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은혜와 사랑의 남해안 길_김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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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은혜와 사랑의 남해안 길

-전국 일주 도보 여행(2차) 후기


< 김 훈 목사_한누리전원교회 원로 >

 

-기간 : 2017.10.10 – 11.18 38박 39일

-이동 거리 : 1176km(1.761.354보)

  2017년 6월 5일부터 25일까지의 제1차 여행(서울 광화문-부산역) 때에는 1951년 1.4 후퇴 당시 모친과 함께 갔던 피난길을 걸었다. 그 때 제2차 코스로 부모님을 따라갔던 부산-마산-여수-광주에 이르는 길을 좀 연장한 부산-목포 코스를 정해 놓았다. 전쟁 피난길은 아니나 그에 못지않은 가난과 갈등을 피해 간 길,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게 한 학교와 교회의 추억이 있는 그 길을 지애비와 애비와 할애비 노릇을 다 해 본 남자로서 부모님과 학창생활을 추억하며 걷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이 함께 하기를”(고후13;13)을 여행의 주제로 정하였다. 죄인인 내게 언제나 절실한 것이고, 가족과 교회와 그리고 만나게 될 사람들을 위한 축복기도 주제로도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에 여정을 짰다. 남해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었다(1.200km. 3천리). 8월 아내와 함께 6박7일 걸었던 거제도 길을 빼고도 그렇다. 결국 40일에 하루 평균30km를 걷기로 하고 코스와 구간을 정했다. 먼저 그곳에 숙박을 부탁할만한 교회가 있는가를 확인하였다. 교단 주소록을 보고 코스에서 가깝고, 부탁할만한 교회를 찾아보았다.

  그렇게 하여 숙소와 식사를 제공받은 교단 소속 교회는 다음과 같다.

  부산 호산나교회(유진소목사) 1일, 부산 성광교회(강종화목사) 1일, 벧엘교회(황병만목사) 2일, 푸른초장교회(박성호목사) 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벧엘교회(문수석목사) 1일, 마산 합포교회(강승대목사) 2일, 통영시 광도면 북통영교회(전한종목사) 2일, 전남 장흥군 동산안교회(이상목목사) 1일, 보성군 보성화평교회(윤태영목사) 2일, 광양시 진상동부교회(신창옥목사) 1일, 광양시 옥곡중앙교회(류제철목사) 1일, 완도군 장항갈보리교회(고영석목사) 점심.

  교단소속 교회가 없을 경우, 네이버 지도에서 그곳의 교회 유무와 거리뷰로 그 규모를 검색하고 숙소가 있을만한 교회를 도착(출발) 장소로 하여 구간을 확정하였다. 그렇게 하여 작성한 코스와 구간은 다음과 같다. 90% 이상 계획대로 걸었다.

  부산광역시(해운대구 오륙도 선착장-동구망양로- 영도구태종대-송도구 암남공원-사하구다대포-을숙도-강서구 신항만)-경상남도창원시(진해구명동-진해루-성산구신촌동-마산항-합포구 국립병원-구산면옥계리-진동면고현리-진전면창포리)-고성군(동해면 장항-거류면)-통영시(광도면-시청-도남면-산양읍달아공원-산양읍-도선면도선마을)-고성군(고성읍남포항-삼산면사무소-하일면맥전포-하이면사무소)-사천시(남일대-삼천포-삼천포대교)-남해군(창선면자족리-상동면물건항-미조면사무소-상주면사무소-이동면-남면-서면-고현면-설천면노량리남해대교)-하동군(금남면노량항-금성면섬진대교)-전라남도광양시(태인동-광양제철소-이순신대교)-여수시(묘도-돌산도-금오도-월호동-시청-화양면-화정면세포리-장수리-이목리-목적리-율촌면)-순천시(순천만습지공원-별량면학산-무풍-마산-구룡)-보성군(벌교읍-영등리)-고흥군(남양면-점암면-영남면-포두면-도화면-풍암면-도양읍녹동-도덕면-고흥읍-두원면-과역면-대서면)-보성군(조성면-득량면-회천면)-장흥군(안양면-용산면-관산읍-회진면-대덕읍)-강진군(마량면마량항)-완도군(고금도-신지도-군내면-군외면-달로)-해남군(북평면-송지면 땅끝전망대-화산면-황산면-문내면 우수영-화원면-산이면금호도-영암방조제)-목포시(평화로 갯바위-남항-삼학도-국제여객터미널-유달산)

  제1차 서울-부산역 코스와 비교하면 거리와 기간이 거의 배가 되는 긴 여행이었다. 체중도 7kg이 빠졌다. 그러나 1차 때처럼 발톱이 빠지는 불상사(?)는 없었다.

  남해안 3천리 길은 인내를 요구하는 코스였으나 동시에 인내할 수 있게 하는 풍경이 있는 길이었다.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 흰 구름과 하얀 파도, 초록 숲과 각색 꽃, 혹은 강하게 혹은 부드럽게 부는 바람과 그에 맞추어 춤추는 누런 갈대, 소리 없이 헤엄치는 하얀 두루미들과 요란스럽게 울어대며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청동 오리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참 아름다운 광경”을 원 없이 볼 수 있어서 감동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길이었다. 시멘트 집과 아스팔트길을 다람쥐 쳇바퀴를 돌듯이 오가며 살던 나에게는 큰 축복의 길이었다.

  한가로워 보이는 풍경과는 달리 바닷가 마을은 분주해 보였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외국인이 더 많아 보였다. 특히 어선과 선착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외국인들이었다. 먼저 웃으면서 인사하고, 내가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소개하고 그들에 대하여 물으면 서툰 우리말과 영어로 대답해 준다. 웃으면서 가족을 위하여 건강해야 하니 술과 담배를 줄여라. 빨리 돈을 모아서 조국과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절약하라. 도박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주제 넘는 잔소리가 될 수 있으나,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지 대개는 알았다, 고맙다,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다.

  여행할 때마다 깨닫는 것 중의 하나는 나와 전혀 무관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30분만 이야기하다 보면 두 사람 모두가 잘 아는 제 삼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대화하게 된다. 그래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도 좋은 관계, 좋은 인상, 좋은 추억을 남기고 헤어지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상처가 덧나서 새벽 두시에 응급실을 찾아가기도 했고, 수풀을 헤치며 2-3km를 헤매기도 하고, 잠 잘 곳을 찾아 밤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때에 주님의 은혜가 늘 함께하고, 하나님의 사랑이 늘 넘치고, 성령께서 늘 인도하여 주신다는 사실을 체험하였다. 그래서 이 나이에도 믿음이 더욱 공고해 지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오는 4월16일 제3차 도보여행(목포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출발을 앞두고 지난 두 번의 여행 중에 도와주신 모든 분들과 교회들에 다시 한 번 감사하고, 주님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님의 교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