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일보다 평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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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일보다 평화가 먼저다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 회담이 다가 온다. 본보는 지난해 사설(745호)을 통해 새 정권의 과제를 제시하며 남북 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주체가 되어 다각적 외교 능력을 발휘함과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평화적인 자세로 나오도록 채널을 열어 두고 관련국들의 협조 속에 부단히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염원대로 고진감래 끝에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지금이 한국 교회가 가장 긴장하며 기도에 집중해야 할 때일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역사적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굳이 지나간 우리의 족적을 들추어 또 한 번 자조 섞인 한숨을 지을 생각은 없다. 다만 일제 강점기에도 그토록 나라 사랑의 토대가 되어 주었던 한국 교회였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숱한 역경 속에서도 선한 길로 인도해 주셨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하나님은 한국 교회가 이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가장 성경적인 모습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도하며 힘쓰기를 원하신다. 건전한 애국심은 그리스도인이면서 동시에 이 나라의 시민인 우리의 당연한 덕목이다. 더구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을 드러냄을 목표로 사는 개혁신앙인에게는 더 말할 나위 없다.

  남북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방식의 통일이 가장 성경적이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일까? 단기적 흡수 통일이냐 느슨한 연방제를 통한 단계적 통일이냐가 쟁점이 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가 바라는 가장 좋은 통일은 일단 평화적인 통일이다.

  당연히 통일을 위해 힘쓰되 먼저 평화가 정착 되도록 해야 한다. 통일을 위해 서두르다 보면 때론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며 과격한 북한정권붕괴론과 흡수통일론을 주창하는 의견들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현단계에서 통일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적인 것은 남북관계의 평화 정착이다. 북한의 급격한 붕괴로 인한 흡수 통일이 언뜻 속 시원하고 좋아 보여도 통일 후의 독일이 받은 충격과 사정을 안다면 그에 쉽게 찬성하진 못할 것이다. 힘의 우위를 통해 굴복시키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통일을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통일이 되기도 전에 또 다시 전쟁으로 비극을 맞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급한 통일보다 먼저 평화에 방점을 두고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성경적이요 평화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뜻이다. 미국과도 합의해야 하지만 남북 평화 체제가 구축되도록 쌍방이 합의하여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전환하고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어 이를 국제 사회에서 공인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북한이 이번 남북, 북미 정상 회담을 통해 핵을 폐기하고 국제 사회의 위협의 당사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이제라도 정상적인 국가의 길로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급진적인 통일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하며 평화로운 관계를 정착시켜 나간다면 통일은 자연스럽게 역사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한국 교회에 당부하는 것은 이 평화 정착에 어찌하든 힘을 실어야 하며 시민적 활동은 물론이요 교회 영역에서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도움을 줄 방안을 구비하라는 것이다. 문화적 교류를 포함한 민간 교류와 심정적 화해와 평화를 위한 가시적 노력들을 앞장서서 구체적으로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적대감에 근거한 혐오를 버려야 한다. 한국 교회의 알러지 현상 중 하나가 매카시즘적인 혐오이다. 조금만 진보적인 이야기를 꺼내면 ‘빨갱이’로 치부하는 단세포적 편견을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 기왕의 좌우 개념에 기댄 이분법적 편가르기 사고방식으로는 평화 정착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 걸림돌이 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심정과 하나님의 거시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이념, 보수와 진보, 좌우를 넘어서서 역사적 책임을 통감하며 사는 개혁신앙인의 자세이다.

  물론 그동안의 축적된 행태를 볼 때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의 근거는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의심만 하겠는가. 그 속사정이야 무엇이든 일단 저들이 대화에 응하여 오고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었으니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 남북 화해와 평화의 합의가 명실상부 분명해지도록 교회는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가문의 비극처럼 원한으로 점철된 아픔의 역사가 종식되고 전쟁이 없는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며 무엇인가 도움이 되려는 몸부림이 한국 교회 특히 개혁교회에 있어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어떤 정권의 눈치를 보거나 의미 없이 정권을 무작정 반대하는 일도 옳지 않다. 사안에 따라 우리가 속한 이 나라가 가장 성경적인 상황에 근접하도록 때론 협력하고 때론 충고하여 대안을 제시하며 시민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미시적으로 이익 계산만 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 하면 안 된다. 다가오는 남북 정상 회담을 통해 우리의 기도대로 남북 평화 체제가 확실하게 구축되어 통일로 가는 길이 더 가까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