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추억은 복된 교사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벌써 30년도 넘었나. 시골 교회 학생회 교사 시절. 읍내까지 걸어 등교하는 학생들은 늘 교회당에서 기도하고 갔지. 하교하면 또 들러 찬송으로 하루를 감사했어. 그러다 여름이면 숲속에서 발목을 냇물에 담그고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찬양을 했지. 지평선 위 뭉게구름에 환호하며 아득한 미래를 주께 의탁하기도 했고.
눈물 어린 사건들도 있었어. 어떤 여학생은 주일 예배 도중 엄마가 와서 머리채를 끌고 나갔어. 그가 아끼던 성경책을 아궁이에 던져 넣고 다시는 교회에 가지 말라고 윽박질렀지. 그는 울며 기도했어. 맞아 가며 주일을 지켰어. 우리는 용돈을 모아 성경책을 다시 사 주었지. 여름성경학교가 열리면, 보조 교사였던 또래들과 그는 열심히 북을 치며 돌아다녔어. 동네방네 어린이들이 우르르 모여들었지.
그 후 소도시에서 교역자로 또 학생들을 도왔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누리자며 ‘창조학습’을 나갔어. 그저 논틀밭틀, 산길을 걸으며 성경 암송도 하고 풍광 좋은 곳에서 예배 후 백일장을 갖고 서툰 글솜씨에 박장대소하던 소풍이었지. 어느 가을엔 온통 은행나무로 가득한 산에 들어가 두세 시간 혼자서만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찬양하는 ‘이삭의 묵상’도 했었고.
여름 수련회는 더 풍성한 이야기를 엮어 냈지. 어른도 벅찬 통나무 십자가를 지우고 언덕길을 오르게 한 무모한 활동. 밤엔 ‘출애굽 대행진’으로 이스라엘의 구원과 방황을 체험케 하거나 조별로 지파 이름을 주어 언약궤를 메고 문제를 풀면서 광야 생활과 가나안 정복을 기억하게 했지. 그때마다 여러 통의 수박을 사들고 현장에 와 격려하시던 담임 목사님과 교회 일꾼들……
옥수숫대 서걱이고 반딧불 흐르고 별들이 어깨 위로 쏟아져 내리던 어느 산골 교회당의 딱딱한 마룻바닥. 간식은 옥수수나 감자였어도 마냥 좋았던 시간들. 마지막 날, 작은 물가에서의 물장난과 자맥질까지. 숱한 이야기들이 일기장과 빛바랜 사진에 남아 있지. 그런 것을 추억이라던가. 그 추억은 나에게나 그들에게나 지금도 가슴 깊이 뭔가를 가르쳐 주는 복되고 아름다운 교사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