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과 상담
< 이경희 목사_대구한빛교회,경북노회장 >
교회 사역자들은 신앙 문제나 인생 문제나
하나님의 말씀의 원리를 따라 적절한 상담을 해 주어야 한다
현대 인류의 문명은 매우 발달하였으나 인간의 문제와 고통은 감소하지 않고 점점 더 증대되고 있다. 그래서 우울증과 중독 같은 정신 장애와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6개월 동안 6,660명, 하루 평균 37명의 자살로 OECD국가 중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별히, 정치인 및 경제인 그리고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의 자살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주고 있다. 심지어 모 교회 고등부 학생이 자살했다는 소식은 더욱 우리 그리스도인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래서 이들을 돕기 위해서 상담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필자가 중고등학교에 재직해 있을 때, 한 학생이 자살한다고 유서를 써 가지고 와서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고, 또 어떤 학생은 가출하겠다고 상담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교회에서도 상담이 필요한 교인들이 많이 있다. 사춘기 청소년들, 부부 상담, 가정 상담, 진로 상담 그리고 신앙 상담 등 여러 문제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교인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게 ‘영적인 문제는 목사가 상담을 하지만 인생 문제는 인생 상담 전문가(심리상담사, 정신과 의사, 예언가, 철학관 등)에게 가시오’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이다. 교회 사역자들은 신앙 문제이건 인생 문제이건 하나님의 말씀의 원리를 따라서 피상담자에게 적절한 상담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하여 상담을 해야 하는가? 지금 많은 종류의 상담 이론과 심리치료법이 소개되고 있다. 예를 들면, 피상담자의 이상 행동을 개인의 성장 과정과 무의식적 갈등의 관점에서 상담하는 정신분석학적 상담, 이상 행동을 개인의 역기능적인 사고 과정과 신념 체계 그리고 환경적 영향에 의한 학습 과정의 관점으로 상담하는 인지행동 상담 그리고 이상 행동을 뇌와 중추신경계의 손상이나 기능 이상으로 보고 치료하는 생물학적 치료 등 아주 세분화된 상담 방법까지 합하면 무려 400여 종의 심리 상담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담 및 심리 치료 이론 가운데는 비기독교적인 사고와 더 나아가 반기독교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는 ‘종교는 일종의 마취제와 같은 하나의 환상 또는 망상적 신경증의 보편적인 한 형태’라고 말했다. 기독교에 대해서 이렇게 편향적이고 왜곡된 생각을 가진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 근거한 상담을 기독교 상담에서 수용할 수가 없다.
또 칼 로저스(Carl Ransom Rogers, 1902-1987)의 인간 중심 상담은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이며, 이해와 공감을 받으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성경적 인간관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기독교의 진리에 대해 도전하는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으나 하나님께 불순종하여 범죄하였고 전적으로 타락한 존재며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원할 수 없는 존재다. 이런 비성경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한 상담 방법을 그리스도인의 상담에 사용한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칼빈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인간을 아는 지식을 논할 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근본 바탕을 두고 알아 가야 하는 것이지 비성경적인 심리학으로 인간을 알아 가면 자칫 잘못된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사도바울은 그 위험성을 “누가 철학과 헛됨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골 2:8)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세상 철학과 세상 초등학문에 바탕을 둔 심리 상담이 기독교의 옷을 입고 교회에 침투하고 있는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부부 상담의 경우도 심리학에 근거를 둔 심리 검사, 애착 이론, 정신분석 이론, 대상관계 이론, 인지행동주의 이론, 정신병리학으로 문제를 찾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부부의 원리(떠나라, 연합하라, 하나되라, 사랑하라)를 중심으로 문제 인식을 하고, 원인 이해를 하고, 방법 적용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변화시켜 주실 때 그 시작과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하나님이 나타나시고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는 것이다. 만약 어떤 심리 이론을 근거로 한 심리 상담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면(온전한 해결도 되지 않겠지만) 하나님보다는 그것을 주장한 학자에게 더 관심이 가며, 성경보다는 심리 이론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목회 사역을 하기 전에 중고등학교에서 이십 여 년 동안 상담을 하면서 갈등을 많이 느꼈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상담사 자격증을 따서 학생들을 상담할 때 성경구절을 사용하고 복음을 증거하고 기독교적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심리 이론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함을 보고 순수한 성경적인 상담으로 사람들을 상담할 수는 없을까?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렇게 상담해도 되는가? 하는 아쉬움과 갈등을 많이 느꼈다. 필자의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기독교 상담학자들이 심리학을 차용한 심리 상담과 혼합된 기독교 상담이 아닌 순수하게 성경을 중심으로 한 개혁주의 신학에 근거한 성경적인 상담, 즉 성경적인 순수한 원리와 방법들이 많이 개발되고 임상을 거쳐서 교회에 많이 보급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