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평화 체제하에서의 북한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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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평화 체제하에서의 북한 선교

 

  남북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둔 후 평화와 번영에 대한 기대감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6.12 북미 회담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확증되고 이어 북미 수교까지 결실한다면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정치 외교적 급변 과정 속에서 한국 교회가 받은 충격도 작지 않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감격이요 또 다른 편으로는 현실적 숙제를 풀어야 하는 강한 부담이다. 그 숙제 중의 하나가 북한 선교에 대한 응전의 방식일 것이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개혁 개방 정책으로 전환하더라도 선교적 측면에서 특별히 더 수월해진다거나 긍정적 반대 급부를 안겨 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의 예측에 의하면 북한은 최소한 두 가지의 개방안 중 택일을 하리라 본다. 즉, 중국식과 베트남식 개방이다. 중국식 개방은 어느 정도의 정보 통신과 이동과 시장 경제의 활성화 등 비정치적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다. 베트남식 개방도 경제적인 면에서의 시장 경제의 도입과 활성화를 지향하되 사회주의 체제의 공고함을 더욱 유지하려는 것이다.

  결국 이 둘의 동일한 요점은 사회주의 체제의 포기는 결코 없다는 전제이다.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첫째 요건이 북한 체제의 인정과 안전 보장임을 상기할 때 그들의 개방은 공산당 일당 정권의 견고한 통제 안에서 경제 발전을 이루려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개방을 추구한다는 북한 정권이 그동안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정치적 이유로 통제해 왔던 종교 분야의 족쇄를 쉽게 풀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을 생각해 보자. 데탕트의 기류 속에서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덩샤오핑에 의한 개혁 개방이 이루어졌으나 중국의 종교 정책은 사회주의 이념 안에서 더 정교하게 기독교회를 통제하였다. 서방에 대한 유화적 몸짓의 일환으로 세운 삼자교회를 통해 얼마간의 종교의 자유를 허용한 듯해도 그것은 정부의 공인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에 걸려 있다. 지금도 논란 중이지만 삼자교회를 온전한 중국 교회라고 인정하기에는 신앙과 양심의 자유에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가정교회에 대한 중국 당국의 지속적인 탄압을 통해서 확인된다. 2018년 1월에 중국 산시성의 가정교회 진덩탕 교회당이 당국에 의해 폭파 철거된 사건이 있었다. 아무런 사전 통지나 동의 절차 없이 저지른 문화혁명기 같은 구태적 만행이었다. 중국은 올 2월 1일부터 모든 종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종교 사무 조례를 시행하였다. 지하 교회와 가정 교회에 대한 전면 탄압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베트남의 경우도 1995년 미국과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수교한 이후에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 경제의 개방 정책을 실행 중이다. 동시에 외형적으로는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극히 제한적이며 선교 자체가 불법인 나라이다. 2018년 1월 1일부로는 신앙과 종교에 대한 새로운 법이 발효되었다. 모든 종교 단체와 종교 활동을 정부에 신고, 승인받도록 요구한 것이다. 특별히 기독교회는 감시와 규제의 대상이다.

  이들 국가들이 개혁 개방을 추구하면서도 유독 기독교회를 교묘히 탄압하는 것은 당연히 체제 수호 때문이다. 인간 존엄성과 평등주의, 박애심을 담지한 기독교 사상은 민주주의와 연관되어 유물론적 사회주의와 일당 독재에 대한 충성심의 변질을 초래할 가공의 파급력을 가진 것으로 늘 의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를 확증하고 남북 평화 체제가 정립되면 중국식이든 베트남식이든 개혁 개방을 실행할 것인데 경제와 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은 하더라도 종교에 관한 한 기존의 억제책을 고수할 것임을 내다볼 수 있다. 이런 전제로 보면 평화 체제 속에서의 북한 선교는 조금은 더 면밀한 태스크 포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다 해도 실제적 종교의 자유가 쉽게 주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탈북자들을 돕고 통일 시대에 선교 일꾼으로 투입한다는 전략이었다. 그 일도 계속해야 하겠지만 통일은 좀 더 멀리 내다볼 일이고 당장 평화 체제 아래서의 선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재정립이 필요하다. 복음 전도야 언제나 할 일이지만 이제는 선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보다는 섬김과 봉사를 통해 북한 사회 곧 동포들에게 어필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그동안 국내 58개에 달하는 대북 협력 민간단체를 통해 많은 시도들이 있어 왔지만 남북 정세의 변화에 따라 너무 가변성을 지닌다는 약점이 병존했다.

  이제 평화 체제로 정세가 안정이 되면 교회도 민간의 차원에서 협력하며 좀 더 많이 섬기고 봉사하는 일로 접근해 가는 방식을 준비했으면 한다. 예컨대 정부가 남북 협력으로 북한의 산림녹화 사업을 먼저 실시한다고 하니 그런 일에 교회가 실제적으로 도울 일은 없는지 생각해 보고 여느 때처럼 교육과 의료, 의약품 지원 등에도 봉사하는 길을 더 모색해 보기를 바란다. 교회에 대한 좋은 인식이 편만해지면 비록 개방 이후 북한 당국의 통제가 지속되고 강화되더라도 마음속의 감동까지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이 격변기에 한국 교회는 더욱 기도하며 북한 선교의 현실적 구체적 로드맵을 준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