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인석-발자국>
<햇빛편지>
발자국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비 갠 후, 닭들이 마당에 꽃잎을 찍어 댄다. 무수한 그 발자국들이 그려진 화폭을 걷다 잠시 내 발자국을 돌아본다. 거기에 고여 무늬지는 햇빛과 서늘한 그늘의 조화로 더욱 선명한 입체감을 갖는 발자국. 둘레가 부드럽고 아담하여 살아온 날들이 그리움으로 엉겨 있다.
이처럼 인생의 아름다움도 빛과 그늘이 얽혀 만들어 낸다. 기쁨도 슬픔도 인생의 발자국을 분명한 윤곽의 흔적으로 만드는 요긴한 재료들이다. 그러므로 질척한 날들이 있더라도 흐트러지지 않고 겸허히 자기 분량만큼 정확히 찍혀 있는 발자국의 그 꿋꿋하고 과묵한 자세를 우리는 닮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주께서 맡기신 한 생애를 오롯이 살아 내는 것이 모두의 소망이리라.
그런데 저마다 개성 있고 의미 깊은 길을 걷고 싶어 하지만 돌아보면 때론 그 발자국이 왜 못나 보이고 추레해 보일까? 아마 내 자신만을 위해 아득바득 걸어왔던 쓰린 추억들 때문일 것이다. 내 행복, 내 기쁨, 내 성공만을 추구하며 급하게 휘몰아치듯 살아왔던 흔적 때문일 것이다.
조금은 버겁고 무겁더라도 나 아닌 타인의 유익을 생각하며 살면, 너무 심각하지도 경솔하지도 않은 내게 주어진 무게의 책임의식을 갖고 살면 이후로는 더 의미 깊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겠는가.
거친 삶에 지치고 쓸쓸해진 누군가가 인적 끊긴 절망의 모퉁이에서 한숨짓다가 나의 헌신과 봉사와 사랑의 발자국을 발견한다면 뜻밖의 격려와 위로로 삶의 용기와 의지를 다시 불 지필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뚜렷하고 값진 내 발자국이겠는가. 그런 작고 따뜻한 흔적 하나, 둘, 셋… 누군가를 위해 소박하게 남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화폭 위에 새기는 참되고 아름다운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