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논/단| 그리스도인의 “양심의 자유”에 대하여_김인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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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양심의 자유에 대하여 

< 김인석 목사_칼빈장로교회 >

 

권세나 명예를 가진 자는 양심의 자유를 빌미로

부당한 권세를 행사하기 쉬우니 조심해야 

 

 양심의 자유를 구실로 합법적인 권세나 실행을

반대하는 자는 하나님의 제도를 반대하는 것

 

   우리 교단 헌법 제3부 제1장 제1조는 양심의 자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양심의 주재자는 하나님뿐이시다그가 신자들에게 신앙 양심의 자유를 주사 신앙과 예배에 대하여 성경을 위반하거나 이탈한 인간적 교훈이나 명령을 받지 않게 하셨으니그리스도인의 이 자유는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종교에 관계되는 모든 사건에 대하여 속박을 받지 않는다그러므로 모든 신자들은 각기 양심대로 판단할 권리가 있은즉 아무도 이 권리를 침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러한 규정을 근거로 양심의 자유가 아무런 제한 없이 행사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물론 과거 군부독재 시절 양심의 자유는 한 개인이 저항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의 성격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그러나 장로회 정치에서 양심의 자유는 더욱 근원적이며 거룩한 목적을 위하여 행사되어야 한다이런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 교단 교회법의 배경이 되는 미국장로교회법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해당 항목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 헌법 조항의 각주는 이것이 본래 웨스트민스터 총회(1643-1649)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라 미국장로교회 뉴욕대회(1878)에서 작성한 것을 한국장로교회가 1917년 총회에서 받아들였다고 밝힌다미국장로교회는 J.A.핫지의 책 장로교회법이란 무엇인가?”(What is presbyterian law)를 기초로 교회법을 제정하였다한국장로교 총회는 곽안련 선교사를 통해서 J.A.핫지의 책을 번역하도록 하여 교회정치 모범의 기초로 삼았다.

   J.A.핫지는 그의 책에서 우리 헌법이 교회 헌법의 8대 원리라고 표현한 여덟 가지 조항들이 1788년 뉴욕필라델피아 대회에서 작성되었다는 것을 밝힌다이 시기에 미국장로교회는 1차 부흥운동으로 인해서 Old Side와 New Side로 첫 번째 장로교 분열이 발생(1741)한 후 서로의 필요에 따라 교리적 차이를 수면 아래 둔 채 재연합을 하였다(1758). 더욱이 1787년 미국장로교회 뉴욕필라델피아 대회는 신학적 논란을 만들게 된 신앙고백서 수정(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J.A.핫지의 책은 이러한 시기에 작성되고 채택되었다

   따라서 미국장로교 교회정치가 장로교 표준문서를 작성했던 웨스트민스터 총회 당시의 장로교 신학을 얼마나 계승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양상으로 접어드는 시기로 판단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J.A.핫지의 책 원리편에서 제시한 양심의 자유는 보다 구체적이었다.

   “I. 첫 번째 원리는 무엇인가하나님만이 양심의 주재가 되시어 신앙 혹은 예배에 관련한 문제에 대하여 혹은 하나님 말씀에 위배되는 사람의 교리와 명령으로부터 사람의 양심을 자유롭게 하셨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 자유가 무엇인지 부연설명하고 있다.

   기독교인의 자유는 무엇인가?” “자유란 국가권력이나 교회 권력또는 합법적인 권력이나 어떤 합법적인 권력의 시행 그 어떤 것이라도 반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이는 하나님의 율례에 항거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신앙이나 예배혹은 교제와 관련하여 기독교 원리나 자연의 빛에 반대하는 의견을 고수하거나 펼치는 것 역시 그 권리가 아니다기독교인의 자유는 하나님의 뜻이 자연과 계시에 의해 알려진바 된 것처럼하나님께 제한 없이 온전히 순복하는 것이다그 결국은 원수의 손아귀에서 구원함을 받아 우리가 인생의 모든 순간에 거룩함과 의로움으로 두려움 없이 주님을 섬기는 것을 말한다.”

   우리 헌법의 조항은 J.A.핫지의 원문에 비해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더 강조하는 것이라고 오인할 여지를 준다. “신앙과 예배에 대하여 성경을 위반하거나 이탈한 인간적 교훈이나 명령을 받지 않게 하셨으니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문제는 후반부 인데 예컨대, “그가 신자들에게 신앙 양심의 자유를 주사”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이 자유는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종교에 관계되는 모든 사건에 대하여 속박을 받지 않는다라든가 모든 신자들은 각기 양심대로 판단할 권리가 있은즉 아무도 이 권리를 침해하지 못한다는 부분은 마치 개인이 절대적 자유를 가진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우리 헌법과 J.A.핫지의 책 모두 양심의 자유란 아무런 기준 없이 자기 소견대로 행할 자유가 아니라 성경을 위반하거나 이탈한 인간적 교훈이나 명령에 따르지 않을 자유의 고귀한 가치를 말한다그런데 J.A.핫지는 더욱 분명하게 허용된 자유의 한계를 명확히 지적한다. “자유란 … 그 어떤 것이라도 반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합법적인 질서에 반대하는 것을 하나님의 율례(the ordinances of God)에 항거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더 나아가 양심의 자유란 하나님께 제한 없이 순복하는 것이며 거룩함과 의로움으로 … 두려움 없이 주님을 섬기는 것이라고 양심의 자유가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지를 밝힌다.

   한편 J.A.핫지는 이 조항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0장과 연결 짓는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양심의 자유를 무분별하고 각 개인들에게 맡겨진 전횡적 자유라고 말하지 않는다도리어 자유의 목적을 하나님 앞에서 거룩함과 의로움으로써 두려움 없이 평생 하나님을 섬기려는 데 있다고 말했다자유의 거룩한 목적이란 이처럼 하나님을 섬기려는 데 말씀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부당하고 불법적인 힘에 저항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실질적이든 명예로든 권세를 가진 사람은 양심의 자유를 사용할 때 삼가 조심해야 한다왜냐하면 권세나 명예를 가진 사람은 자유를 빌미로 제약 없이 부당한 권세를 행사하기 쉽기 때문이다그것은 비록 양심의 자유의 행사이지만 자유의 거룩한 목적에 일치하지 않는다.

   다른 한편 양심의 자유를 구실로 합법적인 권세나 합법적인 실행을 반대하는 자는 실제에서 하나님의 제도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이 권세는 세상 권세만이 아니라 교회 권세를 포함하는 권세다교회 권세란 장로회 정치 아래에서는 개인의 권세가 아니라 치리회의 권세를 말한다이는 모든 권세가 주께로부터 나온다는 말씀(13:1-)을 따라 성직자들을 포함한 모든 신자들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치리회의 권세 아래 순복해야 한다

   그러나 치리회의 권세는 전횡적이거나 임의적으로 부당하게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질서가 교회 역사 가운데 장로회 정치 원리가 공적 교회의 고백 안에서 채택되도록 섭리하셨다이것이 우리가 고백하는 장로회정치 표준문서에서 말하는 원리이다.

   또한 그릇된 선전이나 행동은 성격으로 보든 행위로 보든 교회 안에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평화와 질서를 파괴시키는 것이며 따라서 엄중한 문책을 말한다교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치리회에 순복하지 않으며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항의하거나 혹은 교회의 문제를 사회법으로 즉시 가져감으로서 그리스도의 교회에 심각한 불명예와 해를 끼치는 행위는 양심의 자유를 가장 부당하고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신앙에 있어서 양심의 자유는 우리 교회법이 가진 원리를 더 높이고 명료하게 드러내는 일에 사용되어야만 한다자유를 빌미로 말씀에 위배되거나 교리에서 이탈한 가르침이나 세상 원리를 따르는 잘못된 운동이나 선전임에도 불구하고 추종하는 것은 명백하게 양심의 자유를 오남용하는 것이다심지어 치리회의 판결에 불복할 뿐만 아니라 사회법을 통해 억압하려는 시도는 교회의 평화와 질서 그리고 거룩성을 파괴시키는 행위이다물론 치리회는 발생하는 모든 사안들에 있어서 공정했는지편벽되지 않고 말씀에 충실한 책무를 다 했는지 먼저 돌아보는 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양심의 자유의 목적을 원수들의 손에서 건지심을 받고 종신토록 주의 앞에서 성결과 의로 두려움이 없이 섬기게 하리라”(1:75)는 사가랴 선지자의 예언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치리회의 권세는 군림하고 압제하는 권세가 아니라 선언하고 수종드는 권세이다동시에 양심의 자유는 언제든 그것이 발휘 될 때에 주 앞에서 성결과 의로 두려움 없이 평생 섬기려는 데 있다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지만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라고 한 사도의 교훈을 삼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