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서울에서 부산까지 21일 도보여행기_김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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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절대고독 중에 여주동행침묵정진기도일관의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1일 도보여행기  

< 김 훈 목사, 한누리전원교회 원로 > 

 

   나는 오래전부터 전국도보여행을 하고 싶었다바울처럼 걸어서 교회와 교인들을 만나보고숙식을 제공받고 교제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실험해보고 싶었다(1:22, 요삼1:5, 25:35).

불가능하거나남에게 부담을 주는 행동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그러나 2월 6일부터 3월 8일까지 중국배낭여행을 다녀온 후에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준비에 착수하였다.

   우선 3월말에 도보여행카페에 가입하여 정보를 수집하고걷기 행사에 참여하고또 혼자서 인근 둘레 길과 20km 이상 되는 도시길 걷기를 하면서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1951년 1.4 후퇴 때모친과 함께 갔던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여정을 택하였다내가 기억하는 첫 인생길이고찾아볼 교회와 사람들이 있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네이버와 다음 지도를 보면서 경부선 기찻길에 인접한 1번 국도를 비롯해, 4번 국도와 25번 국도원래는 국도이었으나 지금은 각 지역의 이름을 붙인 지방도로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특히 금강길밀양강길낙동강길 등 강을 따라 난 길과 이와 연결된 안양천오산안성성환조천대전직지사지천남천청도 등 하천길또한 자전거 길을 잇는 코스를 잡았다.

도로원표에는 456km로 되어있으나 이곳저곳 둘러보고이리저리 헤매면 567km는 걷게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도 거의 같았다.

 

751-5-1jpg.jpg<배낭을 몸에 단단히 매고..>

   다음에 숙소를 부탁할 명단을 작성하고여정의 진도를 보아서 하루 전혹은 그날그날 부탁하기로 하였다결과적으로 교단 소속 교회당이나 사택에서 16타 교단 교회당에서 3모텔에서 3일을 묵게 되어서 숙박비로 총 7만원을 지출하였다.

   식사는 28끼는 매식하고, 45끼는 대접을 받았다매식 메뉴는 콩나물국밥과 순대국밥된장찌개와 김치찌개냉면과 우동라면김밥빵과 우유햄버거 등인데 최고가 8천원이었다간식은 땅콩과 방울 도마도캔 커피 정도였다그래서 간식을 포함해 식비로는 약 30만 원이 지출되었다.

숙소와 식사를 제공받은 교회와 목사는 남문교회(이건희 목사), 군포제일교회(권태진 목사), 은빛선교회(임석영 목사), 안궁나사렛교회(원종혁 목사), 오산성도교회(최부열 목사), 천안예사랑교회(김병곤 목사), 전의성결교회(이성영 목사), 오송승리교회(유창인 목사), 궁평제일교회(이양규 목사), 새터교회(정형조 목사), 이원교회(통합 김은진 목사), 추풍령교회(고신 정경현 목사), 월명교회(안상진 목사), 대구동남교회(김성규 목사), 화양중앙교회(황수경 목사), 밀양안디옥교회(이부형 목사), 양산호산나교회(한치형 목사), 최홍준 목사 등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준비물을 챙겼다. 38리터 배낭스틱2, 신발2, 바지2, 긴 티셔츠1, 짧은 티셔츠2, 팬티3, 모자1, 양말 5, 바람막이 점퍼1, 선글라스1, 선불록1, 쿨토시1, 무릎보호대깔게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 2, 충전기타월1, 기능성타월1, 샤워용 타월1, 손톱깍기1, 칫솔면도기수첩과 삼색 볼펜진통제소독약소독밴드스카치테이프 등이었다그러니 무게를 줄이려고 중간에 스틱보조배터리1, 긴 티셔츠바람막이점퍼깔게는 집으로 보냈다.

   혼자 하는 장기도보여행은 예상 밖에 큰 유익을 주었다무엇보다 절대고독 중에 여주동행침묵정진기도일관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며 회개와 감사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또 매일 일정을 점검하고확인하면서 여생을 규모 있게 살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매년 1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각각 다른 목적과 사정이 있어서다른 길(하늘바다)과 방법(비행기기차자동차자전거오토바이)으로 부산으로 간다그리고 이번에는 나도 나만의 목적과 의도가 있어서 가장 원시적인 길과 방법을 선택하였다.

751-5-2.jpg<끝이 보이지 않는 도보길..마치 우리 앞에 펼쳐진 인생길과 흡사한..>

   그러나 가끔씩예를 들면 추풍령 골짜기 같은 곳에서는 여러 갈래의 다른 길들이 나란히 달리고 있어서모두가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그래서 앞으로는 목적지만 같다고 하면 가는 길과 방법이 다르다고 하여도 그 사람이 택한 길과 방법을 존중하리라 다짐하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서울에서 부산을 걸어가는 나를 이상하게 보았다그래서 걸어서 가는 길을 물으면 가리켜 주려기보다는 못 간다왜 걸어서 가느냐그 의도와 목적이 무엇이냐?”라고 질문하였다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걷는 나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솔직하게 말하면 피곤하게 하고 짜증이 나게 했다.

   그에 비하여 대단합니다!. 어떻게 그런 기발한 생각을 하셨습니까생각은 할 수 있어도 실행하기는 힘든데!. 응원합니다완주하기 바랍니다힘내세요파이팅” 등 세워주는 말들격려와 응원의 말을 해 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낙동강 길을 걸어 갈 때였다자전거를 타고 지나쳐 가던 중년의 남자가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나를 기다렸다그리고 나를 보고 말하였다. “쉼터에서 어르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대단하십니다그 도전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완주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떠나면서 주먹 쥔 손을 흔들면서 뒤에 있는 내게 어르신 힘내세요파이팅” 소리쳐 줄 때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받았다그리고 깨달았다나그네 인생에게 가장 필요한좋은 말이 무엇인가를.

그래서 결심하였다이제부터는 사랑하는 이웃에게 ?”보다는 대단하십니다힘내세요!. 성공하기 바랍니다!.”라고 말을 하자고.

751-5-3.jpg <동네 강아지가 먼저 와 반겨준다>

   6월 25일 정각 오후 8마침내 부산 역에 도착하였다의미 있는 6.25일에 도착하려고 쉬지 않고 걸었다도착하자마자 광장 분수가 높이 솟구치면서웅장하고비장한 관현악 연주가 끝난다그리고 분수 사이로 흐릿하게 부산역이라는 네온사인이 보였다순간 저 밑에서부터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느껴보고 싶은 그런 것이었다.

   때마침 분수가 다시 솟구치면서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 아직 갈 길이 있고갈 힘이 있는 거다내 나이에 딱 좋은딱 맞는 길을 찾아 또 걸어보자.”

나의 여정을 위해서 기도하여 주신 분들과 갑자기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숙식을 제공하여 준 목사님들과 사모님들과 여러 교인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