임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2. 목사의 청빙 절차에 담긴 법 정신
특별히 목사의 청빙은 당회의 결의로 공동의회의 청빙에 의한 투표에서 2/3의 찬성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입교인 과반수 이상의 날인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교회원들의 찬동을 필요로 한다(헌법 정치 제6장 제1조 및 제2조).
이러한 청빙의 절차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신자들은 각기 양심대로 판단할 권리가 있을즉 아무도 이 권리를 침해하지 못한다”(헌법 정치 제1장 1조, 양심의 자유)와 “어느 교단이나 어느 교회든지 교인의 입회 규칙, 목사와 또는 회원의 자격과 교회 정치의 전 체계를 그리스도께서 정하신 대로 선포할 자유권이 있다”(헌법 정치 제1장 2조 ‘교회의 자유’ 1항)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원칙 아래 헌법은 ‘교회의 직원 선택권’을 제시하면서 “교회 직원의 성격, 자격, 권한 또는 선거와 위임의 규례가 성경에 기록되었으니 그대로 실행되어야 하며, 또 그 선정 권한은 그 교회 자체에 있다”(헌법 정치 제1장 6조)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따라서 세습금지법과 같은 강제조항은 “어느 치리회든지 신자의 양심을 속박할 규칙을 자의로 결정할 권리가 없고(막 7:9) 그 모든 결정은 계시된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헌법 정치 제1장 7조)는 ‘치리권’을 제한하는 것과 다름없다.
3. 힘써 지켜야 할 교회법의 질서 보존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교회의 직분에 대한 바른 이해 및 헌법의 정신을 보다 원숙하게 이해하고 실행한다면 소위 세습금지법과 같은 강제조항을 헌법에 부기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교회의 목사 청빙에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법과 질서를 실행함에 있어 일부 무지와 탐욕에 젖어 있는 자들이 이러한 교회법과 질서를 침해하면서까지 물의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법 정신의 운용과 관련된 것이며,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권징조례의 질서를 지켜 행함으로써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의 항존직에 따른 성경의 가르침을 존중하고, 그 직분에 알맞은 인물들을 힘써 직분자로 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교회의 결정은 고유한 치리회 권한이며 최대한 그 권한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
헌법은 분명히 양심의 자유를 가장 우선하고 있으며, 목사의 청빙에 있어서 지교회 성도들의 자율적 판단을 중시하고 있다. 이때 노회는 청빙대상자의 신학적인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고 그 적합성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처럼 이중적인 안전장치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세습방지법’이라고 하는 강제조항을 헌법에 추가하려고 하는 것은 교회법의 정신이 아닌 세속적 판단의 가치관이 작용한 것에 불과할 따름이다.
아울러 교회와 성도들은 이러한 세속적 가치관이 더 이상 교회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