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정말 좋은 나라
<장인선 작가(수필가)>
장애인을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면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좋은 나라라고 자랑하겠다
나는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에 대해 별 감각이 없는 편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복지 상태’가 좋은 것에 대해 감사하고 또 장애인으로 그 혜택을 받는 것으로 너무 감사한다. 정말 좋은 나라다.
올해에 ‘병원비’로만 300만원을 넘게 썼다. 아프면 가장 먼저 본인이 제일 고통스럽고 그 다음은 같이 사는 가족이다. 이제는 나도 늙었다고 몸이 자기를 조금 알아 달라고 한다. 나는 원래 정신과 치료 과정으로 40년 정도 약을 먹고 있고 또 심장은 아마 어머니가 천국에 가신 지 5년이 넘었으니까 그 정도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서 정신과와 심장은 아예 완치를 포기하고 여기에서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된다.
그런데 요즘 소리는 들리는데 앞이 안보여서 이것은 노안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해 안과에 갔다. 의사선생님은 백내장으로 내 눈에 누룽지 같은 게 끼었다고 했다. 결국 같이 사는 언니가 내 환갑 선물로 준 돈 100만원으로 수술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5월 말인가 6월 초에는 일시적인 공황장애를 일으켰다. 그래서 약 3시간 정도 어느 대학 병원 응급실에서 30만원을 또 쓰고 나왔다. 이젠 안 아프겠지 했는데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에 다니다 잘 안 나아서 양의로 바꿨지만 오히려 병이 더 심해졌다. 허리에서 엉덩이를 거쳐 종아리까지 아파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한의원에 매일 보름 정도 다니며 겨우 나았다.
어디에선가 봤는데 가난한 것이 아픈 것보다 낫고 아픈 것이 죽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내 생각에 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하늘나라 갈 때는 안 된 것 같다. 정말 아픈 것은 너무 싫다. 내 생각에는 가장 아까운 돈이 병원에 가는 비용이다. 병원에 너무 자주 다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돈을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곳에 쓰는 것이 훨씬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체력과 건강이 생긴 것 같아 나라에서 운영하는 재활체육센터 수영장에 다닌다. 거기에서 제대로 수영을 할 능력은 없고 그냥 물속에서 50분가량 걷는 게 전부다. 그래도 즐겁고 고맙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장애인을 위한 혜택이 많아졌다. 지금 내가 다니는 수영장도 비장애인의 가격에 반값이다. 시설도 보통 수영장보다 더 좋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로 수영장 물속에 들어가는 입구도 참 편하게 잘 해 놓았다. 내가 우리나라가 너무 좋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마다 독감 예방 주사도 무료다. 고궁 구경도 무료이고 보호자 1명까지 무료이다. 그리고 그 외에 많은 혜택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나라에 감사한다.
내가 중학생일 때만 해도 시각장애인 이용복 가수가 나오면 “재수 없게 시각 장애인이 나온다.”고 불평하던 국민들이 있었는데 이제 장애인들을 이만큼 배려하게 되었으니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나라이다. 감사하게도 나의 하나님이 크게 복 주신 나라이다. 더욱 더 장애인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기도하며 바라는 마음이다.
나 역시 장애인인지라 장애인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장애인인 것을 인정하지 않고 머뭇거리다가 치료시기를 잃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도 빨리 인정하고 대처하는 것이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좋다. 그리고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이후로도 더욱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좋은 나라라고 자랑할 것이다.
* 장인선 작가는 몸이 연약하고 불편함에도 믿음으로 살면서 많은 수필을 발표하여 주님의 은혜와 감동을 나누고 있다. 저서로는 주님의 품으로 돌아갈 때(1990. 12), 이 시간이 있음으로(1992. 11), 만일 한 가지 소원만 말하라면(1994. 6), 아픈 마음의 노래(1996. 5), 작은 사랑의 노래(2001. 2), 허물(2003. 3), 가난한 여자의 행복(2007. 12), 어른 아이(2016. 1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