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땅울림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어린 날 친구들과 땅에서 놀며 짓궂은 장난질을 했었다. 바람에 떨어진 풍뎅이를 잡아 발을 다 떼어 내고 목을 비비꽈 돌려놓으면 앵앵 제자리를 돌며 발버둥치는 꼴이 재미있어 히죽대던 철없는 아이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전자에 물을 담아 와 개미들이 종일 파놓은 개미집 구멍에 부어대는 엽기적인 짓까지 저지른 뒤에야 장난은 끝났다. 느닷없는 대홍수에 혼비백산 흩어지며 정신을 놓던 개미들의 아수라장이 우리에겐 즐거운 웃음거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조금 철이 들어서 산 너머 고모네 집에 심부름 갈 때였다. 누가 따라오나 싶게 땅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분명히 땅이 울리는 소리였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소리는 독특한 지형 때문이었다). 어린 내 발자국 소리가 땅을 울리게 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나는 순간 풍뎅이와 개미집에 장난쳤던 일이 떠올라 그 죗값으로 벌을 받는가 하여 들입다 달려가며 따라붙는 공포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러나 땅울림은 더 크게 내 귀와 가슴을 두드렸다. 그 후로는 혼자 그 산을 넘는 일은 없었고 땅에서의 장난질도 그쳤던 듯하다.
미물을 함부로 대하는 마음도 돌아보면 좋지 못하거든 가난하고 힘없지만 말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눈물짓게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세월호 사건 같은 국가적 슬픔의 문제들을 외면하거나 조롱하는 일은 누구든 삼가야 한다. 더욱이 남의 나라를 침략한 당사자들이 진정한 회개함도 없이 죄악의 역사를 왜곡하고, 슬픔을 치유받지 못한 피해국과 국민들을 조롱하는 것은 또 하나의 죄악이다.
하나님이 땅에 심어 놓으신 이치가 그렇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마음을 하나님은 무척 싫어하신다. 멸시와 천대를 받아 억울한 피울음들이 쌓이면 거대한 땅울림이 일어나고 결국 모두가 울게 된다. 가인이 죽인 아벨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하나님께 호소했다고 했다. 땅의 울음이 하나님께 상달되면 심판의 하나님이 움직이신다. 땅울림의 경고를 깨닫는 귀와 가슴을 가져야 할 것이다.