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번 103회 합신 총회 선언문은 총회 결의 당시에 박종언 목사가 초안을 작성하고 합신의 조병수, 안상혁 교수가 감수하였다. 본보는 총회 선언문에 대한 총회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들과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기고문들을 접하였다. 이에 작성 책임자인 박종언 목사에게 해설을 요구하였는 바 <문제 제기의 글(1)(2)>과 <해설의 글(1)(2)>을 동시에 싣는다. – 편집자 주
총회선언문 문제 제기 <1>
합신 총회선언문 유감
<임용민 목사_ 새소망교회>
총회가 한국 교회를 위한 선언문으로 섬기고자 했다면,
지교회로부터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 헌의된 것으로 섬겼어야
본인은 합신 충청노회 소속 목사이다. 이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귀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우리 총회는 최소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요리문답과 교회정치와 예배모범을 성경에 총괄하는 교훈”으로 인정하는 장로회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것이 장로교 목사인 나에게 사역의 큰 동력이고 목사의 합법성을 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그것은 이번 2018년 9월 총회에서 “제103회 총회 선언문”을 발표한 것과 관계된 것이다. 이 선언문은 매우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얼핏 읽어보면 엄청난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 선언문은 내용이 매우 정교하지 못하다는 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이보다 이 선언문이 나오게 된 절차 자체가 우리 합신 총회의 소집 선언서에 나온 정신과 매우 거리가 멀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이 선언문은 긴급동의안으로 처리된 것이다. 총회의 정신을 담은 선언문이 긴급동의안으로 제안돼서 처리됐다는 것 자체가 절차에 있어서 매우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실제로 이 선언문은 합신 총회에 소속된 어떤 노회로부터 헌의를 통해 요청된 바도 없고, 이전 회기 총회로부터 위탁되어 상비부나 특별 위원회의 연구에 의해 나온 것도 아니다.
합신 총회가 어떤 총회인가? 알파코스와 신옥주에 대해 이미 오래 전에 그 신학의 문제를 파악하고 우선적으로 정죄하여 한국 교회에 유익을 주기도 했다. 이런 유익은 항상 총회로 모여 심사숙고하여 상비부와 위원회에 그 사역을 주님의 뜻을 따라 위임하여 시행하고 총회가 받았을 때 발생했다.
이것을 합법성이라고 한다. 이것은 총회가 합법성을 얻기 위해 단순한 절차를 따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총회의 절차는 인간의 시급성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오직 주님의 진리가 드러나는 것이 가장 큰 시급성이요 위급함이라고 보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며 매 총회 때마다 요구되는 것이다.
즉 절차를 따르지 않아도 될 만큼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진리는 없는 것이다. 총회가 교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이다. 이것을 지키지 않는 것은 “총회는 통치적이 아니고 봉사적이다. 총회는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사역한다.”라고 말한 총회 사역의 성격을 벗어나는 일이 된다.
박윤선 박사는 헌법 주석에서 이에 대해 “지교회들의 참된 연합을 위해서 각 교단 총회는 무엇보다도 진리를 앞세워야 하며, 관료주의적인 행정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온 회원들이 함께 유의, 협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덧붙여 박윤선 박사는 총회가 소속 치리회가 제출한 의제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그는 보우만의 견해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근원 문제, 대회들(총회 포함)은 사실상 지교회들로부터 받은 권위 외에 다른 권위가 없다.” 그래서 박윤선 박사는 갑작스러운 의제에 대해서도 이 같은 성격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총회가 이런 의제들을 잘 해결하기 위하여 총회 소집 여러 달 전부터 의제를 받아서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혹, 위원회를 통하여 이런 문제들을 미리 연구케 하든지, 혹은 모든 노회원들이나 모든 당회원들에게까지라도 의제와 관련된 난제들을 알려서 연구케 함으로 이 일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총회로 모였을 때에 비로소 회원들이 어떤 의제를 받게 된다면 갑자기 좋은 해결 방안을 강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노회와 총회로부터 위임된 상비부와 위원회의 사역을 넘어설 만큼 시급한 일이 총회에 있을 수 없다. 언제나 노회로부터 위탁된 것을 다뤄야 한다. 이것이 주님으로부터 총회가 부여받은 권한이다. 그래서 헌의를 받는 일에 총회가 매우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자주 있는 것이다. 실제로 권징 조례를 수정하는 일을 할 때, 아무리 작은 조항이라도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전국 노회에 수의를 거쳐 2/3의 동의를 얻고서야 일이 진행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총회가 임시회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전국 노회로부터 헌의가 없을 때는 모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합신 헌법 제3부 교회정치, 제17장 1조, “총회는 상설 기관이 아니고 일시적 회합으로서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총회의 모든 교회들의 전체 회의이다.”
그래서 긴급동의는 장소를 긴급하게 옮기는 경우나, 회의 시간을 연장하는 경우, 폐회 시간이 다 됐는데 미진한 안건이 있어서 그것을 처리하기 위한 의사 진행 수단으로만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사 진행 수단을 이용해서 어떤 선언문을 발표했다면, 이것은 그 자체가 통과된 안건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피지 않은 조급함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 될 뿐이다.
이번 합신 총회의 선언문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 신앙고백과 교회 정치를 위반한 일이다. 정말 이런 선언문을 나라와 민족 앞에 내고 싶었다면, 마땅히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시행했어야 한다. 총회가 한국 교회를 위한 선언문으로 섬기고자 했다면, 지교회로부터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 헌의된 것으로 섬겼어야 했다. 그러므로 합법적 절차가 없는 총회의 결정은 기록된 말씀인 성경의 진리성을 인간의 시급함과 조급한 목적에 맞춘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